기존 24개 기능대와 21개 직업전문학교 한데 묶은 국책대학11개 대학 29개 캠퍼스 구성 500여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폴리텍대학이라고 잘 모르시죠? 아직 못 들어 본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름도 널리 알리겠거니와 좀 더 실용적이고 실사구시에 입각한 기술 교육을 통해 인재 양성과 발굴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계획입니다.”

지난 8월 제5대 한국폴리텍대학 수장으로 임명된 허병기 이사장. 최근 미래직업박람회와 축전 등 2개의 교내 최대 행사를 알차게 치러낸 그는 취임 일성으로 다부진 각오부터 내비쳤다.

노동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으로 설립된 한국폴리텍대학은 특수 목적의 국책대학. 기존의 24개 기능대와 전국 각지에 소재한 21개 직업전문학교들을 한데 묶어 2006년 ‘한국폴리텍대학’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재출범했다.

“기업으로 치면 ‘신장개업’을 하고 ‘새 간판’을 단지 2년 여 되는데 아직 홍보가 덜 된 편이긴 하지요. 하지만 졸업생 10명 중 9명이 취업이 곧바로 되는 학교가 바로 폴리텍대학입니다.” 지난 해 기준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정확히 90.3%다.

허 이사장은 ‘폴리텍대학이 이처럼 높은 취업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쓸모 있는’ 테크니션을 양성하는 교육과정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입학하기만 하면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을 받게 되고 또 실무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업에 꼭 필요한 전문 기술 인력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라는 것. “기업은 당장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되고 학생 개인적으로는 평생 일터를 보장 받는 셈이기도 하지요.”

명실공히 대한민국 공식 직업훈련의 산실로 커온 폴리텍대학은 한국폴리텍 Ⅰ~Ⅶ대학과 4개의 특성화대학(폴리텍여자, 바이오, 섬유패션, 항공대학) 등 모두 11개 대학 29개 캠퍼스로 구성돼 있다. 현재 6개월~1년~2년짜리 학위 과정을 비롯, 500여개의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우리 학생들은 흔한 4년제 일반 대학생들이 아닙니다. 40대에 학생도 있고 소위 ‘부모를 잘 못 만나 사회에서 열외 계급으로 살아 오던 이들도 섞여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스스로 ‘존귀한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훌륭한 인적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학교의 존립 근거입니다.”

폴리텍대학에는 올해 기준 3만여명의 재학생이 6개월~2년 기간의 양성 과정에 다니고 있다. 회사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향상 과정’ 수강생만도 17만명이 넘는다. 교직원 숫자도 1,8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조직 규모가 방대한 수준.

허 이사장은 “이들 학생 모두가 학업 기간동안 다양한 전문 기술을 연마하면서 자부심도 높일 수 있도록 서로 알고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학교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이 이사장으로서 맡은 중대 임무 중 하나라는 것.

때문에 폴리텍대학은 최근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유도 선수 최민호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세계를 들어메친 그의 투혼과 고독, 집념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는 한판승을 거둔 후 그가 흘린 눈물은 결코 한(恨)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그처럼 행복한 눈물은 없습니다.”

최근 폴리텍대학이 주도해 치른 축전과 미래직업박람회 등 2개의 커다란 행사들도 학생 및 학교 관계자들의 사기 앙양을 위한 일환이다. 올 해 5회째 열린 축전은 폴리텍대학의 정체성 및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국 교직원 학생 1만여 명이 자리를 함께 하는 ‘화합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 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해 오던 직업훈련과 자격박람회를 이어 받아 올해부터 폴리텍대학이 주관해 실시한 미래직업박람회도 기존의 전시 형태 보다는 체험 위주로 편성, 무려 6만여명이 다녀가는 대성황을 이뤘다. 예상 인원 5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

“한편으로 학생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술과 땀으로 일하는 것 보다 사무실에 앉아 머리를 굴리는 것만으로 성공하면 된다는 인식이 사회 일부에 퍼져 있는 것도 잘못된 원인이지요.”

폴리텍대학은 고급 기술의 엔지니어와 실제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기능사들의 중간인 테크니션 레벨의 기술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설계 능력도 갖추면서 실제 실무도 진행할 수 있는 중간 기술자를 키워내고 이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풍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원칙 없는 리더십과 정치, 노동이 없는 부의 축적, 희생이 없는 종교, 모두 나라를 멸망시키는 ‘구악’들입니다. 대한민국이 기술로 오늘날 경제 발전을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이야말로 더더욱 기술과 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나라가 어려워지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 이사장은 “폴리텍대학의 정체성을 새삼 되새기고 있다”며 “우리 대학을 바라 보는 시각도 앞으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꿈을 심어주고 학교 브랜드를 키워나가기 위해 그 또한 잰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 주에 2개 캠퍼스 이상씩 직접 찾아 다니면서 교직원 및 재학생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그저 사무실에 앉아 있기 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확인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야 될 사항들을 수집하기 위해서다.

“폴리텍대학에서 교수들의 고객은 학생과 기업입니다. 대학 최고 경영자인 저의 고객은 교수화 학생, 그리고 기업과 지역주민, 나아가 국민까지도 포함됩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식구들과 소통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지원하고 뒷받침할 지 양분과 물을 공급해 주는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재삼 역설한다.

“앞으로 사회적 약자, 독거 여성, 학업 중단 청소년, 다 문화가정 자녀 등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입맛과 실력에 맞게 공부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 과정도 부분 개편이 이뤄질 것입니다. 요즘 기술 융합의 시대인 만큼 한 가지 기술만 집중하기 보다 복합적인 교육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사회 소외 계층의 배려에 특히 관심이 많은 그는 정당인 출신이다. 특이하게도 서울 약대를 졸업한 후 ‘전공과는 전혀 관계없는’ 민정당국책연구소에 투신, 30여년간 국회와 정당에서 정책개발과 여론조사 등의 업무에 전문성을 발휘해왔다. 사회개발연구소장과 국회정책연구실장,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현대리서치센터연구소 회장 등이 그의 예전 직함들. 한때 정당을 떠났을 때는 서울외대와 명지대에서 겸임교수로서 강의 경력도 갖고 있다.

“국가로부터 세금과 고용보험금을 받아 쓰는 대학으로서 우리에게는 주어진 미션이 있습니다. 학생이 일단 입학하면 기업과 사회에 꼭 필요한 멀티 테크니션 인재로 키워 내보내는 최고의 기술 전문 대학으로 자리매김되도록 하겠습니다.” 허 이사장은 “폴리텍 대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다”며 “비전 있는 미래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