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는 마인드가 곧 서비스"국내 체계화된 서비스 교육 부재 아쉬워… '서비스, 세상을 바꾸다'출간

“평소 관심을 가져 온 ‘서비스’를 주제로 한 책을 처음에는 증정본으로만 펴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들도 읽어 볼 수 있도록 책을 정식 출간하자는 제안을 받을 줄은 미처 예상 못했습니다…”

‘서비스, 세상을 바꾼다’. 최근 국내 항공 및 여행 호텔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명제 중의 하나다. 그리고 또 하나, 책 이름이기도 하다. 저자는 박종필 퍼시픽 에어 에이전시(PAA) 그룹 대표이사. 박 대표는 올 해 펴낸 이 책 한 권으로 서비스 관련 업계에서 한번 더 ‘주목받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업무 특성상 외국을 다니면서 서비스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세계 각국의 항공사와 호텔, 여행사 등을 두루 접하면서 각각의 차이와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서비스란 것이 나라별, 국민별로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항공업계 경력만 20여년. 서비스 산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그동안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제별, 항목별로 관련 내용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2년 여전. 책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됐다.

“어느 날 서울 시내 4거리를 지나는데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교통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서 가끔 접하는 것이긴 한데 그 날 따라 ‘저런 플래카드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그래서 그는 때마침 만난 싱가포르인 친구에게 얘기를 꺼냈다. “너희 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지 않니?”. 대답은 의외였다. 싱가포르도 예전에 관리가 엉망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국가적인 노력으로 개선이 됐다는 것. 싱가포르도 처음부터 잘 한 것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 또한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싱가포르항공사의 서비스도 상당 부분 교육 덕분입니다. 나아가 싱가포르는 항공산업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나서서 서비스 교육을 주도했습니다. 택시 기사나 버스 운전사, 심지어 경찰까지도 교육이 행해지면서 사회 전반적인 수준 향상이 이뤄졌다는 평가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싱가포르는 국가적 서비스 수준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것이지요.”

박 대표는 서비스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정의한다. 서비스는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닌 ‘배려’라는 것. “실질적으로 싱가포르 사람들이라고 친절하다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국민 모두가 다 친절한 것도 아니죠. 결국 배려하는 마인드가 곧 서비스입니다. 친절이 서비스라고 할 수도 없고 친절과 서비스는 다른 것입니다. 친절은 오히려 예의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죠.” 그에게 예절이나 친절은 서비스 마인드의 일부에 불과하다.

항공과 여행 호텔 등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서비스 산업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국내에 체계화된 서비스 교육의 부재가 아쉬웠다. 평소 안타깝게만 생각해 오다 직접 나서야겠다고 맘먹은 것. 미국 등 해외에서 서비스 전문 교육도 직접 받고 공부를 하면서 실력과 경험을 축적, 수년 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박종필의 여행 서비스 노하우’란 제목으로 왕성한 기고 활동도 벌였다.

“여행사로부터 강의료를 받지 않고 무료 강의도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우리 업계에 대한 저의 봉사 차원이죠. 산업이 있음으로 제가 존재하고 여행 업계 전체가 저의 고객이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자비를 들여 증정 및 교육용으로 3,000부만 찍었다. 시판 욕심이 없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출판사로부터 ‘콜’이 들어 왔다. “자전적 경영서적으로 충분히 읽어볼 만 하네요.” 책이 배포된 이후 그는 여기저기서 “공감이 간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업계 종사자로서 서비스란 고객의 불평불만을 해소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인정을 받게 되면 나아가 여행업도 살릴 수 있는 것이죠. 서비스 교육은 가장 중요하고 보호해야 할 고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업계가 한 차원 더 발전을 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된다고 봅니다.”

박 대표는 “우리 사회가 서비스 즉, 배려하는 사회가 되면 범죄도 줄고 서로 헐뜯고 욕하는 풍토도 사라진다”고 본다. 배려하는 마음이 충만하게 되면 곧바로 구성원들의 질 좋은 삶으로 연결된다는 것.

서비스의 개념에 대한 그의 보충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물건을 살 때 뭔가 하나 더 덤으로 얻거나 싸게 산다면 서비스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상거래에 있어서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이 매우 만족할 때, 그리고 지불한 가격 보다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입니다. 그것이 바로 명품이지요.”

질 좋은 서비스가 이뤄지면 더욱 구매가 늘어나게 되고 그것은 곧 회사의 수익, 성공으로 연결되고 이는 직원의 후생 복리로 되돌아 온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19세기에는 상품만 잘 만들면 다 성공했습니다. 20세기에는 상품만 잘 만든다고 잘 풀리진 않았죠. 서로 다 잘 만들기 때문에 고객이 구매하기 편하게 유통망을 잘 갖추는 것이 성공의 요건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는 서비스가 경쟁력입니다.”

서비스는 바로 사람과 연결돼 있다. 상대방이 즉각 반응하지만 쉽게 따라 할 수도 없다. 서비스를 누가 잘 한다고 소문이 나더라도 금방 따라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서비스는 ‘이니셔티브’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확신한다.

“먼저 서비스로 무장하는 것이 절대 중요합니다. 고객들에게 먼저 인식이 박혀 버리면 나중에 남들이 따라와 거의 비슷해 지더라도 주도권과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죠.” 그는 “서비스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항시 기쁘고 즐겁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 대표는 서비스를 잘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으로 서비스 교육이 이뤄져야만 한다는 것. 경영진이 앞서 전사적으로, 또 국가 지도자가 나서서 전사회적으로 노력해 시스템을 갖춘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원양어선 2등 항해사 출신인 그는 80년대 항공업계에 투신, 중화항공 상하이항공 멕시카나항공 등 전세계 20여개 외국항공사와 화물전용사의 한국 총판매대리점(GSA)을 운영하고 있다. GSA로는 국내 최대 규모.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국가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늘상 생각합니다.” 그의 서비스관은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는 사업가가 해외에서는 외교관이고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저의 국가에 대한 서비스고 배려라 할 수 있죠.” 그는 “우리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면 회사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질좋은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힘줘 말했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