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손님 만나느라 바빠요"삼성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와 손잡고 10코르소코모 서울 오픈… 셀렉트숍 등 인기

삼성그룹 패밀리와 각별한 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패션계의 최고 명사, 까를라 소짜니(Carla Sozzani). 국내에서는 지난 봄 서울 청담동에 셀렉트숍 & 카페 레스토랑 ‘10코르소코모(10Corso Como)’를 오픈하며 더욱 유명해진 그녀가 최근 자신의 둥지(밀라노 10코르소코모)에서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내비쳤다.

“제가 한국에서 찾아 온 미디어와 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 오는 수 많은 손님들과 만남을 갖느라 정신이 없긴 하지만…”

패션 전문지 기자 출신으로 밀라노 도심에서 복합 쇼핑 문화 공간 ‘10코르소코모’를 운영하며 최첨단 패션 문화를 이끌고 있는 그녀는 이탈리아 패션 문화계에서 최고 명사(Celebrity)로도 꼽힌다. 특히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현 상무가 이끄는 제일모직과 함께 10코르소코모 서울을 오픈하면서 국내에서는 더더욱 조명을 받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아침에 카페에 와서는 저녁까지 먹고 갑니다. 하루 종일 시간을 10코르소코모에서 보내는 것이지요.” 처음 밀라노 도심 코르소코모 거리에서 ‘그녀의 공간’으로 시작한 10코르소코모는 지금 ‘전세계인들의 공간’으로 훌쩍 자라나 있다.

일반 시장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패션 명품들과 트렌디하면서도 감각적인 예술품 수준의 생활 문화용품들, 진귀한 패션 및 예술 관련 서적 등으로 꽉 찬 쇼핑 매장, 또 자연과 모던을 조화시킨 휴식 공간으로서의 카페 & 레스토랑, 그리고 갤러리까지…. 그녀의 상상력과 예술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은 항상 전세계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넘쳐 난다.

“고객층이 워낙 다양하죠. 주말에는 거의 자리가 없는 편인데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많이 찾습니다. 차를 마시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젊은이들도 많이 보이지만 방문객의 50% 가량은 외국인들입니다.”

밀라노를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은 어지간하면 10코르소코모를 한 번쯤 들러 본다. 관광객 이나 여행자들이 ‘꼭 들러 보고 싶어 하는’ 밀라노의 패션 쇼핑 1번지로 자리매김 돼 있기 때문이다. 잡지 2권을 펼쳐 보던 그녀는 최근 10코르소코모가 소개된 잡지라며 보여줬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건축 인테리어 전문지인데 각각 8, 10페이지를 할애했을 정도로 비중이 컸다. “그냥 외양을 중심으로 소개된 것들이에요.”

서울 청담동에 새로 들어선 10코르소코모에 대한 그녀의 애정도 각별하기만 하다. “가끔 서울을 방문해 10코르소코모를 둘러 봅니다. 제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지요. 그 곳을 제가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저는 조금이라도 더 있어 보려 합니다. 내가 기획에 참여한 장소이고 또 내 에너지가 투입된 곳이니까요.”

10코르소코모는 어떤 마력을 지니고 있기에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을까? “이 공간에 있는 동안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껴야 합니다. 그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호기심입니다. 호기심은 삶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뭔가 다른 것을 찾아 보고, 누군가 다른 사람을 만나 보고, 또 어딘가 다른 곳을 찾게 되는 것, 그것이 영감이든, 마음 속 다짐이든 간에 그녀는 이 모든 것이 호기심이라고 정의한다. 실제 그녀는 10코르소코모를 편안하면서도 생동감을 주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충만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셀렉트숍 내부(왼)
갤러리 실내(오른)

쇼핑 역시 편안하면서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 때문에 고가의 럭셔리 매장이라 할 수 있으면서도 그녀의 셀렉트숍에서는 그냥 둘러 보는 것 만으로도 전혀 부담이 없다. 직원이 먼저 일부러 다가와 말을 붙이거나 부담스런 눈길을 주는 경우도 거의 없는 수준.

“아무도 푸시(push)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숍 고객들을 쇼 쇼퍼(Show shopper)라고 부릅니다. 구매 여부에 관계없이 먼저 편안하게 보는 것을 즐기라는 의미에서죠.” 10코르소코모의 셀렉트숍은 특이한 물건이나 상품들도 많지만 결코 싸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10코르소코모 서울에 대한 애정은 뜨겁지만 그녀는 밀라노와 서울의 차이에 대해서도 냉철한 인식을 갖고 있다. “아직 오픈한 지 6개월 여 밖에 안됐잖아요. 아직은 어린 아기인 셈이죠. 지금 잘 하고 있고 길게 봐야만 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 문화에 대해서도 서로 이해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그녀는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해 있더라도 10코르소코모는 하나의 공통된 느낌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코르소코모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고 즐거워만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와 삼성가와의 관계에 대해 적잖이 궁금해 한다. “서울 청담점 오픈을 준비하면서 삼성 사람들과 많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계약 때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임신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상황을 간단하게 요약 전달하는 그녀는 노련하게(?) 더 이상 얘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 보였다.

10코르소코모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문 목적지(destination)가 된 것처럼 그녀 또한 전세계 사람들이 한 번쯤 만나보고 싶어하는 인물로 명성 높다. 이름 있는 명소의 안주인으로서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이 이탈리아 패션가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탈리아 패션 문화가에서 ‘가장 찾는 사람들이 많고 초대를 많이 받는(the most requested)’ 인사 중 하나로도 꼽힌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녀의 공간을 찾는 방문객을 맞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매장이나 카페를 다니면서 많은 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넵니다. 함께 웃고 대화를 나누면서 갖는 느낌과 교감 속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되지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해외 출장이 많고 행사와 여행을 많이 다니는 그녀는 밀라노에 있을 때는 10코르소코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여기 저기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일과이자 즐거움 중의 하나. “제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 밖에 안되요. 주방도 들어 가고 또 제가 빌딩 계단을 얼마나 빨리 뛰어다니는 데요. 서울에서는 그렇게 못하니까 아쉬워요.” 그러고 보니 서울 청담점은 10코르소코모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갖고 있지 못하다. 바로 ‘그녀’.

기자 출신인 그녀는 패션 분야에서 새로운 성공을 이뤄낸 입지전적인 인물로도 이름 높다. 유명 패션지 보그와 엘르에서 19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처음 시작한 것은 갤러리 오픈과 출판 일. 지금은 셀렉트숍으로도 유명하지만 그건 이후 곁들여진 분야에 속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 그녀의 오랜 패션 기자 생활이 패션 문화 사업 분야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완전히 다른 분야, 다른 삶입니다. 갖고 있던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커다란 도전’일 뿐이었죠. 하지만 제가 언론인이었기 때문에 10코르소코모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기자였기 때문에 문화와 예술에 오픈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비전을 볼 수 있었다고 동의합니다. 어찌 보면 아이디어만은 기자 직업 때문에 얻은 셈이죠.”

그녀는 성공 비결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제가 원하는 것을 했을 뿐입니다. 제 본능과 영감, 제가 좋다고 느끼는 것을 확신을 갖고 한 것이지, 성공이나 돈을 좇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들은 그냥 따라온 것이죠. 무엇을 하든 진지하고 정직하고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면 성공한다고 확신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냥 제가 하는 일을 좋아했고 즐기는 것이죠. 가끔은 어려운 일이 닥쳐도 말입니다. 그런게 없다면 행복도 못느낄 수 있잖아요.”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의 그녀는 저녁 식사 시간이 늦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사람 평균 보다도 더 늦은 매일 밤 11시 저녁식사를 한다. 그리고 새벽 1시께 잠이 들어 기상 시간은 아침 7시반. 간단한 칵테일이 아침식사 대용이다. 밤늦게 먹는 것이 안좋지 않냐는 질문에 대답은 “대신 간단한 수프만 들어요”.

그녀는 지금 예술가 남자 친구와 함께 산다. 벌써 본인 표현대로 19년째 ‘파트너’로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결혼은 절대 안한다”는 그녀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소녀(a free girl)’라고 지칭한다. 그녀의 34살 된 딸 역시 패션지 보그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으며 그녀의 어머니는 96세.

“갤러리를 오픈한지 벌써 20년이에요. 지금 사진 전시회와 책 출판을 준비중입니다.” 사진에 유독 관심이 많은 그녀의 사무실 서가와 매장에는 사진 관련 책자와 잡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부드럽지만 한없이 강한 집념을 가진 내공의 소유자 까를라 소짜니 여사는 앞으로도 ‘일벌레’라는 별칭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을 것처럼만 보인다.

밀라노(이탈리아)=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