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의 폄하 불구 대중 든든한 지지 1, 2집 앨범 수천장 판매고 올려

세련된 감성을 가진 재즈 트리오 ‘젠틀레인’은 평단과 대중의 평가가 엇갈리는 팀이다.

평단은 ‘고민 없는 음악’을 폄하하는 ‘이지 리스닝’이란 단어로 그들을 평가했고 대중들은 좀처럼 드물게 ‘공감을 일으키는 재즈’에 열광했다. 올해 5월 젠틀레인의 2집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그러한 평가는 수면 위로 올라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이 앨범에 대해 한 포털사이트에서 심사위원단과 네티즌의 공동평가를 진행했는데, 심사위원단은 5점 만점에 2.5점을, 네티즌은 4.5점을 매겼던 것.

이에 몇몇 네티즌은 심사위원단에 항의를 했고 추가로 합세한 네티즌의 여세에 몰려 심사위원단의 평가점수는 급기야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젠틀레인에 대한 대중들의 든든한 지지를 말해주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다. 그들의 음악이 대중들에 가까워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일까. 젠틀레인의 리더 서덕원은 이런 대립이 불쾌하지 않은 눈치다.

“처음 앨범을 발표할 때 의도했던 바에요. 재즈라고 하기에 너무 팝 적이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했죠. 그래야 대중들이 듣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려운 재즈라면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지언정, 정작 음악을 듣고 즐겨줄 대중은 없어요. 재즈를 공부하는 학생들, 친구나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들어주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재즈라면 거리감부터 느끼는 분위기와 국내 재즈뮤지션의 앨범 판매고가 ‘천 장’을 넘기기 힘든 음반 시장의 현실에 젠틀레인은 이제 그만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그 의도는 거의 맞아 떨어져 젠틀레인의 음악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걸어둔 10명 중 7명은 재즈보다는 팝과 가요를 선호하던 이들이다. 재즈음악의 수용층이 다소 늘었다고 봐야할까. 이러한 흐름은 앨범판매로 이어져 국내 재즈계에서 ‘경이롭다’고 표현할 정도로 젠틀레인의 앨범은 현재 수 천 장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국내 재즈 신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서덕원(드럼)을 주축으로 결성된 젠틀레인은 2005년 말 1집 <인투 더 젠틀레인>을 세상에 내놓으며 국내 재즈 시장에 닻을 올렸다.

'인투 더 레인’, ‘더 나잇 앤 스윗’, ‘에프터 더 젠틀레인’ 등 오리지널곡과 ‘에어 서플라이’의 ‘이븐 더 나이츠 아 베더’, 70년대 히트곡 ‘찬비’ 등을 재즈로 재해석, 밀도 높은 인터플레이를 선보였던 그들은 지난해 1.5집 개념의 <시네마 인 재즈-소나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어 베이스를 교체해 서덕원(드럼), 송지훈(피아노), 이원술(베이스)로 새롭게 구성된 멤버들이 의기투합한 결과가 2집 앨범 <세컨드 레인>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연상되는 ‘우산을 든 남자의 뒷모습’의 앨범 자켓이 눈길을 끈다.

빗방울이 우산 위를 경쾌하게 흘러내리는 듯한 서덕원의 ‘세컨드 레인’을 시작으로, 송지훈이 아들을 위해 작곡한 ‘해피 빈스데이’ 등 오리지널 6곡과 재즈보컬 혜원이 부른 빌리 조엘의 '저스트 더 웨이 유 아', 동요 ‘귀여운 꼬마’ 등 5곡이 재즈적 어법으로 담겨있다.

1집에서 재즈와 대중의 거리감을 좁힌 젠틀레인은 형보다 나은 동생을 보기 위한 기나긴 고민을 거쳐야 했다. 2집에 들인 공력을 이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노력이라고 말할 정도.

“게스트가 많았던 1집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어요. 2집에서 실패하는 뮤지션들이 많다 보니 부담도 컸죠. 1, 2집이 비슷하면 변화를 주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고 변하면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잖아요. 잘되면 소신, 안되면 아집이 되는 건데, 여기서 자유롭기 위해선 결국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뿐이었습니다.”

1집 앨범이 다소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해 2집은 좀 더 듣기 편해졌고 순수한 재즈 트리오의 맛을 살리기 위해 보컬 혜원을 제외한 게스트는 배제했다.

1- 재즈밴드 젠틀레인 2집 커버이미지
2- 젠틀레인의 멤버들 - 왼쪽부터 송지훈(피아노), 서덕원(드럼), 이원술(베이스)

대중들의 눈높이와 가까워진 음악의 연주 퀄리티는 오히려 향상됐다.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음악이라 해도 자극적이거나 가볍지 않음을 그들은 음악으로 들려주고 있다.

남자이지만 여성스러운 선율과 섬세함이 두드러지는 송지훈, 협연에서 조화로운 인터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다가도 솔로연주에서 과감한 시도를 할 줄 아는 이원술, 그리고 SMFM(Seoul Meeting Free Music) 활동으로 프리재즈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젠틀레인에서는 획기적인 도전에 앞서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서덕원.

그들이 음악으로 풀어내는 대화는 여기가 끝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의 작은 부분이에요.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색깔을 얹어가야죠.”

젠틀레인이란 이름을 길어 올린 곳은 ‘카니발의 아침’으로 잘 알려진 보사노바의 거장, 루이스 본파의 'Gentle Rain'에서다. 재즈 보컬 다이애나 크롤도 부른 바 있는 노래 속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모두 길을 잃었죠. 이제 잔잔하게 내려오는 빗속에서 나와 함께 걸어요. 두려워 말아요. 당신을 위해 한 손을 남겨두었죠. 한동안 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을 테니...” 이름 그대로, 대중들을 향해 한 손을 내밀고 있는 젠틀레인. 그들이 앞으로 걸어갈 길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을 빗방울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오는 1월 10일 추계예술대학교 콘서트홀에서 2집 앨범 발매 후 처음으로 여는 콘서트는 2집에서 들려줬던 이야기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2집 앨범의 11곡 중 2/3를 새롭게 편곡하고 리사 오노가 불러 잘 알려진 '아이 위시 유 러브', 영화 ‘디어 헌터’의 기타 연주곡으로 익숙한 ‘카바티나’ 등이 젠틀레인 스타일로 다듬어져 연주된다. 앨범에 함께 했던 재즈보컬 혜원과 퍼커션 주자 장재효가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다.

◇ 재즈 트리오 젠틀레인은…

서덕원(드럼, 리더) 송지훈(피아노) 이원술(베이스)로 구성된 재즈 트리오 젠틀레인은 2004년 결성. 2005년 1집 과 2007년 1.5집 , 2008년 5월 2집 을 발표하고 공연과 방송을 통해 팬들과 만나오고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