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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음악 감독 구소영 "스타와 함께 깜짝 파티… 자선은 덤"
뮤지컬 배우 등과 일반관객 어우러지는 '뮤직파티' 기획·연출 큰 호응
소외된 이웃 돕기 및 뮤지컬 대중화에 공감한 배우들 출연 행렬 줄이어
음악감독에서 멀티플레이어로 변신… '해설이 있는 뮤지컬 콘서트' 구상도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chironyou@paran.com



구소영 씨가 크리스마스 스페셜 뮤직파티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를 향유하는 안목이 다양해진 요즘 주류문화의 식상함에 반발하는 대중이 늘고 있다. 그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주류문화보다 비주류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문화를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기엔 이미 둘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하여, 비주류는 이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주류는 아웃사이더나 이단아가 아니라 ‘비전’이 있고, 예술세계에 ‘비주얼’이 있으며, 무엇보다 앞으로 ‘비상’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닌 미래가 밝은 문화인들이다.

뚜렷한 주관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내일을 꿈꾸는 비(飛)주류’.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뮤지컬 속 주인공과 연주자, 음악감독을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는 파티가 있다.

파티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그들은 더 이상 ‘머나먼 그대’가 아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와인바에서 백 퍼센트 라이브로 진행되는 노래와 연주는 매회 관객을 사로잡는다. 라이브 뒤에 이어지는 토크쇼는 이만한 특종감이 없겠다 싶다.

배우들의 사생활과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와인을 마시며 인생 이야기를 하는 순간, 브라운관에서 보았던 ‘그 스타’가 바로 옆에서 활짝 웃는다. 이런 파티가 어디 있냐고?

서울 대학로 떼아뜨론에서 매주 월요일 격주로 열리는 ‘구소영의 뮤직파티’는 관악기, 현악기 연주자들과 배우, 가수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살아 있는 뮤직파티다. 뮤지컬 제작발표회나 배우들의 사인회 등이 자주 펼쳐지는 와인바 떼아뜨론 내부의 작은 무대는 관객과의 경계가 모호해서 들어서는 순간 작은 음악 콘서트에 초대된 기분이다.

“외국여행을 하면서 음악가들의 ‘살롱 콘서트’(대형 콘서트장이 아닌 카페나소형 갤러리에서 이뤄지는 음악회)와 ‘하우스 콘서트’(집에서 열리는 음악회)등을 자주 접했어요. 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격조 있는 공연도 좋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되었죠. 그 후 친한 배우들과 분위기에 취해 울고 웃으며 관객과 하나가 될 수 있는 파티를 열면 얼마나 멋질까 늘 꿈꿔왔죠.”

뮤직파티의 진행자이자 음악감독 구소영(38) 씨가 뮤직파티를 기획한 계기는 이랬다. 평소 모이면 그 자리가 파티 분위기가 될 만큼 끼와 재능이 다분했던 배우, 연출가, 공연기획자가 연습 후 간단히 회식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10년지기 선후배이자 제자, 그리고 친구였다.

누군가 한 명이 분위기에 취해 즉흥적으로 노래를 불렀고 그에 답하듯 다른 누군가는 멋진 피아노 연주를 했다. 그들은 바로 배우 조승우와 엄기준이었다.

“어느 곳에서 승우와 기준이의 노래와 연주를 공짜로 들을 수 있겠어요. 옆 테이블에선 이게 웬 횡재냐는 듯 박수를 쳤죠. 마치 우리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연기와 노래, 연주가 전공인 아티스트들이 모였으니 상황은 알 만했다. “우리끼리만 놀지 말고 일반 관객을 초청해서 함께 즐기면서 수익금 전액은 좋은 일에 쓰면 어떨까” 누군가 제안했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이 있는 자선파티’가 바로 ‘구소영의 뮤직파티’의 모델인 셈이다.

뮤직파티가 빛나는 이유는 뮤지컬 배우와 연주자, 진행 스태프까지 전원이 노 개런티로 참여해 입장료로 받는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만5,000원이라는 입장료는 아깝지가 않았다. 와인은 무제한이고 뮤직파티가 있는 날엔 특별히 쉐프(식당의 주방장)의 스페셜 메뉴를 맛볼 수가 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했던 배우 엄기준과 구소영


뮤지컬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엄기준, 최성원, 조정석, 김다현 같은 꽃미남 배우들이 등장해 라이브로 노래하는 것은 보너스인 셈. 뮤직파티는 관객 입장에선 서프라이즈 이벤트나 마찬가지다. 와인을 홀짝이다가 옆을 보면 게스트가 초대한 연예인이 바로 코 앞에 있기 때문이다.

음악 파티의 수익금은 ‘청량리 밥퍼 운동본부’나 ‘소외층 연탄배달’ 같은 행사에 기부하기 때문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자선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근 ‘착한 파티’란 또 다른 별명까지 얻었다고.

“저는 게스트 섭외와 진행, 피아노 연주를 맡고 있어요. 가끔 노래도 부르죠. 게스트들은 매회 가요나 팝송 등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요. 또 그 사이사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클라리넷, 색소폰 등 연주자들이 공연도 하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와인을 마시며 좋은 음악, 멋진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뮤직파티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이렇듯 음악이 중심이 되고 뮤지컬 배우가 주인공이 되는 ‘뮤직파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정식 공연 4회와 스페셜 공연 2회까지 총 6번 열린 뮤직파티는 별다른 홍보 없이 매회 객석이 꽉 차는 훈훈함을 자랑했다. 처음엔 뮤지컬 동호회와 팬카페 회원들이 주 관객이었지만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일반 관객까지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뮤직파티가 일반 관객까지 끌어안아 뮤지컬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이 저희의 꿈이에요. 벌써 다음 파티에 출연해서 따뜻한 일에 동참하겠다는 배우도 생겼답니다.”

지난해 12월22일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열린 뮤직파티는 게스트가 무려 20명이나 출연했을 정도다. 구 씨에게 뮤직파티는 배우와 스태프가 모처럼 한마음이 되어 뭉칠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자 음악감독에서 진행자로 변신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다.

“도전을 두려워하거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젊음을 상실한 거나 마찬가지죠. 전 그런 인생은 살기 싫었어요. 단 한번뿐인 내 인생, 가장 솔직하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죠. 그건 바로 제가 지닌 재능을 타인과 함께 나누는 거더라고요.”

1999년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음악 조감독을 시작으로 뮤지컬계에 데뷔해 ‘드라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한여름 밤의 꿈’, ‘소나기’, ‘카르멘’, ‘달고나’, ‘김종욱 찾기’, ‘러브퀼트’, ‘라디오 스타’, ‘소리도둑’, ‘안녕 프란체스카’, 강타나 양동근이 출연해 화제가 된 군인 뮤지컬 ‘마인’까지 수많은 창작 뮤지컬 음악감독을 맡으며 구 씨는 창작 뮤지컬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아 왔다.

뮤직파티의 배우들을 노 개런티로 섭외할 수 있었던 비결도 무서운 스승이자 때론 든든한 친구로서 묵묵히 배우들을 빛나게 만들었던 조력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배우들을 리드하며 지휘봉을 들 땐 여장군이 따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그녀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다. 단단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방황과 슬럼프의 시간은 있었던 것. 그건 바로 무대 위로 다시 오르고 싶은 열망이었다. 그녀의 오래 전 꿈은 바로 배우였다.

“음악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엔 무대가 제 자리였죠. 밴드의 기타리스트였고 또 한때는 연극배우였으니까요. 어린 시절 조금 남다르게 자랐던 탓도 있죠. 한국 무용가인 어머니 덕에 친구들이 공기나 고무줄 놀이를 할 때 저는 엄마 무용학원에 가서 장고 춤을 추고 상무를 돌려야 했어요. 그러다 선교활동으로 갔던 러시아에서 제 인생이 180도 바뀌었죠. 물론 한국에서 음악감독이 되었으니 좋은 방향으로요.(웃음)”

러시아 국립음악원 시험을 치른 그녀는 한번에 합격하고 나서 난생 처음 지휘를 전공하게 된다. 연기나 춤, 음악에 두루 소질이 있었던 그녀는 보기 드문 팔방미인이었던 셈이다.

“팔방미인이 콤플렉스라면 믿으시겠어요? 음악감독은 스태프로서 무대 뒤에서 제 역할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마다 또 다른 재능을 가진 자아가 슬퍼했는데, 계속 나오지 못하게 억누르고 참았으니 우울했던 거죠. 그땐 이 세계의 장인이 되고 싶었나 봐요. 저는 엔터테이너이자 멀티플레이어의 끼를 타고 났는데 말이죠(웃음).”

못하는 것 없이 두루 잘한다는 말은, 구 씨에게 깊이가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래서 음악감독으로 인정부터 받자고 생각했다. 그녀가 외국 뮤지컬이 아닌 창작 뮤지컬 위주로 작업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뮤지컬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직접 지휘하고 창작해 가며 세상의 수많은 관객과 소통하는 희열은 구 씨에게 중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열정과 에너지는 제자를 양성하고 신인 배우를 발굴하는 데 플러스 역할을 했다.

“아티스트에게 에너지의 고갈은 빠져 나올 수 없는 무기력증이나 마찬가지죠. ‘좀 쉬자’라고 생각하자 그 동안 제가 한번도 못 쉬었다는 걸 처음 깨달았죠.”

‘창작 뮤지컬 전문 음악감독 구소영’. 세상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난데없이 찾아온 무기력증을 참아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휴업 선언’을 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여행을 다녔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은 서서히 캄보디아나 중국 등 문화 사각지대를 선택해 제자와 동료배우들과 함께 자선공연을 하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여행은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죠. 넉넉한 여행이 아니라서 고생도 많았지만 러시아, 체코, 이탈리아, 캄보디아, 중국 등 많은 나라를 다니며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내 안에 고갈된 것들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새로운 내가 탄생했죠.”

여행과 자선활동으로 슬럼프를 자연스럽게 극복한 구 씨는 2007년에 다시 음악감독으로 복귀했다. 1년 동안 창작 뮤지컬 초연만 4편이나 했고, 작년 9월 뮤직파티의 진행까지 맡았으니 지금까지 힘차게 달려온 셈이다.

“뮤직파티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파티인 만큼 책임감이 크죠. 분명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껏 해왔던 일들의 연장선이기도 해요. 뮤직파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해설이 있는 뮤지컬 콘서트’를 해보고 싶어요. 물론 ‘구소영’이란 이름을 걸고서요. 이젠 음악감독 구소영이 아니라 ‘플레이어 구소영’으로 살고 싶어졌거든요.”

뮤직파티 진행자 역할도 일종의 연기라고 말하는 구소영 씨. 피아노를 연주하고, 때론 관객의 신청곡까지 주저하지 않고 부를 줄 아는 그녀는 배우와 관객을 조율하며 재치와 센스로 무장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엔터테이너다.

그래서일까. 2009년에는 플레이어 구소영이 직접 무대 위에서 빛내는 갖가지 ‘쇼’를 구경하고 싶어진다. 그건 아마도 ‘사랑과 소통’, ‘이해와 용서’라는 키워드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구소영 씨의 따뜻한 인생철학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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