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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원 목사 "마약 중독 넘어 희망의 떡 만들어요"
마약치료 재활공동체 '보리떡다섯개' 대표… 기도와 노동이 이들을 살릴 힘




김청환기자 chk@hk.co.kr



한 노동자가 6일 마약치료, 재활공동체인 인천 구월동 <보리떡다섯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영하의 기온 속 한 떡공장. 흰 쌀가루를 기계에 집어 넣는다. 기계는 소리를 내며 맹렬히 돌아간다. 곧이어 눈같이 하얗고 찰진 떡이 방앗간 기기에서 쏟아져 나온다. 하얀 김이 연기 같이 피어나 천장을 뒤덮는다. 일꾼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한 유통사가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떡 품평회에서 1위를 하기도 한 <보리떡다섯개> 공장 풍경이다.

이들의 일상은 평범하다. 그러나 이면에는 영화 같은 삶이 감춰져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떡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마약에 손을 댔던 출소자들이다.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유혹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제2의 삶을 살아가며 소망을 공유하고 있다.

마약치료·재활공동체 교회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목사이자 <보리떡다섯개> 대표인 신용원(44) 씨의 삶은 더 드라마 같다. 6일 인천 구월동 <보리떡다섯개> 공장에서 신 목사를 만나 그의 지난 삶과 새해 소망을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있었으나 표정은 차분했고 평온해 보였다.

■ 영화 같았던 나의 삶

신 목사는 다른 이들보다 공동체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 자신이 마약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지방 명문고에 다니던 열여덟 사춘기, 그는 어느날 놀러간 친구집에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친구의 어머니는 아들을 방으로 불러 “부잣집 친구들도 있는데 왜 용원이 같이 가난하고 아버지도 없는 애들과 어울리냐”고 꾸짖었다. 충격에 빠진 신 씨는 대책 없이 가출했다.

대부분의 마약중독자와 같이 그가 마약에 빠져든데는 단계가 있었다. 폭력배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본드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또래보다 화려한 생활이었지만 그는 더 외로웠다. 환각제 성분이 있는 감기약을 한웅큼씩 삼키기도 했다. 대마초로도 성이 차지 않았다. 필로폰에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계속 밖에만 있지는 않았다.

복학과 퇴학을 반복하며 학교를 다섯군데나 옮겨다녔다. 군대에서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자르고 6개월만에 불명예 제대했다.

20대 초반에 조계종 폭력사태에 연루돼 수배됐고 강원도 산골로 숨어들었다. 도망자 생활에 지친 신 씨는 더 깊이 마약에 빠져들었다. 그 사이 몸은 만신창이가 돼갔다.

독한 마약 때문에 앞니 네개를 빼고는 모두 다 빠져버렸다. 몸무게는 30kg 줄어들었다. 머리는 듬성듬성해졌다. 간질환은 빈번했다.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한 그는 2차 수배를 받았다. 경기도의 한 기도원으로 숨어들었다.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 죽음 앞에서의 변화

죽을 결심을 한 그때 서른 셋, ‘변화’가 찾아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의 신앙이 생각났다. 기도원 골방에서 그는 기도를 시작했다. 신 목사는 “기도를 읊조리자 바로 응답이 왔다”고 기억한다.

‘비둘기 같이 임한다’는 기독교인들의 성령체험을 한 것이다. 신 목사는 “새로운 가치관이 생겼고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며 “나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영혼이 파괴된 이들에게 빚을 갚아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주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사람들은 “마약을 너무해서 정신이 나가버린 것 아니냐”고 수근댔다. 가족들조차 믿지 않았다. 서른 넷의 나이에 안양교도소에서 출소한 그는 3년간의 신학대 생활을 마치고 청소년 교화사업을 했다. 결국 자신이 경험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우려 교도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교도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출소 후에 하나 둘 그를 찾아왔다. 2003년부터 인천 구월동 모래내시장에서 이들과 함께 떡을 만들어 인근의 성매매집결지 등에서 내다팔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찰지고 맛있게 만든 떡은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남동공단에 330㎡(100여평) 부지의 공장을 만들었다.

■ 여전한 냉대와 좌절

이들은 순대국집을 만들어 사업을 넓혔다. 맛을 보고간 손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방송 3사의 맛집 프로그램에 모두 소개될 정도였다. 하지만, 마약을 했던 사람들이 만드는 가게라는 선입견 때문에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1억여원의 빚을 떠안은 채 순대국집은 문을 닫았고, 남동공단에 있던 떡 공장도 철수해 지금의 구월동에 자리를 잡았다.

가슴 아픈 사연도 많았다. 아리따운 스물 한살 처녀 신 씨는 친아버지에 성폭행 당해 방황을 시작해 마약에 손을 댔다 출소한 후 신 목사를 찾아왔었다. 잠시 집에 다녀오겠다던 그는 아버지에게 다시 성폭행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0대 중반의 백 씨는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다. 집안이 병원을 해 부유했던 백 씨는 입원해 있으면서 공동체에 왔다갔다 했다. 한 날은 백 씨가 밖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형이 내 마음을 알아?”백 씨가 물었다. “알지, 알지.” 백 씨는 “형이 알긴 뭘 알아”라며 울었고 “오늘 마지막으로 약 하고, 내일부터는 형이랑 인간답게 살게”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백 씨는 약물 과다투여로 ‘쇼크 사(死)’했다. 신 목사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백 씨는 에이즈를 앓고 있었다.

신 목사는 “성도들에게 죽음의 슬픔을 뛰어넘는 내세에 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 것 같아 괴로웠다”며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마약을 끊는 과정 역시 험난했다.

■ 마약문제는 의료문제만이 아니다

“마약문제는 의료적 세팅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라는 게 신 목사의 말이다. 그는 의료적 문제로 마약재활에 접근한 서구사회가 모두 마약퇴치에 실패했다는 것을 증거로 들었다. 그는 깨끗한 노동을 통한 희망과 영적 각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헤로인을 비롯한 강중독성 마약이 유행하는 서구사회에서는 갖가지 의료지원과 사회복지시설을 두고도 마약중독자와 이들의 강력범죄 숫자가 날로 증가추세에 있다.

그러나, 각성제류에 속하는 대마초, 필로폰 등의 마약이 번지는 우리나라의 마약사범들은 대부분이 마약을 하며 돌아다니기보다는 점점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스스로를 해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마약인구는 50만여명까지 추산된다.

신 목사는 이들의 새 삶을 돕는 노력과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그들의 재활의지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누구보다 맛있는 떡을 만들고, 영적 치유를 도울 것이다. ‘기도와 노동이 이들을 살릴 힘’이라는 게 신 목사의 소신이다.

교계의 관심에 대해 묻자 그는 “고아와 과부, 병든 자와 함께 했던 예수에 주목해야 한다”며 “자기 힘으로 사회에서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는 약자의 편에 서라는 것은 예수님이 신앙인들에게 내린 명령 가운데 하나”라고 답을 대신했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도 배척당하는 이들은 우리사회의 가장 아래층의 약자”라며 “품질로 승부할 때는 떡이 잘 팔리다가, 보도가 나간 후 오히려 매출이 급감하는 것을 보고 사회적 시선의 차가움을 느꼈다”며 씁쓸해 했다.

교도소에 정기 납품해 마약사범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 가운데 하나다. 삶의 목표를 묻자 신 목사는 “죽은 뒤에 신 목사는 사랑이 많고, 중독자들을 가슴으로 사랑한 사람이었다고 기억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가 내민 새하얀 가래떡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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