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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앤유' 박제현 감독 "합창단 유니폼 입고 영화 찍었어요"
노 개런티로 나눔 동참
선명회 합창단원들의 성장이야기 사실적 묘사 진한 감동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영화‘유앤유’메가폰을 잡은 박제현 감독.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음악영화에는 감동을 주는 음악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음악영화들에는 2시간 내외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음악들로 가득하다.

그것들은 심지어 영화관을 나서도,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도 종종 떠올라 우리의 마음을 자극한다. 좋은 음악의 힘, 좋은 음악영화의 힘이란 이런 걸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극을 이끄는 영화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일단 음악영화에의 시도 사례가 적고, 그로 인한 노하우도 빈약하며, 무엇보다 음악영화 자체가 상업성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단적비연수>, <울랄라시스터즈>, <내 남자의 로맨스> 등 많은 상업영화를 만들었던 박제현 감독이 ‘용감하게’ 완성시킨 <유앤유(You&You)>는 한국 음악영화의 역사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 한국 최초의 '코러스 영화'로 나눔 실천

<유앤유>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선명회합창단(음악감독 김희철)의 이야기를 담은 극영화.

한국 최초의 ‘코러스 영화’이기도 하다. 선명회합창단은 우리나라 어린이합창단 중 가장 오래된 단체로, 한국의 전쟁 고아와 미망인을 돕기 위해 월드비전이 1960년 ‘선명회(宣明會) 어린이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선명회’는 월드비전을 번역한 것인데, 통일교와 관련됐다는 오해를 자주 받아 199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대중적인 성격의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박 감독이 이런 기독교적 성격의 합창단 이야기에 어느날 갑자기 ‘꽂힌’ 것은 아니다. 20년 전부터 대학 동문인 김희철 음악감독과 인연을 이어온 박 감독은 4~5년 전부터는 합창단 공연 때마다 연출과 공연실황 촬영을 도우며 ‘재능 나눔’을 실천해왔다.

“합창단 일을 도우면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합창단 이야기’보다는 ‘합창도 즐거울 수 있는 거구나’ 하고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합창단의 일을 오랫동안 거들면서 박 감독은 자연스럽게 다른 어떤 감독보다 이들의 노래와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감독이 되었다. 그래서 영화는 일면 ‘착한’ 재료를 가지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착하기만 한’ 영화의 길에 유혹당하지 않는다. 합창단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처럼 다투고 화해하며 성장하는 과정들이 오롯이 음악에 묻어나며 관객의 심금을 짠하게 울린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청소년기의 아프지만 달콤한 성장 이야기를 담았어요. 아픈 꿈을 꾸지만 꿈에서 깨지는 않거든요. 그 꿈을 통해 성장하는 것, 그걸 바라봐달라는 거죠. 아이들은 그 아픈 꿈을 꾸면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공감해줬으면 합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좋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단짝 친구인 연주와 계영이 싸우고, 최고의 재능을 자랑하던 서영은 부모님의 반대로 합창단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이 모든 과정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주변의 일들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낸 박 감독의 연출력 덕분.

김희철 음악감독도 이런 사실적인 묘사는 박 감독이었기에 가능했다며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전에도 합창단 이야기를 영화화하겠다고 시나리오를 써온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휘자 입장에서 볼 때 합창단을 너무 이해 못하는 게 보이는 거에요. 그런데 박 감독 같은 경우는 우리 속사정을 너무 잘 알거든요. 오죽하면 우리가 농담으로 박 감독이 ‘유니폼 입고 썼다’고 했을 정도에요(웃음).”

12일 상암동 문화컨텐츠빌딩에서 영화'유앤유'시사회를 마치고 박제현 감독(아래 오른쪽)과 주인공들(위 왼쪽부터) 박연주, 최계영, 김희철 음악감독, 박서영.


■ 너와 나의 균형, '나눔'을 통해 맞추자

박제현 감독이 선명회 합창단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우연찮게 합창단의 정기 해외공연에 따라갔다가 세계적인 소년합창단급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의 위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굶주리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기금 모음이 합창단 활동의 근거인 만큼, 박 감독은 진정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영화를 찍고 스타 감독인 그가 받은 대가는 거액의 계약료 대신 감사패 하나. 박 감독 뿐만 아니라 촬영에 참여한 스태프들 모두 ‘노 개런티’로 작업에 임했다. 그래도 시작부터 좋은 의도인 만큼 모든 제작진이 흔쾌히 촬영을 마쳤다는 박 감독의 설명이다.

하지만 좋은 동기가 영화의 수준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착한 영화’만으론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 동기를 떠나 한 편의 음악영화로서 <유앤유>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최초로 본격적인 합창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얘기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영화산업이 발전해 있는 나라지만 <코러스>나 <어거스트 러시>와 같은 본격 클래식 음악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어요. 왜냐하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상업적으로 장점이 있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런 영화를 찍고 싶어도 못찍는 게 현실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자부심을 느낄 만하고, 한국영화의 장르의 다양화에 일조한 점도 뿌듯합니다.”

어려운 제작 여건에서도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좋은 동기를 충족시키며 나름의 성과를 거둔 박제현 감독의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하다. 이는 보통의 상업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때의 기분과는 다른 차원의 성취감일 것이다.

살기 어려워진 세상에서 ‘나눔’은 쉽고도 어려운 것이 됐다. 한 번도 자기 것을 나눠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그 방법을 모른다. 왜냐하면 나눔의 문화를 접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나눔’은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닙니다. ‘나눔은 여유가 아니라 마음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영화 속에서 지휘자 선생님이 반목하는 합창단 학생들에게 ‘유앤유(You&You)’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다. ‘좋은 합창을 위해서는 항상 ‘너’를 생각하고 또 ‘너’를 생각해야 한다고. 그래야 합창단 전체의 소리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노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별로 순수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농을 건네는 박제현 감독. 하지만 그는 <유앤유>를 통해 ‘함께 나누자’고 제안하며 사회를 향해 순수하게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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