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라톤 워커힐 홍보우먼 쯔노다 키미입사 6개월만에 보직변경후 실적 올라 호평… 한·일·가교역 하고 싶어

“자료를 왜 일본 사람이 보내지?” “진짜 일본 사람이 홍보 담당이었네요!”

최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모두 한 번씩 놀라곤 한다. 국내 언론을 상대하는 홍보 담당자가 일본인 여성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기 때문.

쯔노다 키미(角田 貴美)씨. 국내 기업에 채용된 외국인이 그 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한 업무를 맡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외국인이 한국인들을 직접 ‘맞상대’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여전히 일본 국적인 그녀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중학교를 마치고서. 부모님이 한국에 전근 오게 되자 따라왔지만 1년 후에 혼자 남기로 ‘과감히’ 결심했다.

“한국에 와 본 것이 제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가족들이 모두 일본으로 되돌아갔지만 저는 ‘어차피 왔는데’ 더 있고 싶었습니다. 부모님도 평소 한 나라에만 머무르지 말고 여러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오셨거든요.”

1년의 어학 공부를 거쳐 명성여고에 입학한 그녀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2007년 말 워커힐에 입사했다. 10년 가까이 한국에 살면서 일본에 머무른 시간은 고작 방학 몇 개월 정도. 이제는 한국 사람이 다 됐다.

“처음 한국 친구들이 아이스크림 하나를 같이 (핥아) 나눠 먹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어요. 일본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거든요. 도시락 반찬을 같이 풀어 먹는 것도 낯설었는데 지금은 한국이 더 편해졌습니다.” 그녀는 무엇 보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 준 ‘정’이 좋았고 낯선 이국 땅에서 적응하는데 도와준 친구들이 고맙다고 말한다.

입사 후 처음 그녀가 맡은 업무는 일본어 카피라이터. 예상대로 일본 언론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입사 6개월 여 만에 급작스럽게 ‘홍보의 꽃’이라는 국내 일간지 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몇 개월 같이 일해 보니 워낙 근면 성실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어떤 회사, 조직에 있든지 저런 자세로 일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과감히 새 업무를 맡겼습니다. 한국 말도 전혀 불편 없는 수준이니까요.” 쯔노다씨를 처음 발탁한 박광철 홍보팀장은 “국내 기업을 통틀어 언론 홍보 부문에서 사실상 전례가 없기 때문에 약간의 우려도 없진 않았지만 실제 실적이 더 늘어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고 칭찬한다.

조금 염려가 된다면 완벽한 한국어 구사 여부. “처음에는 저도 겁이 났어요. 알아 듣는 데는 거의 부담 없지만 아무래도 세밀한 표현에는 조금 떨어집니다. 대학교 때 리포트 작성을 많이 해 보도자료 쓰는 것도 어렵지 않거든요.” 그녀는 “어투에서 약간의 일본어 억양이 남아 있지만 언론사에 필요한 키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만은 잘 한다”고 강조한다.

2005년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그녀는 아들도 출산, 이제는 어엿한 ‘한국인 엄마’가 됐다. 매주 주말 원주의 시댁을 찾아 다니는 데도 전혀 불편을 못 느낀다. “한국 남자들은 결혼 전 여자 친구에게 정말 잘해 줘요. 일본 남자는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한국 남자가 결혼 하면 180도 변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녀는 미래에 UN같은 국제 기관에서 구호 활동을 펴는 것이 꿈이다. “한국인 친구들과는 그런 게 하나 없는데 정치인이나 언론에서 너무 한일 관계를 부정적으로 몰고 가는 것 처럼 느낄 때는 슬픕니다.” 그녀는 “장차 한일 간의 다리가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