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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듀오 뮤지션 하찌와 TJ' 나이, 국경허문'무경계 스타일'
꽹과리 반해 한국 눌러 앉은 일본인 하찌, TJ의 순수한 가능성에 손잡아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chironyou@paran.com





문화를 향유하는 안목이 다양해진 요즘 주류문화의 식상함에 반발하는 대중이 늘고 있다.

그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주류문화보다 비주류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문화를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기엔 이미 둘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하여, 비주류는 이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주류는 아웃사이더나 이단아가 아니라 ‘비전’이 있고, 예술세계에 ‘비주얼’이 있으며, 무엇보다 앞으로 ‘비상’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닌 미래가 밝은 문화인들이다.

뚜렷한 주관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내일을 꿈꾸는 비(飛)주류’.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노래 들려주기 위해 끝없는 음악적 실험
재기발랄한 가사, 흥겨운 무대 매너로 관객 단숨에 빨아들이는 매력이 강점
1집 수록곡 '장사하자'로 이름 알린 뒤 최근 2집 발표 앞두고 왕성한 활동


백발의 중년 신사와 서른 살 청년이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 포크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신들의 앨범에 ‘방실방실한 아시안 팝(Asian Pop)’이란 수식어도 자신 있게 붙였다.

이들의 무기는 통기타와 재미있는 가사, 세련된 멜로디, 담백한 보컬이다. 화려한 오케스트라도, 유명 스튜디오 세션도 부럽지가 않다. 누굴까, 이들은? 일본인 뮤지션 하찌(본명 가스가 히로후미ㆍ55)와 TJ(본명 조태준ㆍ30)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 이색 남성 듀오가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가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건 뭥미’(뭐임?의 오타로 ‘뭐야’를 뜻하는 신조어)였다. 이들은 처음엔 가수와 매니저, 스승과 제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25세의 나이 차 때문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하와이 민속악기 우크렐라를 튕기며 “뽀뽀하고 싶소”란 낭만적인 가사를 속삭일 때는 뭇 여성 관객들의 “까아악” 소리를 이끌어냈고, 통기타를 두들기며 “아, 장사하자 아, 장사하자 아, 장사하자 먹고 살자 오늘도 방실방실 밝은 대한민국의 하늘 아, 장사하자”라는 새마을 운동을 연상케 하는 유쾌한 노래를 부를 때는 과묵한 남성 관객조차 덩실덩실 춤추고 싶게 만들었다.

■ 하와이 민속악기 우크렐라가 '트레이드마크'

다른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게스트로 참가한 ‘하찌와 TJ’의 라이브 공연을 본 관객들은 그들이 지닌 묘한 매력에 푸욱 빠져들었다. ‘어디 갔다가 이제 나타났니?’, ‘뒤늦게 발견해 미안해’ 등 하찌와 TJ의 홈페이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올라 왔다.

그들을 익살스런 캐릭터로 만든 하와이 민속악기 우크렐라, 그리고 통기타를 든 25세 차이의 이색 남성 듀오의 출몰 자체는 홍대 라이브 클럽의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2006년 봄에 발표한 1집 앨범 ‘장사하자’의 플래시 뮤직비디오에서부터 시작됐다.

록밴드 ‘뜨거운 감자’의 김C와 노홍철 등 유명 뮤지션과 개성 있는 연예인들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플래시 뮤직비디오는 보는 것만으로도 ‘헤헤’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이 플래시 뮤직비디오의 반향은 컸다. 이틀 만에 2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닷새 후에는 100만 건에 육박하는 조회가 이어질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웃기려고 만들었냐고요? 아니요! 분명히 상업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타이틀이 ‘장사하자’잖아요. 하하”

이화여대 앞 카페 ‘하늘 아래’에서 만난 ‘하찌와 TJ’의 보컬 조태준 씨는 첫 타이틀 곡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막 세수를 마치고 나온 사람처럼 뽀얀 피부가 매력적인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물씬 풍겼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정감이 느껴졌다. 그는 ‘부산 사나이’였다.

“여기 사장 누나랑 제가 거의 친남매 이상으로 친하거든요. 하찌 아저씨 집이 이 근처인데다 여기 커피 맛이 아마 대한민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걸요. 무한 리필도 되고요.(웃음)”

그러면서 조 씨는 ‘사장 누나’를 향해 찡긋 윙크를 날렸다. 하찌와 TJ의 스냅 사진이 벽에 장식된 걸 보니, 이곳이 그들의 아지트인 모양이었다.

그들은 늘 남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다, 지난 12월에 단독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뮤지션들에게 1월은 비수기나 마찬가지예요. 12월까지 열심히 뛰었으니까 1월과 2월은 재충전하면서 2집 앨범 준비를 해야죠.”

조 씨는 마치 ‘새해 다짐’ 하듯 말했다. ‘하찌와 TJ’는 1집 앨범을 낸 뮤직웰에서 나와 현재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는 상태다. 보컬인 조 씨가 직접 전화를 받고 스케줄을 점검하는 등 매니저 역할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는 “대화 중인 인디레이블(독립음반제작사)이 있는데 곧 도장을 찍을 계획이에요. 꽃피는 봄이 오면 11곡 정도가 수록된 새 앨범도 나올 거고요”라며 여유를 보였다.

“사실, 1집이 3년 전에 나왔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죠. 작년 봄에 2집을 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1집이 뜨는 바람에.(웃음)”

하찌(오른쪽)와 TJ가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환한 웃음을 지었다.


■ 홍대 클럽가에서 주류 무대로 급부상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홍대 클럽가에서 골수팬을 거느린 ‘하찌와 TJ’가 대중의 주목을 다시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봄부터다.

인기 TV 프로그램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알렉스가 가상 아내인 배우 신애에게 ‘남쪽 끝섬’을 불러주면서 ‘하찌와 TJ’가 누굴까라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남쪽 끝섬’은 알콩달콩한 가상 부부인 알렉스-신애 커플의 테마곡이 아닐까 싶을 만큼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대 로맨틱 가이로 떠오른 알렉스의 인기도 한몫 했다. 하찌와 TJ의 인기도 그와 비례했던 것이다.

작년 한 해 유명 뮤지션의 콘서트와 음악 방송에 게스트로 초대되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하찌와 TJ. “하하! 알렉스요? 한 번도 못 만났어요. 나중에 술 한 잔 사고 싶어요! 아니면 알렉스 씨 공연에 저희들을 게스트로 불러주세요! 분위기 확 띄워드릴게요.(웃음)”

그때 “딸랑”하는 문 여는 소리와 함께 하찌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하찌입니다. 반갑습니다.” 수더분한 인상의 일본인 하찌 씨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뭐랄까, 소설가 이외수 씨에게서 느껴지는 삶을 달관한 듯한 초월자의 이미지와 닮았다고 할까? 기인의 풍모가 하찌 씨에게서도 느껴졌다.

그는 197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누렸던 밴드 ‘칼멘 마키 앤 오즈’(Carmen Maki & OZ)의 기타리스트였다. 1985년 우연히 한국에 왔다가 꽹과리에 반해 무작정 정착했다는 하찌 씨의 이야기는 그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짐작케 했다.

“저 작은 악기에서 무슨 소리가 날까 정말 궁금했어요. 꽹과리와 양악을 섞어서 퓨전으로 연주해보고 싶은 실험정신이 발동했던 거지요. 아무튼, 꽹과리는 대단한 악기예요. 제 인생을 한순간 바꿔놓았잖아요.(웃음)”

그 후 하찌 씨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물놀이 대가 이광수 선생에게 한국 전통악기인 꽹과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것이 꽹과리였다고. 한국 사람만큼 한국어에 능숙하지만, 한국 사람보다 우리 악기 꽹과리의 매력을 더 잘 아는 독특한 뮤지션이 바로 하찌 씨다.

그는 한국에 정착한 뒤 가수 강산에, 서우영, 전인권 등의 앨범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점차 한국 뮤지션들과 인맥을 쌓아갔다. “제가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거든요. 그때 장고를 배우는 일본 여성이 있었어요. 바로 지금 강산에의 아내인 다카하시 미에코 씨죠. 그렇게 강산에 씨와 인연을 맺었어요.”

■ 가수 강산에와 인연, 음악적 교감 나눠

특히 강산에와 하찌 씨는 음악적인 형제나 다름없었다. 96년 강산에의 3집 앨범 ‘삐딱이’와 4집 앨범 ‘연어’의 프로듀서를, 97년에는 강산에와 ‘예비군 밴드’를 결성하기도 하며 음악적인 교류를 해왔다. 음악적인 면에서 둘은 잘 통하는 소울 메이트이자, 일이 끝나면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며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사이다.

“나도 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강산에를 보면서 했지요. 음악적인 지평을 넓히고 싶다는 자극을 받은 셈이지요.”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데뷔한 것은 25세 연하의 무명 뮤지션 조태준 씨를 만나면서다. 조 씨를 먼저 ‘찜’한 것은 바로 하찌 씨였다. 그때 조 씨는 음향 엔지니어를 꿈꾸는 실습생이었다.

“부산에서 대학교 친구들과 락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었죠. 주로 카피곡을 많이 했었고 나름 순수하게 공연이나 연습을 즐겼지만 취미 수준이었죠. 전 그때까지 가수 지망생은 아니었거든요.”

부산을 떠나 상경한 그는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평생 직업으로 하며 살고 싶었다. 노는 걸 원체 좋아하고 장기자랑을 하면 항상 인기투표 1위였던 학창 시절.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와 춤을 보고 웃으며 박수를 보낼 때 행복함을 느꼈던 그는 “가수가 꿈이에요”라는 한마디에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자 급하게 꿈을 포기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우연치 않은 곳에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찌 아저씨가 무대에 서는 공연장에 실습을 하러 가게 됐지요. 아마 전인권 씨 콘서트장이었을 거예요. 정말 우연한 기회로 리허설 무대에서 제가 노래를 잠깐 하게 됐어요. 근데, 놀랍게도 며칠 있다가 하찌 아저씨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우리 한 번 만날까요?’라고요.”

하찌 씨는 무엇보다 조 씨의 맑은 미성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수더분한 인상의 젊은 청년에게서 그는 음악적인 끌림과 영감을 받았다. 늘 남의 음악을 만들고 제작만 하던 그가 한참 연하의 젊은 청년에게서 발견한 것은, 바로 자신 안에 자리잡고 있는 ‘열정과 개성’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남성 듀오가 바로 ‘하찌와 TJ’다.

조태준 씨의 눈에 비친 하찌 씨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하하. 한마디로 ‘괴짜’ 같았어요. 하지만 곧 자신에게 솔직한 삶의 자세에 반했어요.”

하찌 씨는 조 씨에게 “나는 참 행복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사람들이랑 놀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도 하는데, 돈까지 주니까요. 하하하!”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해 호방하게 말했다고. 그의 이런 모습에 조 씨는 한마디로 “뿅 갔다”고 한다.

■ 스승과 제자, 혹은 형과 동생 사이

많은 나이 차에 국적도 다른 두 남자. 세대 차이를 느끼냐는 질문에 하찌 씨는 “제가 정신 연령이 많이 어려서 같이 어울리는 데 큰 지장은 없어요. 하하”라고 대답했다. 조 씨는 “아저씨와 저는 서로의 가족들과 노래방도 같이 다니면서 허물없이 지내요. 함께 일할 때는 동료이기도 하고, 형과 동생 사이기도 하죠. 때론 선후배이자 스승과 제자 관계이기도 하고요.”

하찌 씨는 “무대 위에서 태준이가 막춤을 출 때면 기타를 치며 앉아 있지만 마음만은 함께 추고 있다”며 예의 호탕한 웃음으로 답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하찌 씨는 어린 동생의 재롱에 장단을 맞추는 큰형 같이 보이기도 했고, 조 씨는 선배의 기타에 호흡을 맞추며 노래하는 후배처럼 보이기도 했다. 서로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동지였다.

‘하찌와 TJ’의 노래는 사실 라이브 무대를 직접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가창력은 물론이고 조 씨의 막춤 실력은 무척 코믹하기까지 해서 ‘점잖은 양반’들조차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악은 들을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묘한 매력을 지니기도 했다.

“안무요? 아이고, 그냥 막춤인데요. 언제나 사람들이 앞에 있다고 상상하고 연습을 해요. 하찌와 TJ의 음악을 들으면 우울했다가도 한번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여유의 시간을 드리고 싶었어요”라며 1집을 만든 계기를 말하는 그들.

둘은 노래를 만들 때조차 공동으로 작사, 작곡을 한다. “작곡은 하찌 아저씨가 80% 정도 하시고요. 작사는 같이 하고 있어요. 의논을 많이 하죠. 2집에 들어갈 사투리 버전인 ‘가시나 꼬시러’나 ‘꼭 디봐야’는 부산이 고향인 제가 많이 작업했고요. 네, 맞아요. 강산에 형님의 노래 ‘와그라노’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존경하는 뮤지션이 산에 형님이거든요.(웃음)”

오는 3월에는 ‘하찌와 TJ’의 2집이 발표된다. 1집에 수록된 음악이 모두 밝은 곡이었다면 2집엔 슬픈 곡이 3곡 정도 수록될 예정이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1집에 비해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무경계 스타일’이 바로 하찌와 TJ가 추구하는 콘셉트다. 그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한 가지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음악적인 실험을 꾸준히 하면서 자신들의 음악성을 지키는 것이 ‘하찌와 TJ’가 추구하는 세계다.

‘인생 한방 아니냐’고 외치는 부산 사나이 조태준 씨는 ‘확 뜨는 게’ 2009년의 꿈이다. 또한 하찌 씨는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며 ‘달달한 인생’을 즐기면서 평생 음악을 하고 사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노래를 하는 것’은 하찌와 TJ가 동시에 꾸는 꿈이기도 하다.

“아무리 먹고 살잔 짓이라 해도/ 남의 물건 탐내지 말고 올바르게 살아보자/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막걸리 한 병에다 웃음을 싣자/ 아, 장사하자 먹고 살자 오늘도 방실방실 밝은 대한민국의 하늘….”

하찌와 TJ가 새해 계획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이들의 아지트인 ‘하늘 아래’에서는 1집 타이틀 곡 ‘장사하자’가 울려 퍼졌다. 그래, 성공하고 싶은 2009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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