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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문화' 재구축 전도사 될 겁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
KT&G 상상마당 홍보디렉터 자원… 방송출연·기고 등 전방위 활동 중에도 열정 쏟아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임진모 씨가 상상마당 3층 레이블 마켓에서 포즈를 잡았다.


대중음악 평론계에서 '임진모'라는 이름은 정상(頂上)과 동의어다. 국내 최고의 대중음악 평론가라는 타이틀이 그에게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고'가 높을 고(高)가 아니라 옛 고(古)가 아닐까 싶네요. 현재 활동 중인 평론가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축에 드니까 말이죠"라며 겸양을 나타낸다.

임진모(50) 씨는 강헌 씨와 함께 현역 평론가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황문평, 이백천 선생 등 평단 선구자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대중음악 평론을 더욱 풍성하게 살찌운 주역으로 꼽힌다.

특히 1990년대 초중반 대중문화 담론이 급팽창할 무렵, 두 평론가는 지칠 줄 모르는 필력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그때 만들어진 명성은 지금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장인(匠人)은 자기 세계에 대한 미칠 듯한 사랑이 없으면 오를 수 없는 경지다. 임진모 씨 역시 일찍부터 그런 싹을 보였다. 그는 중학교 3학년 시절 라디오와 친해지면서 음악의 거부할 수 없는 마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한다. 헌데 특이한 건 그림이 그 가교가 돼주었다는 점이다.

"원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방안에 앉아 그림을 그릴 때마다 라디오를 틀어놓고는 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음악에 푹 빠져버린 거죠. 이후로는 제 인생에서 음악이 거의 전부였어요.



요즘 동창 친구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소리가 있어요. '그렇게 음악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더니 결국 음악으로 먹고 사는구나'라는 거죠. 사실, 그림 솜씨도 괜찮은 편이죠. 예전 그림을 지금도 보관 중인데 아이들은 아빠가 그린 것이라고 해도 믿질 않더군요.(웃음)"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기자를 첫 직업으로 선택했다. 이때 연마한 체계적이고 간결한 저널리즘적 글쓰기가 평론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진 데다 음악을 사랑했으니 음악평론가의 길로 접어든 것은 숙명이라고 할까.

임 씨가 대중음악 평론가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것은 1993년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라는 저서를 내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대학생 아카펠라 그룹 '인공위성'의 매니저 역할을 겸하고 있었는데, 책을 출간한 이후 자신의 스케줄이 그들보다 더 바빠지면서 전업 평론가로 완전히 방향을 튼 것이다.

그는 대중음악 평론가의 덕목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음악에 대한 동물적 애정이죠. 다음엔 글쓰기와 말하기를 잘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깊이 있는 평론을 위해서 자기만의 비평 패러다임을 갖춰야 해요."

임 씨는 평론가의 첫 번째 덕목으로 애정을 꼽았을 만큼 대중음악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드러냈다. "대중음악은 위대하다"라는 말을 몇 차례나 되풀이했을 정도다. 예술 소비자인 대중과의 소통 혹은 친밀감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대중음악을 따라올 예술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애정의 발로가 평론 철학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평론가의 기본적 임무는 예술가에 대한 봉사입니다. 예술가가 없으면 평론가도 없어요. 평론가는 예술가에 비하면 2차 직업인 셈이죠. 우리가 비평을 하는 것은 결국 예술가들이 더욱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겁니다."

거만하게 함부로 쓰는 평론과 진정성을 담은 평론의 차이는 당사자인 뮤지션들도 금세 알아본다. 임 씨의 애정어린 비평을 익히 아는 가수들은 새로 음반을 출시하면 맨 먼저 그에게 보내 반응을 살핀다고 한다. '임진모는 과연 어떻게 들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두려움 때문이다. 그만큼 대중음악계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은 만만찮다.

그렇다고 임 씨를 '문화권력'으로 여기는 것은 오판이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그의 체질상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음악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통하는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해 진행자 배 씨와 티격태격 벌이는 '귀여운 신경전'을 들어본 청취자라면 그의 인간적 면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임 씨는 몇 살 연상인 배 씨와는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낸다고 한다.

그는 후진 양성에도 큰 공을 들이고 있다. 2001년 닻을 올린 온라인 음악 커뮤니티 '이즘'(IZM)을 통해 배출한 제자 혹은 후배들이 60명 정도 된다. 그 중 20여 명이 현재 이즘에서 열심히 평론을 쓰고 있다.

"저도 언젠가는 물러날 텐데 제가 못한 일들을 이뤄줄 수 있는 후배들이 생겨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다만 매주 토요일마다 이즘 후배들과 스터디, 회의, 술자리를 하며 어울리다 보니 아내에게 주말을 잃어버리게 한 것이 너무 미안하지요."

임 씨는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모자랄 만큼 바쁘게 산다. 방송 출연, 기고, 대학 강의, 기업체 및 공무원 대상 특강, 각종 행사의 심사 및 기획위원 활동 등등. 이쯤 되면 멀티 플레이어를 넘어 '홍길동급' 문화 게릴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2007년부터 또 하나의 직함을 추가했다. KT&G가 사회공헌 사업으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의 홍보ㆍ마케팅 디렉터가 그것이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그인지라 KT&G가 먼저 제안을 해왔을 것 같지만 사실 임 씨는 자원해서 이 일을 맡았다. 무슨 일 욕심이 그리 많냐고? 아니다. 욕심보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그를 움직였단다.

"서울 홍익대 인근 지역은 비주류, 인디, 언더 같은 단어가 바로 떠오를 만큼 진보적인 예술의 메카잖아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댄스클럽이 넘치면서 홍대 특유의 예술성은 후퇴해버렸어요.

진정한 젊은 문화의 부활이 필요한 바로 그 시점에 KT&G 같은 대기업 자본이 홍대에 진출한다고 하니 저는 문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반갑고 고마웠어요.

KT&G는 담배회사이지만 문화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저는 그 지향점과 가치에 공감했기에 성공을 돕고자 먼저 손을 내민 겁니다."

상상마당은 음악, 영화, 사진, 공연, 미술, 문학, 학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가 공존하고 소통하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복합문화공간이다. 2007년 9월 개관 이후 홍대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젊고 유망한 예술가들의 푸근한 안식처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게 세간의 대체적 평가다.

"저는 음악을 선택한 게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인데, KT&G는 상상마당을 세운 게 새천년 들어 가장 잘한 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 상상마당은 기존의 홍대 예술인들과 상호 선린, 우호관계를 형성하며 홍대 문화를 리드하는 주축이 될 것으로 봅니다. 나아가 한국 기업들의 문화적 사회공헌 사업에 하나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임 씨는 '비상근 자문위원'이지만 마음과 열정만큼은 몽땅 상상마당에 내준 듯했다. 나이가 들어서 봐도 공간이 너무 예쁜데, 젊은 시절 이런 곳이 있었다면 아예 들러붙어 살았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상상마당의 수식어는 '문화 플래닛'이다. 이곳에 불시착, 아니 제때 착륙(?)한 임 씨가 채워나갈 상상마당의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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