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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파크 조성해 세계적 박물관으로"
[한국초대석]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용산에 국립박물관 중심 민속·자연사 박물관 등 세워 글로벌 랜드마크 포부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다양한 행사 준비등 박물관 대중화·세계화·정보화 박차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최근 확 달라진 국립중앙박물관을 보면 이 말은 바뀌어야 할 것같다. "한 나라의 과거 뿐 아니라 미래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보라"고.

말 그대로 국립중앙박물관은 1년도 안돼 몰라보게 변했다. 과거 유물의 수장고, 전시관에서 나아가 생생한 교육의 현장, 삶이 풍성해지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문턱이 낮아져 누구나 즐겨 찾고 역사와 대화하는 풍경이 자연스럽다.

일찍이 역사학자 크로체(Croce Benedetto 1866~1952)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로, 카(E.H.Carr 1892~1982)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며 역사에서 과거의 '기록'보다 현재에서의 '해석'을 중시했다.

그들이 거론한 '현재'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가늠하는 중심이다. 오늘날 유수의 박물관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현재의 끈'과 같다. 마치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피라미드처럼.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 또한 그러하다. 그 변화의 중심에 최광식(54) 박물관장이 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최광식 관장은 '박물관의 대중화, 세계화, 정보화'를 표방하며 국민에게 열린 공간,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주도했다.

"박물관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국립박물관의 건립과 운영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바로 역사와 문화가 가지는 저력을 믿기 때문이죠. 그러한 박물관의 가치를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광식 관장이 취임한 후 우선 주력한 것은 '국민이 찾는 박물관'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박물관의 대중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부터 박물관 무료관람정책을 시행, 특별전을 제외한 상설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람객이 30%나 증가했다.

"2005년 박물관 개관 첫해엔 330만명의 관객이 다녀갔는데 이듬해엔 230만으로 줄어들어 그대로 방치했다간 170~180만명으로 내려갈 전망이었죠. 물론 그 정도도 도쿄나 베이징의 국립박물관에 크게 뒤지지 않지만 문화복지 차원에서 무료관람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관람객은 230만명 선을 유지했다. 그런데 사립미술관 일부에서 무료 관람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무료 개방을 해 사립박물관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광식 관장은 궁극적으로 국립ㆍ사립 박물관의 발전과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 당분간 무료관람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해요.

한번 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찾도록 문턱을 낮추면 장기적으로 박물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사립박물관도 찾게 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시범 실시해 이것을 분석하고 프랑스 등 외국 사례도 참고해 대안을 마련할 겁니다."

최광식 관장은 매월 넷째주 토요일엔 '문화해설사'로 나서 관객에게 박물관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군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다.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고고관과 역사관의 개편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박물관의 일환이지만 의미는 자못 크다. 고조선과 부여, 옥저, 동예, 삼한 등 국가형성시기를 다룰 초기국가실이 생기고 현행 교과서역사 흐름에 맞춰 박물관 전시체제를 바꾼다. 특히 고조선 부분은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당시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지탄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에 자리를 잡게 된 셈이다.

"현재 고고관에는 유물, 역사관에는 문헌이 전시돼 있는데 교과서의 역사 흐름과 박물관의 전시체계가 달라 국민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어요. 그래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에 이어 초기 철기시대 대신 고조선과 부여 등을 소개하는 초기국가 순으로 시대 흐름에 따라 개편할 생각입니다."

이러한 개편이 가능한 것은 최광식 관장이 역사 전공자인 것도 한몫 한다. 역대 박물관장이 대개 고고학이나 미술사 전공자들이어서 고고, 미술, 문헌에 따라 분류, 전시를 하다보니 현실(인식)과 괴리가 있었다.

최광식 관장은 작년 12월 고구려실을 개편한데 이어 올해 상고사 관련 전시실을 신설하고 상설전시관의 구성을 시대 흐름에 따라 재편해 고려실을 조성한 다음, 2010년에는 조선실도 세운다는 계획이다.

최 관장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인 올해를 국립중앙박물관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세계적 박물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립박물관, 대학박물관, 공립박물관 등과 연계해 박물관이 문화복지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복안이다.

한국 박물관은 1908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 때 창경궁 내에 설치한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 모태이지만 그 역사는 이듬해인 1909년 11월에 출발한다.

"제실박물관이 1908년에 설립됐지만 한국 박물관의 역사는 순종 임금이 1909년 11월 1일 '해락(偕樂)', 즉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긴다며 박물관을 일반에게 공개한 것을 출발점으로 봅니다."

유럽의 박물관이 대부분 궁궐이었다가 근대 시민사회로 넘어오면서 왕과 시민이 함께 즐기는 공공 박물관으로 변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도 원래 궁전이었다가 일반에게 개방한 것이다.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인 최광식 관장은 "100주년 특별전과 국제학술대회 등 국립박물관의 모든 사업을 100주년 기념사업과 연계추진할 계획"이라며 "박물관 탄생 의미를 되살려 관람객 입장에서 서비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관장은 주요 행사로 우선 5월에 있을 국제학술대회를 꼽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일본의 도쿄 박물관처럼 주변에 몇 개의 박물관이 함께 있는 뮤지엄 콤플렉스 조성에 초점을 맞추는 학술대회가 될 전망이다.

최광식 관장은 "미국 센트럴파크 공원에 메트로폴리스 박물관,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 등이 있는 것처럼 용산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민속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등을 세워 뮤지엄 파크를 조성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한국 박물관 100년 특별전도 주목할 행사다. 이 중 4~8월로 예정된 '이집트 문명전'은 오스트리아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소장 고대 이집트 유물 232점을 대여하게 된다. 전시품목에는 동물과 인간의 미라 10구 정도가 포함될 예정이다. 12월에 개막해 내년 4월까지 열리는 '잉카 문명전'은 페루국립박물관을 비롯한 6개 지역 박물관 대표 소장품 300여 점을 대여하게 된다.

최광식 관장은 "지난해 페르시아특별전 때 단순히 전시만 하지 않고 관련 영화, 벨리댄스, 체험학습 등 문화예술 행사를 같이 해 박물관 개원 이래 처음으로 관람객을 20만명 이상 유치한 적이 있는데 이번 특별전에도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체험행사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시중인 '통일신라조각전'에 범패 공연 등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외 박물관 독자적으로 하는 한국 박물관의 발자취전, 100주년에 걸맞은 명품전과 국내 대표적 박물관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박물관 엑스포 등이 마련된다. 박물관은 또 10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물로 '청자기와 정자'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국내 박물관을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과제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명실상부한 세계적 박물관으로의 위상 정립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외형적 규모는 세계 10대 박물관에 들지만 소프트파워는 크게 부족하다. 최광식 관장도 이를 인정한다.

"외국 유수의 박물관이 자국의 것 외에 세계적 유물을 보유한데 반해 우리는 한국 것만 있어 상대적으로 빈약한 게 사실"이라며 "(박물관)운용의 묘를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관을 적극 활용해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외에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권의 유물을 수집, 전시하고 있다. 또한 장기 플랜을 갖고 특별전을 추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페르시아 특별전에 이어 이집트전, 잉카전, 그리스전을 순차로 개최하는 식으로 국민이 찾는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물관의 '세계화'와 관련해 최광식 관장은 "박물관의 내실화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갖추면서 해외 전시, 교류전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국페스티벌'('부처의 미소'전)은 6만 여명이 다녀갔지만 브뤼셀이 유럽연합(EU) 행정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기구와 국제NGO가 있는 유럽의 심장부여서 유럽에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게 최 관장의 설명이다.

올해 미국의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2010년에는 프랑스 파리, 러시아 에르미따주 박물관에서 한국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광식 관장은 특히 박물관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정보화'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세계 박물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사이버상에서 소통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최광식 관장은 박물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체 노력 못지않게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적 박물관이 되려면 기증ㆍ기부ㆍ기탁이 활성화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최광식 관장은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바람직한 모델로 '뮤지엄 파크'를 든다. 오늘날 세계적 박물관은 전시에 그치지 않고 교육적 기능이 강화된 문화복합공간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국립중앙박물관과 가까운 용산 미군기지가 2014년 공원으로 바뀌므로 그 공간에 자연사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 들어서고 경복궁에 있는 민속박물관이 옮겨오면 뮤지엄 콤플렉스가 될 수 있고 여기에 다양한 여가시설까지 겸비하면 네이처(Nature)와 컬처(Culture)가 조화를 이룬 '뮤지엄 파크'가 탄생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이고, 세계인이 방문하고 싶은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뮤지엄파크에서 품격있는 삶, 여유로운 삶이 가능해진다고 최광식 관장은 말한다. 그러면서 "21세기는 문화복지의 시대입니다. 국민들이 문화적 혜택을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국립중앙박물관이 앞장설 겁니다"고 힘주어 말한다.

박물관은 걸어온 길을 어루만지는 곳이며 나아갈 길을 미리 보는 곳이다.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길의 중앙에 우뚝 서있다. 최광식 관장은 그 길을 따라 내일을 향해 가고 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53년 서울생. 고려대 학사ㆍ석사ㆍ박사. 한국역사민속학회 회장, 한국고대사학회 회장, 한국사전문 국제학술지 코리안히스토리 편집위원회 의원, 고려대학교 박물관 관장, 중국 고구려 역사왜곡 대책위원회 공동위원회 회장, 국제고려학회서울지회 회장, 한국고대사학회 고문, 고려대 인문학부 한국사학과 교수, 국립중앙박물관장. 제 10회 전국박물관인대회 대통령 표창(2007년)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의 박물관 역사는 1909년 11월 창경궁 제실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1910년 한일합방이 되면서 이왕가박물관으로 격하되고, 1915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창경궁에서 ?겨나 1930년대말 덕수궁으로 옮겨져 미술관으로 또다시 격하된다. 그러나 총독부는 이왕가 박물관의 유물을 빼앗지는 못했다.

국립박물관은 1945년 광복과 함께 경복궁 내 건물에서 정식 개관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전에 국립박물관을 개관한 것은 박물관의 가치를 깊이 인식한 것이다.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12월 3일 국립박물관이 서울에 서고, 북한은 이틀 앞서 12월 1일 평양에 박물관을 정식 개관, 남북간에 박물관을 놓고 '정통성'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립박물관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중요 유물 2만점을 부산으로 소산하고 부산대학교 박물관, 경주 박물관 등지로 전전한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박물관의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제주도로, 만일의 경우엔 미국 하와이로 이전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박물관 유물을 국가 정통성의 상징으로 중요하게 여겼다.

이후 박물관은 1953년 경복궁으로 돌아왔으나 다시 경복궁에서 남산분관 자리로 옮겼다가 1955년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 1969년 덕수궁미술관과 통합된다. 제실박물관에서 출발한 한국의 최초 박물관이 비로서 국립박물관으로 흡수돼 하나가 된 것이다.

1972년에는 다시 경복궁 안에 있는 새 건물로 이전되는데, 규모나 시설 면에서 박물관으로 부적합하여 1986년 중앙청 건물을 개수하고 새로이 자리를 잡는다.

1993년 정부는 서울 용산에 새로운 국립중앙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1997년 기공식을 거쳐 2005년 10월 28일 새 국립중앙박물관을 개관한다. 1945년 경복궁에서 처음 개관한 이후 60년의 역사 속에서 6차례나 이전하는 시련을 겪어야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이 다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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