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④ 80대1 경쟁 뚫고 국립발레단 입단… 작년 발레협 신인상 수상도

현재 한국 최고의 발레리나는 누굴까. 사람들은 해외에서는 강수진, 국내에서는 김주원을 꼽는다. 두 사람은 최고의 발레리나에게 주어지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수상한 '유이한' 발레리나들.

그래서 호사가들은 '포스트 김주원'의 자리를 놓고 현재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잇따라 휩쓸고 있는 어린 발레리나들을 후보에 올려놓곤 한다. 그중 가장 자주 입에 오르는 사람은 역시 국립발레단의 드미솔리스트인 김리회(22)다.

무려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발레단에 입단할 당시 김리회는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 학생 신분이었다. 대학생이지만 그의 나이는 당시 19세에 불과했다. 선화예중 3학년 때 한예종 영재시험에 합격해 고등학교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한예종 무용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과 발레단 입단(2006년) 사흘 만에 '스페셜 발레 갈라'의 개막 첫 무대 주역을 맡긴 것은 그에 대한 발레단의 기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 해 연말에는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인공 마리 역을 맡아 국립발레단 사상 최연소 주역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연소 주역'이라는 영예보다, 그런 기회에서 제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선생님의 지도에 성실히 따르면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랐던 학생 시절과는 달리, 최고의 발레 무용수들이 경쟁하는 국립발레단은 프로 발레리나로서의 김리회를 검증하는 무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입단 이후 신예 발레리나에게 잇따라 맡겨진 주역은 신예 김리회에겐 적잖은 부담이 되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국립발레단 주요 공연의 주역을 도맡아 <백조의 호수> 오데트부터 <스파르타쿠스> 예기나 역까지 다양한 역을 소화해내며 보란듯이 기대에 부응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발레단에 들어온 저에게 좋은 기회를 많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이죠. 그런 기회를 주신 분들에 누가 되지 않게 맡겨진 역할을 잘 소화하려고 노력해왔어요."

별다른 롤모델이 없는 아시아 초연 작품에서도 선배들에 필적하는 기교와 표현력으로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러시아의 세계적인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이 조지 발란신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안무한 <뮤자게트> 공연에서는 수석무용수인 김주원, 윤혜진과 함께 세 명의 뮤즈 중 한 명로 등장해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많은 안무를 고난도의 테크닉으로 무리없이 소화해낸 것.

하지만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어린 예술가들이 빠지기 쉬운 자만의 유혹과 기대의 부담을 그는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늘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보완해야 할 점도 잘 알고 있다.

"X자형 다리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힘이 없고 무릎도 약한 점이 단점이에요." 그래서 그는 지난해 부상 치료를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를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하며 근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작년 연말 한국발레협회가 주는 신인상을 수상하며 또 하나의 경력을 추가한 김리회의 목표는 뜻밖에도 거창하지 않다. "발레는 몸을 다쳐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힘 닿는 대로 열심히, 그리고 오랫동안 발레를 하는 게 희망이에요."

현재 김리회는 3월 20일부터 시작되는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를 준비 중이다. 발레 팬들은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의 김리회가 표현하는 새로운 계모 연기를 볼 수도 있는 기회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