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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윤영달 크라운해태 그룹 회장
"송추 아트밸리 꿈이 익어갑니다"
매주 월요일은 '조각가 데이'… 예술가들의 사랑방 '아트숍' 완공도
"예술적 감각있어야 맛있는 과자 만들 수 있다" 경영철학
야외조각 공원서 미술·음악공연 어우러진 테마파크로





글ㆍ사진 송추=박원식기자 parky@hk.co.kr  



"(윤영달) 회장님이 워낙 예술가들을 좋아하셔서요…"

국내 제과 업계의 '절대 강자' 크라운해태 그룹의 윤영달 회장은 요즘 매주 월요일이면 경기 송추로 출근한다. 과자나 사탕 제품에 대한 연구나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서? 아니, 이 곳에 조각 미술을 주제로 하는 '예술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다.

윤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예술 공원은 한 마디로 산과 계곡을 낀 드넓은 자연 속에 미술 작품 전시와 음악 공연 등이 어우러진 종합 문화예술 테마 파크. 송추 유원지 인근 150만 여 평의 산자락과 계곡에 들어선다고 이름도 '아트 밸리(Art Valley)'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장흥면에 속해 있지만 장흥 유원지는 산 너머에 자리하고 있어 정확히 이름 붙이자면 지역 명을 곁들여 '송추 아트 밸리'.

1-윤영달 크라운해태 그룹 회장
2-윤영달 회장이 직원들이 만들어 준 인물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3-윤영달 회장이 아뜰리에에서 자신이 손수 만든 조형작품 위에 올라가'퍼포먼스'시범을 보이고 있다
4-윤영달 크라운해태 그룹 회장이 송추 아트밸리의 아트숍 레스토랑에서 조각가들과 월요 정례 모임을 갖고 있다.
"자꾸만 사람들이 이 곳에 골프장을 지으라고 바람을 불어 넣었는데 제가 단호하게 사양(?)해 왔습니다. 10년 넘게 그 얘기를 듣고도 '눈도 깜빡 안 했으니' 잘도 버틴 거지요. 몇몇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골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예술 공원이 훨씬 낫지 않나요!"

선대 회장부터 30년째 갖고 있던 넓은 공간을 윤 회장이 예술 공원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한 적극 행보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07년 봄 무렵부터. 이 때부터 윤 회장은 산길을 다듬고 작품들을 설치하는 등 예술 공원 조성을 위한 본격 작업에 나섰다.

"산 속 임도(林道)를 따라 가다 보면 곳곳 마다 예술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론 나무 조각 작품, 다른 곳에서는 석조물, 또 설치 미술 작품들, 그리고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곳 까지 모두 예술을 주제로 꾸며 놓았습니다."

아트 밸리 전체 공간 150만 여 평은 두 개의 커다란 산과 그리고 이들 두 산을 끼고 계곡이 흐르는 모양새로 지형이 형성돼 있다. 양쪽 산 자락을 따라 이어진 도로는 각각 6km에 이르는 예술 산책로로 조성되고 있고 이들 도로는 모두 가운데 계곡으로 길이 합쳐진다.

"아마 직원들의 참여가 없었으면 이만큼 오기도 힘들었을지 모릅니다." 크라운해태제과 그룹의 직원들은 매주 주말이면 이 곳 아트 밸리를 소그룹으로 나눠 찾는다. 가족과 함께 찾아 와 예술 작품도 스스로 만들어 보고 예술 공원을 완성하기 위한 아이디어 제공과 행동에 손수 나서는 것.

특히 부서별로 19개 팀으로 나눠 각각 만들어낸 조형물들은 '웬만한 예술가 뺨 칠 만큼' 훌륭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짚을 이어 만든 허수아비 조각 작품이나 나무를 깎아 만든 3가지 표정의 회전 얼굴조각상 등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많이 끄는 작품들. 한 번 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날 정도다.

"크라운해태 직원들의 예술적 감각은 상상 이상입니다. 직원들이 조금만 더 잘 했다면 제가 조각을 관두려 했잖아요. 수준을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이 곳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작품 활동에 나서고 있는 조각가 최성철 작가는 직원들이 완성해 낸 작품들에 대해 재미있게 '엄살을 보태' 극찬한다. 실제 윤 회장은 최근들어 여러 예술 작품들 중에서 직원들의 투표를 거쳐 구매를 결정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직원들의 예술적 안목을 높이 산다는 증거다.

"이제는 예술적 감각이 없으면 크라운 제과에서 직원으로 일하기 힘듭니다(?).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맛있는 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윤 회장님과 회사의 철학이거든요." 소성수 홍보팀장은 "크라운해태 그룹은 CEO의 경영 철학이 직원들에게도 성공적으로 전해지고 있고 임직원들이 하나의 같은 철학으로 무장돼 있는 회사"라고 소개한다.

윤영달 회장의 아트 밸리는 최근 '아트 숍' 빌딩이 완공 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바로 계곡 초입에 널따랗게 들어선 새하얀 바탕색의 건물. 아트 작품들도 전시되고 일반인들을 위한 아트 기념품도 판매하게 될 이 곳은 예술가들을 위한 사랑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해부터 매주 월요일 마다 예술가들을 초대해 자리를 함께 해 오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아트 밸리를 어떻게 하면 잘 꾸밀 수 있을 것인지 아이디어도 구하고 작품 활동에 애로가 뭔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이자 기회인 셈이지요."

1-아뜰리에의 전시장
2-개장을 앞둔 아트밸리의 아트 숍 & 레스토랑
3-3면이 각각 다른 표정을 띠고 있는 나무 조각상
4-크라운 해태 직원들이 만든 대형 허수아비
윤 회장이 폭 넓게 만나는 예술가들은 다양하지만 특히 최근에는 조각가들이 많은 기회를 차지한다. 아무래도 아트밸리가 야외 조각 공원의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이들의 참여가 중요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원래 미술을 비롯해 예술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관심이 많은 편인데 최근에는 분야를 조각으로 조금 좁혔습니다." 좀 더 안으로 파고들고 심도를 높여 보자는 의도에서다. '왜 예술 중에서도 조각이 더 좋은가'에 대한 질문에서 윤 회장은 간결하고도 쉽게 대답한다. "쓰리디(3Dㆍ3Dimension), 3차원이라 좋은 거죠!"

완공은 됐지만 아직 정식 개관을 하지 않은 '아트 숍'은 앞으로 '아트 레스토랑'으로도 활용된다. 벌써 윤 회장과 조각가 예술가들을 위한 만남의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는데 무엇 보다 음식 메뉴가 특이하다.

"아트 숍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인근에 맛있게 음식을 내놓는 유명 식당에 주문해 음식을 배달받아 내놓기로 했죠. 처음 레스토랑 하나가 더 들어선다고 마땅찮아 하는 듯 하던 식당들도 적극적으로 음식 자랑에 나서면서 서로 친구가 돼 더 좋습니다."

아트 숍 실내에서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내다 보이는 아트 밸리의 전경 또한 '예술'이다. 산 정상과 등성, 계곡까지 정확히 포괄하는 시야를 확보하고 바깥에 설치해 놓은 대형 예술작품도 함께 조화를 이룬다.

"저기 산 정상에 까만 색으로 보이는 나무 있죠. 모두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소나무들입니다. " 아트밸리는 이들 장수 소나무들만을 주제로 한 공간도 별도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성인이 두 팔을 벌려 품을 때 아름들이 100cm는 넘는 대형 사이즈. 시내에서는 웬만해서는 보기 어려운 소나무들이다.

윤 회장과 예술가들을 위한 사랑방과 함께 예술 작가들을 위한 '아뜰리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변의 건물들을 사들여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 겸 전시실로 사용하기 위한 것. 벌써 조각가 최성철 작가가 입주해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1층에 마련된 전시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윤 회장의 작품. 여러 가닥으로 이어진 길다란 철봉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돼 있다. "누구나 자유스럽게 자신만의 작품을 연출해 보라고 만들어 본 거예요."

윤 회장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냥 만들어 봤다'고 겸손하게 소개한다. 하지만 그의 의도에는 깊은 속내와 배려가 숨어 있다. "장난 수준이죠. 뭐. 작가 스트레스용(?)입니다. 시원찮은 작품 만들면 '나도 이런 것 한다. 작가도 아닌데 이 정도는 만든다'는 것을 보여 주기위한 것이죠. 작가들도 (좋은 작품을 위해) 항상 자극 받아야만 합니다."

아뜰리에 1층 사무실에는 윤 회장의 미술 책들이 가득하다. 직접 해외에서 사온 진귀한 조각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 "요즘은 주로 조각 관련 책들만 사옵니다. 최근 독일 과자 전시회에 갔다가 130kg어치 책을 사왔어요. 대략 100권은 될 겁니다." 이 곳에는 윤 회장이 아직 읽지 못한 책들만 갖다 놓았다. 나머지 소장하고 있는 미술 서적들은 서울 남영동의 크라운해태 조각 서가에 보관돼 있다. 어림 잡아서도 무려 수천 권. 거의 모두 조각을 비롯한 미술 서적들이다.

'조각가들의 공원' 아트 밸리는 일반 시민과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자는 윤 회장의 생각과도 연결된다. 아트숍에서 산 중턱 조각로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경사가 적게끔 만든 것은 장애인들을 위한 고려. 장애인들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도 맘편히 둘러 볼 수 있도록 했다.

야외 공연장을 만들어 음악 콘서트를 여는 것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대입 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이 올 겨울 이 곳을 찾아 음악과 함께 '맘껏 외칠 수 있는' '질러라 고3' 이벤트도 윤 회장이 직접 기획 입안중이다.

"일차적으로 국민들이 조각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조각가가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윤 회장은 "조각가나 예술가들이 순수하다"고 말한다. "제가 장사꾼 출신이어서 그런지 조각가들은 장사할 줄 모릅니다. 너무 감각이 없어 안타깝게 느껴지니까요."

윤 회장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비단 조각에만 그치지 않고 폭이 넓다. 얼마 전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유명 국악인과 신진들을 초청, 고객들을 위한 국악 한마당 공연을 이틀간 치렀다. 그 자신 또한 이탈리아의 베로나시 아레나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 공연은 꼭 찾아 가 볼 정도로 높은 안목을 자랑한다. 문학을 좋아 해 예전 문학잡지를 발간한 적도 있다.

"우선 조각 분야부터 먼저 착수하는 것인 셈이죠. 하루는 조각가들, 다음은 국악인들, 그 다음은 문인들이 찾아 오는 예술의 사랑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예술에 관심이 있는 기업인들과 후원자도 자리를 함께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전 '그냥 앉아만' 있을 것 같네요."

시원하면서도 호탕한 웃음이 인상적인 윤 회장은 무척 소탈하다. 옆 자리 사람이 살짝 입만 대고 마시다 만 남은 와인을 가져다 잔에 붓고는 아무 거리낌 없이 마시는 그의 모습에서는 감히 '재벌 기업의 회장'이란 권위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 꼭 친근한 이웃집 어르신처럼…. 명함에도 자신의 휴대폰 전화 번호가 적힌 것을 자연스럽게 건넬 정도다. "휴대폰 여러 개 갖고 계시죠"라고 (실례를 무릅쓰고 일부러라도) 물어 보고도 싶었지만…. 과연 전화를 걸어 직접 확인해 보는 이들은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예술을 사랑하는 윤영달 회장이 앞으로 그려 나갈 아트 밸리의 미래 모습은 벌써부터 기대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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