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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표 작가, "털은 작품 구상의 원동력이자 시작점"
문화계 앙팡테리블
오브제들의 '황당한 만남' 통해 다양한 이미지의 무한 상상 세계 표현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책 위에 올려진 구두에 얼룩말이 있다. 뒤로는 호수를 연상시키는 물이 고여있고, 이 물에서는 나무가 자란다. 게다가 바닥에 깔린 동물의 털가죽은 폭포처럼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김남표(39) 작가의 작품은 오브제와 배경, 실제로 이를 구성하는 털가죽과 같은 재료들이 한 화면 안에서 묘하게 공존한다. 다양한 이미지의 조합이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 공간을 '인스턴트 풍경'으로 규정짓고 다양한 오브제들을 즉발적으로 묶어내 시각화 함으로써 '김남표식 스토리텔링'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캔버스에 진짜로 털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으세요. 원래는 전면 털 작업을 한 후 그 결에 따라 생기는 다양한 문양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했었는데 지금은 일부분에 인조털을 붙이고 그 다음 떠오르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식으로 작품 창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털은 오브제이기 이전에 작품 구상의 원동력이자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화폭에 털을 붙이고 난 뒤 비로소 연상되는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작품 속 내용이나 의미보다는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작업 형식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커피잔에서 폭포가 떨어진다거나 커피잔에 발을 담근 말 등과 같은 작품이 모두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죠. 오브제는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어요. 다만 특정 오브제를 통해 똬리를 틀 듯 이어지는 이미지 연상작용이 제 작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작가는 2000년 작가공동그룹 '막'의 일원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재개발 지역이나 초·중학교, 터널 등의 공간에서 공동설치미술작품을 선보이며 작가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2001년 방배동 재개발지역에서 선보인 막의 첫번째 프로젝트 <재건축전>은 한국문예진흥예술원 전시기획부문 선정전시로 꼽히기도 했다. 상업화랑이 대세를 이루던 2004년에는 지금의 대안공간과 같은 '비닐갤러리'를 만들고 개관전 를 열어 화제를 모은바 있다. 크고 작은 전시는 물론 무대 디자인 작업까지 진행하며 넘치는 열정을 보여준 막은 2006년 소마미술관에서 가진 <내일-토끼사냥의 필연>전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김 작가는 막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자신을 성공적인 홀로서기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막의 초창기 멤버는 5명이 였어요. 그러다 저와 신명선 작가, 최용신 작가 셋이 남았고 창작예술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춘 막의 활동은 현재 제 페인팅 작업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막의 정신을 토대로 캔버스 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물들의 조화를 담아내고 싶어요. 오브제들의 '황당한 만남'을 추구한다고 할까요. 느닷없이 또는 터무니없이 등장하는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볼 생각입니다."

현재 가나 아트의 장흥 아뜰리에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김 작가는 오는 3월 '강남 가나아트'에서 개인전을 열고, 얼마 전 연희동에 개관한 'YHD 갤러리'의 개관 기념전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200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캔버스 아트 인터내셔날에서 가졌던 전시 후속으로 4월 말 네덜란드 미술 애호가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완성된 작품만큼이나 작업 방식과 흐름 역시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김남표 작가에게서 앞으로의 미술계 순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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