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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리스트 장대건 "긴 여백이 클래식 기타 매력이죠"
'가장 스페인적인 한국인' 찬사… 3집 앨범 녹음 위해 방한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1999년 7월, 스페인이 품어낸 세계적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Joaquín Rodrigo Vidre)는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3살에 시력을 잃어 평생을 어둠 속에 살았던 로드리고. 그러나 그가 남긴 음악적 색채는 우리 눈이 인지하는 것보다 다채롭다.

2009년 2월 19일, 로드리고의 서거 10주년. 이를 맞아 스페인에서는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3000여 명의 청중이 운집한 마드리드 국립음악당에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로드리고의 대표작품을 연주했다. 공연의 백미는 로드리고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아랑훼즈 협주곡'(우리에겐 토요명화의 테마곡으로 잘 알려졌다)의 기타 협연.

이 곡을 위해 한국인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가장 스페인적인 한국인'이라는 찬사를 받는 장대건(35)이 그 주인공이다. 마침 3집 앨범 녹음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제 평생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요. 동양인 중에서도 한국인이 협연자로 나선 데 많은 분이 관심을 뒀다고 해요. 스페인 대표 작곡가의 곡을 연주한 건 기타리스트로서 큰 영광이었습니다."

로드리고의 딸, 세실리아 로드리고는 축사에 ''대건 장'과 같은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공연'이라고 적었을 정도로 스페인에서 '기타리스트 장대건'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타레가(Francisco Tárrega Eixea), 영화 '금지된 장난'의 예페스(Narciso Yepes), 세고비아(Andres Torres Segovia) 등 걸출한 작곡가와 기타 연주자들이 탄생한 토양이다. 장대건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이다.

17살에 유학을 떠난 그가 국내에 알려진 건 1997년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국제 콩쿠르 기타부문 입상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이후에도 20여 차례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그에겐 두 명의 스승이 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유학을 결심하게 했던 호세 토마스 교수와 바젤 음대의 오스카 길리아 교수이다. 이들 모두 세고비아의 애제자이자 위대한 음악가로 이름이 높다. 장대건은 그들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이기도 하다.

"토마스 선생님은 작곡가 의도를 충실히 파악해 연주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저만의 음악적 영역을 확장시키기엔 어려움이 있었지요. 길리아 선생님에게선 악보를 마음으로 읽어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림을 감상할 때 색상의 조화나 터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받는 느낌을 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지난 2007년 내한한 바 있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알바로 피에리 역시 장대건을 가르친 적이 있다. '가장 스페인적인 한국인'이라는 찬사를 보냈던 이도 바로 피에리였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피에리는 내한 당시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할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로 장대건을 회상했다.

천 년의 역사가 숨 쉬는 학문과 문학의 도시, 스페인의 살라망카에서 사는 장대건은 그곳을 거점으로 세계무대를 누빈다. 스페인 전역과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는 물론 멕시코와 일본에서도 그의 독주회가 열린다. 특히, 지난해 열린 일본에서의 3개 도시 순회공연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준비해간 음반은 순식간에 동났고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관객들은 긴 줄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바라키현의 야사토마치에 위치한, 기타 모양의 '기타의 전당'(Palacio de la Guitarra)에서는 매달 연주회가 열리지만 연간 외국인 연주자는 네 명 이상 초청하지 않는다. 게다가 클래식 기타 연주에 최적의 음향으로 수많은 클래식 기타 연주자들의 꿈의 무대이기도 해, 한 차례이상 초청받기도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공연으로 장대건은 이례적인 연주자로 남게 됐다. 열렬한 청중들의 호응으로 내년에 그는 '기타의 전당'을 포함한 일본의 5개 도시 순회공연 요청을 승낙한 상태다. 올해는 스페인에서의 3~4차례 연주회와 대전에서 열리는 기타 페스티벌, 그리고 몇 차례 비공개 연주회와 독주회가 기다리고 있다. 그를 만날 무대는 적지 않은 듯하다.

그는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음악 레퍼토리까지 아우른다. 덕분에 2003년 이후 매해 국내에서 열리는 그의 독주회 레퍼토리는 매번 새롭다. 그로 인해 초연된 현대음악도 상당수다.

"세계적으로 보면 주류이고 기타 史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곡들인데, 국내에서는 초연인 경우가 많아요. 고전적인 작품만 연주하는 것보다 우리가 몸 담그는 현대의 예술을 외면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고전음악도 당시에는 획기적인 현대음악 이었을 거거든요."

2006년 '송 오브 더 기타', 2008년 '스페인의 인상'. 두 장의 앨범은 마음의 결을 흔드는 감성과 밀도 높은 연주력은 국내 팬들을 매혹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1집에는 원곡이 노래인 작품과 멜로디를 느낄 수 있는 소품들로 꾸며졌다. 친근한 곡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누가 들어도 어렵지 않다. 2집은 낭만적 정서의 스페인 음악이다.

세 번째 앨범에는 어떤 곡들이 담길까? "음반을 작업할 때마다 테마를 가지고 해요. 이번 앨범에선 고전과 낭만 시대 작품으로 예술세계를 충분히 드러내려고 합니다." 소르의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메르츠의 '엘리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기타 2중주는 기타 솔로로 편곡했다.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라 로마네스카'도 담길 예정이다. 원래 이 곡은 르네상스 춤곡이었다고 한다.

"기타는 음량이 작아요. 그래서 음의 여운은 짧지만, 음이 끝나고나서 여백의 아름다움은 참 오래 남죠." 동양화 같은 여백의 미를 그는 클래식 기타가 가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살 반, 손톱 반'의 각도를 달리하면 무한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그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유난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대건은...

1974년생. 17살에 스페인으로 유학. 리세오 왕립음악원과 에스콜라 루티에르, 알리칸테 고등 음악원, 그리고 스위스 바젤 음대에서 수학했다. 그곳에서 고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섭렵했다. 특히, 세고비아의 마지막 제자인 호세 토마스(Jose Tomas)를 비롯해 오스카 길리아(Oscar Ghiglia), 마누엘 곤잘레스(Manuel Gonzalez)등 세계적인 거장들에게 사사했다.

1997년 스페인의 마리아 카날스 국제 콩쿠르 기타 부문 3위에 입상하며 크게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까지 스페인 루이스 밀란 국제 콩쿠르와 사라우츠 국제 콩쿠르, 멕시코 쿠쿨칸 국제 콩쿠르를 비롯 20여 국제 대회에서 입상했다. 현재까지 2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스페인은 물론 유럽 전역과 멕시코, 일본, 서울에서 초청연주와 협연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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