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컨설턴트 노희영 합성 첨가물 0% '마켓 오'로 프리미엄 과자 시장 석권… 웰빙 트렌드 이끌어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아니 그보다 일에 미쳤다. 원하는 것을 하고 안 되면 될 때까지 화를 낸다. 그렇게 만들어낸 것들은 반드시 히트를 친다. 대한민국 트렌드 발신지인 청담동의 판도를 몇 번이나 바꾼 여자, 노희영이다.

노희영에게 마켓 오를 묻다

마켓 오는 '합성 첨가물 0%'를 표방하는 과자다. 합성 착색료는 물론이고 산도 조절제나 향미 증진제처럼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재료들까지 전부 뺐다.

마가린과 쇼트닝 대신 카놀라유를 쓰고, 이스트 대신 실온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발효시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의 가격은 브라우니 4개들이 한 상자에 3000원. 크기까지 따지면 초코파이 가격의 5배가 넘는데 과연 사먹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마켓 오는 지난해 말 출시된 이후로 올해 3월까지 약 4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금까지 모기업인 오리온에서 나온 모든 과자들의 기록을 갈아엎었다.

브라우니에서 시작해 감자칩, 크래커로 이어진 시리즈는 차례차례 대박을 터뜨리며 국내에 프리미엄 과자 시장을 새로 열었다. 마켓 오 기획부터 제작, 판매의 전 과정에는 노희영 이사가 있었다.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될 때까지 싸우는 거지. 그러면 다 돼요."

합성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거침없이 말했다. 마켓 오는 과자 이름이기 전에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웰빙 퓨전 레스토랑인 마켓 오로 성공한 그녀는 곧바로 이번에는 웰빙 과자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제과에는 '초짜'나 다름없는 그녀의 제안을 오리온은 선뜻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두께를 더 얇게 만들어라' '기름을 다 빼라'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주문에 수십 년간 과자만 만들어온 제과업자들은 황당해 했다.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으니까 바꾸기가 쉽지 않았겠죠. 그래도 어쩌겠어. 될 때까지 계속 못살게 구는 거야. 거기도 기술력이 있으니까 결국엔 가능했죠. 마켓 오는 웰빙에 대한 내 고집과 오리온의 기술이 만난, 그야말로 하이브리드예요."

마켓 오의 성공은 비단 그 건강한 콘셉트 때문만은 아니다. 웰빙 먹거리가 각광 받고 있다고 해도 햄버거 가게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세상이다. 맛 없는 음식은 어떤 다른 장점을 들고 오더라도 결국엔 외면 받게 되어 있다. 마켓 오는 이 기본 원칙에 충실했다.

브라우니에서는 진한 생 초콜릿이 씹히고 워터 크래커에 발라 먹는 흑임자 스프레드는 따로 출시해도 좋을 만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맛에 이어서 거기에 어울리는 질감과 모양, 그리고 빨강, 파랑 일색을 탈피한 아이보리 색의 패키지가 갖춰지기까지 그녀는 열심히도 싸웠다. 출시 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까지 반응이 뜨겁게 올라오는 데에는 노희영 자신도 놀랐다.

"솔직히 열등감이 있었어요. 청담동에서만 먹히는 사람이라는. 지금까지 오픈한 레스토랑도 전부 강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잖아요. 마켓 오는 최초로 전국적인 호응을 얻은 케이스예요. 작은 사치, 스몰 인덜전스(small indulgence)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적중한 거지. 아이팟처럼."

노희영에게 트렌드를 묻다

그녀는 매번 유행을 몰고 다녔다. 유행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몰고 왔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패션을 전공한 그녀는 로맨틱한 리본 장식 천국이던 대한민국 슈즈 업계에 블랙 & 화이트로 대변되는 브랜드 무크를 론칭한 주역이다. 패션 사업에서 손을 떼고 외식업계로 건너온 후에도 기존 트렌드에 어깃장 놓기는 계속 됐다.

퓨전 레스토랑을 퍼뜨리고 슬로우 푸드 카페, 누들바 등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했다. 이런 그녀를 새로움 자체에 중독됐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반대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자 하는 구태의연한 욕심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주장한 것들은 그대로 최신 유행이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음 트렌드는 뭐가 될까요?"라고 묻는 것은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거침없이 내뱉는다.

"앞으로는 스타 쉐프가 있는 하이 엔드 레스토랑 아니면 대기업에서 하는 소규모의 캐주얼 다이닝, 둘로 나눠질 거예요. 메뉴 가짓수나 다른 걸로 승부하는 건 오래 못 가. 맛이 아니면 오래 갈 수가 없어요."

스타 쉐프라면 그녀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초보 쉐프들의 레스토랑 창업기를 다룬 TV 프로그램 '졸리 갹송'에서 멘토로 출연한 그녀는 평소 거칠 것이 없는 성격 그대로 직설적인 조언을 퍼부어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희영 이사가 말하는 최종 목표는 뜻밖에도 한식이다.

처음 외국인을 데리고 한국의 맛을 보여주려고 했을 때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 화가 나는 일은 내로라하는 특급 호텔에서조차 한식이라고 부를 만한 음식이 없었다는 것. 그때부터 60세가 넘으면 제대로 된 한식 레스토랑을 차리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한식의 가치를 인정을 안해요. 설렁탕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스파게티의 3배야. 그래도 한식에는 돈을 안 써요. 한식뿐이 아니야. 술에는 300만원씩 쓰면서 음식에 300만원 쓰는 건 미쳤다고 하지. 그러니까 음식이 발달을 못하는 거야."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모모후쿠로 미국에서 퓨전 한식을 알리고 있는 데이비드 장을 둘러싼 논란을 일축 시키며 말한다.

"정통 한식이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우리끼리 맛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야죠."

이제나저제나 변하지 않는 그녀의 기준은 맛이다. 이 정도 고집이라면 언젠가 먼 땅에서 노희영표 한식에 반한 외국인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