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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장남·시는 막내 보는 심정"
[문화계 앙팡테리블] ⑪ 문학평론가 신형철
집요한 읽기·매혹적 글쓰기 '몰락의 에티카' 한국 문단의 지형도 그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사진=최흥수 기자



‘진화하는 소설 기계의 탄생!’

김경욱 작가의 다섯 번째 단편집이 나왔을 때, 문학평론가 서영채는 그 앞에 이런 수식어를 붙였다. 이 말에 기대어 서른 셋, 젊은 문인 신형철을 소개한다.

‘비평 기계의 탄생!’

그는 2005년 ‘문학동네’ 봄호에 평론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4년여 짧은 기간에 한국문단의 지형도를 그리는 평론가로 성장했다. 지난 해 출간한 그의 첫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는 이런 활동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700여 페이지의 두툼한 책은 김훈, 박성원, 김영하 등의 작가론을 비롯해 14편의 작품 비평, 한국 시단에 대한 진단 등 ‘전방위적 글쓰기’가 펼쳐진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몰락의 에티카다. 온 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자들을 내세워 삶을 바꿔야만 한다고 세계는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중에서)

평론가로는 보기 드물게 자기 문체를 가졌다는 평을 들을 만큼 그의 스타일은 눈에 띈다. 비평은 새롭고 친절하며 재미있다. 1970~80년대 비평의 시대가 지나간 이후로 침체됐던 비평계에서 신형철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다.

“평론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으면 계속 들여다봐요. 뭔가 끌리는 게 있으니까 보는 건데, ‘무엇이 나를 끌어들이나’ 이걸 논리적인 언어로 이끌어 냈을 때 (평론이) 끝나는 거죠. 좋은 작품일수록 그게 금방 드러나지 않죠.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뭔가 안 드러나면 나올 때까지 버텨요.”

집요한 읽기와 매혹적인 글쓰기로 그는 문단은 물론 대중에게도 이름을 각인 시켰다. 이상과 윤동주부터 김애란과 이기호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폭 넓은 비평 또한 2000년대 젊은 평론가에게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다만, ‘혈통이 다른’ 두 장르에 대해 그는 다른 애정을 보인다. 시는 사회적 메시지보다 ‘새로운 언어’를 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테면 시(詩)만이 할 수 있는 장르적 특성에 집중하는 셈이다. 소설은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읽는다.

인터뷰에서 비유를 즐겨 사용했던 그는 “소설은 장남을 볼 때 심정, 시는 막내를 보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하기 방식은 그의 비평을 흥미롭지만, 결코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는 두 가지 상반된 양식의 글을 좋아한다고도 말했다. 마르크스의 ‘헤겔 법철학 비판을 위하여’ 같은 불 같은 문장과 마루야마 겐지의 ‘달이 울다’와 같은 물 같은 문장을 모두 사랑한다고 말이다. 이를 테면, 그는 ‘좋은 문장’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 사회적 영향력을 떠나 작품의 미학을 우선으로 여기는 듯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누군가? 아직도 그의 문학적 지표가 궁금하다면, 그의 평론에 관한 어느 문인의 찬사에 귀 기울여 보자.

“저 비평과 비판의 악무한 속에서, 신형철의 글은 단연 빛난다. 비평이 더 이상 창작에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된 것도 그의 덕이다.”(권혁웅, 시인 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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