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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에 한국현대사를 담다
사진가 최민식
신문 연재글·대학 강의록·30여 대표작 엮어 50년 사진 인생 책으로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사진가 최민식(80)의 작품 세계와, 한국사진사에서의 위치에 대해서는 몇 개의 인용으로 갈음하는 편이 나을 듯 하다. ‘열화당 사진문고’에 수록된 소설가 조세희의 글이다.

“유럽인이 만든 작은 사진기에 미국 이스트먼 코닥사의 흑백 필름을 넣어 들고 1950년대 중반 이후의 조국을 찍기 위해 거리로 나서는 작가의 모습을 나는 상상할 수 있다. 사진기라는 도구를 들어 눈에 댔을 때, 그의 망막을 아프게 찌른 것은 상처 입은 동족의 슬픈 얼굴이었다. 민족주의는 박살이 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고통과 억압이 아주 넓게 퍼져 있는 땅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것은 희생자들이 직면한 악몽과 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었다.(중략) 최민식은 바로 이 악몽과 같은 우리 땅 현실과 맞서며 사진가가 된 사람이다.”

혹은 자갈치 시장 풍경을 하도 찍어 ‘자갈치 아저씨’가 된 사연을 더듬어 봐도 좋다.

“내가 자갈치시장이라는 현장 속에서 찾으려 한 것은 서민상이었다. 인물사진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나로서는 자갈치시장이야말로 서민이 몸담고 있는 사회적 공간이었다. 카메라에 인물을 담을 때 그 인물의 모습은 그가 속해 있는 사회와 결부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그 인물의 정체성은 사회적 환경을 통해서 표현된다. 특히 서민상을 나타내는 작업은 카메라에 담길 때 독특한 질감을 보여준다. 소박하고 매끄럽지 않은 질감, 위태로워 보이는 구도, 어수선한 분위기. 이런 것은 그곳이 삶의 한가운데이기에 나타나는 모습들이다. 자갈치 시장은 충분히 그런 곳이다.”(‘낮은 데로 임한 사진’ 중)

50년 동안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사진집만 13권이다. 국가의 발전된 상 대신 가난한 사람들을 찍었다는 이유로 군사독재 시절 고초를 겪기도 했다. 자신의 말마따나 “한국 현대사를 산” 사진가다. 작년 국가기록원은 그가 평생 찍어온 필름을 영구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계에서 최초의 일이다.

당신이 새 책 ‘낮은 데로 임한 사진’(눈빛출판사)을 냈다. 부산의 한 일간지에 연재한 산문과 대학 강의록, 30여 점의 대표작을 엮었다. 그의 인생과 사진 철학, 그것의 생생한 증거들이다. 그 이음새가 촘촘하다. 사진가 최민식의 삶이 이런 글과 사진, ‘리얼리즘’으로 불려 나올 수밖에 없는 연유다.





책을 읽노라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어떻게 여전히, 역사의 질곡과 그 참담한 부조리와 악다구니 쓰게 만드는 가난을 고스란히 겪어왔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지. 어떻게 여전히 ‘청년’인지. “인간의 마음은 선하다”, “나는 우리 모두가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신의 피조물이라고 믿는다”는 문장들은 치열했다. 절망한 적은 없었는지 물었더니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15년 동안은 내내 어려웠다. 소득이 없었거든. 그런데 신부님들이 도와주셨다. 그 분들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겠지. 지금은 괜찮다. 그나마 사진이 인정 받아서 여기 저기 강의도 하니까. 기회가 된다면 아프리카 난민들을 도울 생각을 한다.”

다른 무엇보다 나눔의 체험이 그에게 인간에 대한 영구한 희망을 심어주지 않았을까.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다. 작품 활동이 왕성할 뿐더러 그 안에 담긴 열정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체력, 심지어 외모마저도 젊다. 얼마 전에는 취재진이 자신을 몰라보고 “선생님은 언제 오시냐”고 물어 “형님은 한 5분 후에 오실 텐데”라고 농담을 하셨다고 했다.

“예술을 하고, 이렇게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끊임없이 독서하고 걷고 사람을 많이 만나니까 채워지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이 내게 인물사진을 할 수 있는 ‘눈’을 주셨다. 아직도 3m, 5m 떨어진 사람들 얼굴이 훤히 보이거든. 그렇지 않으면 풍경을 찍어야 할 텐데. 감사하다.”

이 눈 밝은 사진가는 가까운 얼굴에서 인류를 보고, 가난한 풍경에서 행복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한다. 그래서 당신의 사진 속 평범한 사람들은 종종 인간 보편의 상징처럼 보인다. 그가 사진을 통해 도달하려는 지점도 이 땅의 면면한 삶인 동시에 이상이다.

“나의 진짜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사진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나의 사진이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로를 용서하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어떻게 사랑을 가르쳐 주었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평생 ‘몸 담은’ 자갈치 시장 ‘아지매’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시곤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 묻자 노작가는 영정사진이 아니라 ‘기념사진’이라고 고쳐 말한다. 그의 혜안은 이제 이 한 세상의 삶을 초월한 경지에까지 이른 것일까.

그러니까 이 짧고 실없는 삶, 치열하게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라다는 거다.

“성공한 인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 세상에 무엇을 남겼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랑을 베풀었는가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랑은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행위이다. 사랑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공원 벤치에 앉아 누군가의-자녀일 수도 있고 손녀나 양아들일 수도 있는-손을 토닥이며 “그대는 내게 찾아온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된다. 그런 사랑, 가족의 사랑은 우리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만든다. 여러분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최민식이 이 책에 원래 붙이고 싶었던 제목은 ‘사진, 무엇으로 가는가’였다. 3년 전 쓰신 ‘사진이란 무엇인가’의 속편이라는 뜻이었다. 다음 책에는 꼭 그 제목을 붙이실 거라고 했다. 올해 10월에는 14번째 ‘인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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