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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된 예술중·고교 뛰어넘어야"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원장
창의성·감수성·몰입·자부심 가진 영재 크로스 오버 통해 창작 영감 불어 넣을 것





김청환기자 chk@hk.co.kr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hk.co.kr



“입시학원이 돼버린 기존의 예술중ㆍ고등학교만으로는 세계적인 예술가를 배출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14일 문을 연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이영조(66·한예종 작곡과 교수) 원장의 말이다. 이 원장은 국민 합창곡인 ‘엄마야 누나야’와 창작오페라인 ‘아리랑’을 작곡했으며 이흥렬(1909-1980) 작곡가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독일과 미국에서 수학한 작곡학 박사다.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26일 만난 이 원장은 한적한 예술원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후덕한 인상과 여유 있는 눈웃음이 인상적인 사람이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은 지난 2001년 국회에서 영재교육진흥법 제8조가 통과되면서 예술, 수학, 과학분야의 영재를 기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교육원은 지난 2월 음악ㆍ무용ㆍ미술ㆍ전통예술 분야에서 선발한 61명의 신입생을 포함한 총 85명의 예술영재를 대상으로 14일 분야별로 개강했다. 이들은 전액 국비로 교육 받는다.

이 원장은 “잘 훈련된 것이 아니라 잘 길들여진 예술가를 키워왔던 기존 예술영재 교육을 뛰어넘는 데 주안을 둘 것”이라며 “각 예술 분야의 영재가 모여 교류하면서 예술의 폭을 넓히고 창작의 영감을 얻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려 한다”고 요약했다.

예술영재의 4가지 능력

영재가 뭐길래 이 원장은 지난 수년간 예술영재교육원의 필요성을 주창했을까. 이 원장은 ‘창의성’, ‘감수성’, ‘몰입’, ‘자부심’ 등의 능력을 꼽았다. 실제로 교육원이 뽑은 음악분야 신입생들은 청음만으로 4개의 음정으로 구성된 악보를 거의 정확하게 그려냈다.

이 원장은 ‘여름인데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되나’라고 물었을 때 일반적인 초등학생들은 “냉장고에 넣어야죠”라고 대답하지만 “그럼, 곧 봄이 오겠네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으며 이들이 영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번 신입생 가운데 한 학생은 음악영재교육원에서 독주회를 준비하면서 베토벤과 쇼팽의 곡을 연주한 후에 자신의 작품으로 독주를 하겠다고 요청해 교수를 당혹시킬 정도였다.

그러나, 이 원장은‘기술’만 뛰어난 것은 반쪽짜리 예술영재라고 본다. 이 원장은“예술영재는 몸으로 예술을 느끼고 이를 표현하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가 발달한 아이들”이라면서도 “재주뿐 아니라 인격을 갖춘 균형 잡힌 아이가 참다운 영재”라고 말한다. 그는 “예술가는 항상 새 것을 찾아야 하고 이런데 겁먹고 좌절하지 않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문화와 전통도 겸손한 자세로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원장의 영재관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영재의 기준이 무엇이며 어떻게 판별하고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가는 우리의 과제이자 세계적인 과제”라며 “순종적이어서 학습 능력이 빠른 우리 예술영재와 교수에게도 ‘왜(Why)’라며 달려드는 서구 예술영재 사이에서 올바른 예술영재 판별법과 교수법을 계속 고민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재에 필요한 교육은 ‘크로스 오버’





‘크로스 오버’는 이 원장이 구상하는 우리 예술영재에게 가장 필요한 교수법이자 창조의 원동력이다. 이는 예술 영역과 공간을 넘나든다.

이 원장은 “예술영재가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창조의 영감을 키우게 하고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치게 해야 위대한 예술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네, 모네 등의 인상주의 화풍은 드비쉬에서 백건우에 이르는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6번’은 피아노 건반에서 온 것뿐 아니라 현실의 자연과 풍광에서 왔다. 이 원장 자서전 격인 ‘오선지 위에 쓴 이력서’는 문화예술인과 자연이 가까워 이 원장의 예술적 감수성의 밑바탕이 된 서울 북아현동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이 소개돼 있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은 전신인 한예종 예비학교에 비해 학생숫자뿐 아니라 수강과목을 대폭 확대했으며 예술의 영역을 넘나드는 ‘통합’교육을 실시한다. 음악영재가 미술수업도 듣고, 미술영재도 음악수업을 듣는 식이다. 교육원은 초등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의 폭도 초등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으로 넓혔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영재를 키우는 데 ‘통합’교육은 기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영재학교에서는 과학과 예술 영재교육을 함께 실시한다. 물리나 화학을 공부하는 아이들이 작곡도 배우는 식이다. 이 원장은 “과학이나 예술이나 모두 창의력 싸움”이라며 “예술은 상상 속에서 하는 과학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녹록치 않은 예술영재 육성의 현실

말랑말랑한 상상력에서 비롯한 이 원장의 구상만큼 현실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창의성 위주의 실기교육을 중심으로 배운 한국예술영재교육원 학생들이 월반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은 아직 법적 보장을 받지 못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예술 중ㆍ고교의 길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국정감사장에서 한 국회의원이 “카이스트는 600억원을 투자해서 18개의 발명특허를 얻어냈는데 한예종에 투자해서 나온 것이 뭐냐”고 묻자 한예종은 “계산의 답은 무한대”라고 답했다. 이 원장은 미국 나사(NASA)가 달나라에 인공위성을 보내는 기술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골프채나 임플란트를 발명했듯이 예술진흥의 직간접적인 경제효과 역시 측정하기 힘들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 원장은 ‘우리 문화예술의 한계는 엘리트 교육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생활 교육을 간과해왔기 때문 아닌가’라는 질문에 “영재교육의 저변확보와 리딩그룹으로서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며 “문화라는 국가적 자산에 큰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예술에서는 금메달리스트 하나가 2~3등보다 나은 것이 사실”이라며“아파트 수위도 저녁이면 양복을 차려 입고 예술공연을 보러 갈 정도로 문화예술의 저변이 튼튼한 유럽에서 오히려 예술영재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본받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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