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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창조적 건축, 문화도시의 방아쇠"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불도저식' 재개발 없이 공간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이론 책으로 펴내





김청환기자 chk@hk.co.kr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hk.co.kr



“침이 한 부분을 찔러서 몸 전체를 치료하듯이 창조적이고 소박한 건축은 비균질하고 불규칙한 도시공간을 재창조하는 문화도시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의 말이다. 무슨 말인가. 낙후된 도시공간에 오밀조밀하고 아름다운, 공공성 있는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에 파급효과를 미친다는 뜻이다.

이런 시도는 재개발을 막아 도시공간에 계층과 시간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곳곳에 이런 건축물이 들어서 서로 연계되면 ‘불도저식’ 재개발 없이도 도시공간 전체를 아름답고 인간냄새 나는 문화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론이다.

김 교수의 상상은 지난달 30일 내놓은 책,‘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의 주제이기도 하다. 문화도시로 가는 새로운 ‘상상’을 제시한 김 교수를 2일 오전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만났다. 명동은 여전히 번잡했다. 그러나, 빈틈없이 솟은 육중한 신식 빌딩과 사람들로 복잡한 거리에 소박한 성당과 작은 공터가 있는 명동성당이 있어 여전히 아름다웠다.

김 교수는 “불규칙한 우리 도시를 전면 재개발 하는 것은 비문화적”이라며 “도시 깊숙이 들어간 소박하고 혁신적인 건축이 실핏줄처럼 골고루 분산된 도시계획 모델을 만들면 갈등 없이도 조그만 조약돌이 파장을 일으키는 것 같이 은은한 문화도시를 창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요약했다.

도시계획과 단절된 건축, 주상복합과 대형마트 문제

평면적 도시계획이 입체적인 건축과 조화 없이 만나 복잡하고 불규칙한 도시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새롭다. 도시계획가는 길을 선으로 그리며 공간을 만들지만 건축가는 입체적 면을 생각하며 건물을 창조하는 괴리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통찰은 ‘길’과 접하는 건축 ‘면’의 활용에 대한 관찰에서 비롯했다. 김 교수는 책에서 마주 대하고 있는 종로 건축물의 정면 폭(횡축)이 깊이(종축)보다 긴 형태(사진1)로 미국 뉴욕도심(사진2)과 반대라는 점에 주목했다. 종로 안쪽의 건물들은 대로와 단절된 모습이다.

이는 우리 도시공간의 비문화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안과 밖을 단절시켜 공간의 무질서함을 만들어내고 소통을 어렵게 한다. 뿐만 아니다. 블록식의 균일한 도시계획을 불가능하게 한다.

김 교수는 “건축과 면을 맞대는 대로를 서양은 균일하게 활용해 길 안쪽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바깥은 혼란스럽고 안으로 들어가면 다 똑 같은, 공공의 통로를 단절시키는 공간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주상복합, 대형마트 역시 한국에는 맞지 않는 모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주상복합은 대부분 아파트 건설을 막아놓은 상업지구에 아파트를 지어 건설자본의 이윤창출 목적을 최우선으로 지어진다. 올라가는 건축 용적률은 인구수 세계 1위, 인구밀도 세계 3위인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의 ‘삶의 질’을 더욱 떨어뜨린다.

월마트 식의 대형마트 역시 생활과 상업이 공존하는 거리 문화의 싹을 없앤다. ‘유령 도심’을 만들어내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쏠림현상’을 가속화 하는 셈이다.



1-사진 1
2-사진 2
3-사진 3
4-그림 1


“안을 혁신적으로 다양화해야”

‘일대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방법론이 거대한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을 향해 있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서울 종로구 묘동 단성사 뒤편에 2008년 새로 지어진 한약방 ‘춘원당’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황두진 건축가가 설계한 ‘춘원당’은 낙후된 주택가 한복판의 깊숙한 곳에 전면 유리로 만들어진 아담한 4층 건물이다. 외벽이 투명해 안에서 약탕 끓이는 모습이 다 보인다. 이 건물에는 1847년부터 7대째 가업을 이어온 ‘춘원당’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 공간을 마련해 공공성을 높였다.

서울 원서동 건축사무소 ‘공간’ 사옥(사진3)은 계동 현대 사옥 동쪽에 있는 투명한 전면 유리의 아담한 규모다. 이 건물은 ‘골리앗’ 같은 현대 사옥과 창덕궁ㆍ북촌 한옥마을 사이에서 ‘다윗’ 같이 조그맣게 서서 문화적으로 단절된 도시공간을 이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공간’은 우리나라 근대건축의 효시격인 김수근이 창업했다.

서울 서교동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출판사 ‘현암사’ 사옥은 전통가옥을 리모델링 한 것이다. 마포구는 이 건물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인근의 재개발 계획을 취소했다.

창조적인 소규모 건축으로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의 질감이 공존하는 도시공간을 만들고 공공성 있는 역할을 더해 주변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이다.

“문화도시, 도시계획과 건축의 소통 있어야”

김 교수는 상상을 구체적인 설계도로 나타냈다. 김 교수는 낙후되거나 단절된 도시공간에 소규모의 창조적인 건축이 점이 되고 서로 공공성의 통로라는 선으로 연결한 문화도시의 연결망(사진4)을 그렸다.

“소박하고 창의적인 건물은 그 자체의 문화적 향기, 로비와 같은 열린 공간의 공적 통로의 역할을 통해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상상은 도면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 교수는 뜻을 같이하는 16명의 동료 건축가들과 이런 구상과 실천을 담은 ‘메가 시티 네트워크 전’을 유럽을 순회하며 벌이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대형스크린에 이들이 만든 개성 있는 건축물들이 무질서한 서울의 공간에서 점처럼 서있으며 서로 ‘네트워킹’해 도시공간의 질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혁신을 기하면서도 공공성을 높이는 건축이 많아져야 도시공간의 문화적 기능회복이 가능하다”며 “건축은 수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업성이 필수적이지만 건축 공간의 주인은 계속 바뀐다는 점,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 공공성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 문화도시인 프랑스 릴이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할 때 시가 건축위원회를 구성해 도시계획가와 건축가 사이의 토론을 지속했다”는 점을 예로 들며 “건축가가 용역의 역할에 머무르는 한 문화도시는 요원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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