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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무용 대중화 나선 '춤추는 베토벤'
[문화혁명가] (29) 이광석 댄스컴퍼니 미디우스 대표
현대무용·발레·힙합 섞은 작품 '보이즈 인 더 레인' 자전적 이야기
청각장애 극복하고 실력파 무용수로 성공한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chironyou@paran.com



현대무용, 발레, 힙합(비보이)이 모여 댄스배틀을 한다. 화려한 댄스에 감성적인 이야기는 덤이다. 댄스컴퍼니 미디우스 대표이자 무용수인 이광석 씨와 현대 무용가 김형남,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원년 멤버 고릴라크루가 ‘보이즈 인 더 레인’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보이즈 인 더 레인’은 서울시 청소년 추천 공연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작년 댄스컴퍼니 미디우스의 창단 공연 ‘2008 헬로우 비보이, 행복한 여자’를 수정, 보완해 완성한 작품이다.

“40대 중견 무용수인 제가 20대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공연이죠.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셈입니다.”

이광석 씨(41)는 한국인 최초로 요코하마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나가노 무용 콩쿠르, 홍콩 국제 콩쿠르 등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해외서 먼저 실력을 인정받은 실력 있는 무용수다. 그 후 ‘댄스시어터 온’의 수석 무용수와 동시에 틈틈이 안무가로도 활약하며 무용계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무대 활동으로 고정 팬을 확보한 그가 댄스시어터 온을 나와 ‘댄스컴퍼니 미디우스’라는 창작단체를 만든 데는 이유가 있다.

“대중들이 순수무용에 거리를 두는 것이 무용수로 활동할 때 가장 아쉬웠어요. 무용수는 무용수대로 배고픔에 시달려야만 했고 대중은 대중대로 새롭고 신선한 장르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걸 알았죠. 순수무용을 어떻게 하면 대중들과 친근하게 만날까를 고민하다 탄생한 공연이 바로 ‘보이즈 인 더 레인’입니다.”

이 씨가 현대무용, 발레, 힙합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장르 개척에 앞장선 이유가 또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힙합 패션’으로 차려 입은 남자 아이가 ‘댄스시어터 온’으로 저를 찾아왔어요. 자신은 비보이 출신인데 순수무용을 전공하고 싶어서 왔다는 거예요. 그 친구를 본 순간 저는 마치 제 과거를 보는 것 같았어요. 제자로 삼고 싶을 만큼 실력도 좋은 친구였고요.”

이광석 씨는 그 후 멘토와 스승 역할을 하며 ‘힙합보이’에게 현대무용을 가르쳤다. 그가 바로 고릴라크루 리더인 이우재 씨다. ‘보이즈 인 더 레인’에서 이우재 씨가 맡은 역할은 힙합 안무다. 그는 현재 세종대학교 무용과 대학원에서 ‘힙합이론’에 대한 박사과정 논문을 쓰며 댄스컴퍼니 미디우스 단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열정적으로 춤추는 비보이들은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무용에 관심이 많고 무용수들은 힙합과 같은 대중적인 장르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둘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이야기가 있는 공연을 해보자 마음 먹은 거죠.”

‘보이즈 인 더 레인’은 한 중견무용수가 젊은 비보이들의 춤을 보며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시작된다. 역동성만을 강조한 기존 비보이 공연의 틀에서 벗어나 순수무용과 소통을 시도한 공연이라는 데 그는 의미를 두고 있다.

“비보이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면 저의 학창시절이 떠올라요. 저 또한 춤에 미쳐 10대를 보냈거든요. 그땐 물론 브레이크 댄스가 유행이었지만.(웃음) 춤추며 보내던 그 시절 가슴 아픈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가슴 한켠에 남아있기도 하고요.”

TV를 통해 마이클 잭슨의 춤을 본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던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신경성 난청’이란 병을 앓고 있었다. 남들에 비해 청력이 약해 흉측한 보청기를 귀에 꽂고 다녀야만 했지만 마이클 잭슨의 춤을 보는 순간 소년은 보청기를 빼버렸다.

한번 따라 시작한 춤이 몸에 붙자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며 춤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카세트 테이프를 들고 무작정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향하면서 소년의 스트리트 댄서 인생은 시작된다.

“80년대에 저는 축구와 브레이크 댄스에 빠져 있었어요. 남들에 비해 청력이 약했지만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10대를 보냈죠.”





그러던 중 한 친구가 “네 춤은 꼭 무용 같다”라는 말을 던졌다. 무심코 건넨 말일지 모르지만 그는 친구가 ‘무용’이란 단어를 발음할 때 ‘찌릿’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생태계에 사는 사람의 언어로 들렸지만 그 순간 평생 업으로 삼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할까!

‘무용학원’이란 곳에 난생 처음 들어가 발레와 한국무용을 본 그는 한마디로 충격에 빠졌다. 브레이크 댄스와는 차원이 다른 순수무용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무용수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무아지경에 빠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저도 발레리노가 되고 싶었지만 입시 한 달 전에 발레를 배운다는 건 무리였어요.(웃음)”

그는 무용학원을 다니며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딱 한 달 연습하고 서울예대 무용과에 들어가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그가 춤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숨은 잠재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발레리나를 꿈꾸는 무용학도 때문이기도 했다.

“그때 본 발레리나 지망생이 저의 첫사랑이에요. ‘소나기’에서 ‘이 바보!’라며 돌멩이를 던지고 간 분홍스웨터를 입은 소녀와 닮아 있었죠. 짝사랑에 가슴앓이 하는 시골 소년은 영락없이 저였고요. 몰래 그 친구가 춤추는 모습을 엿보며 발레리노가 된 저를 상상하곤 했죠.”

그의 첫사랑은 결국 짝사랑으로 끝났다. 소녀가 발레리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불치병으로 이른 나이에 생을 접고 말았기 때문이다. 꼭 소나기처럼.

“시간이 흘러도 첫사랑이었던 그 친구를 잊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제 이야기를 잘 아는 형이 “인생이 꼭 영화 같다”며 자전적인 이야기로 공연을 만들자고 제안한 거예요. 그 분이 연출을 맡은 박상윤 씨죠.”

이광석 씨의 별명은 ‘춤추는 베토벤’이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음악을 무리 없이 소화할 줄 아는 그에겐 자연스런 별명이다.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소통이 불가능하지만 이젠 보청기조차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그는 쉰 살이 넘어도 춤만 추며 살고 싶다는 ‘낭만쟁이’이기도 하다.

“비보이들이나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이 공연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싶어요. 공연이 잘 되어서 단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생활고에 허덕이지 않고 춤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 봄, 스트리트 댄서로 출발해 현대무용을 전공한 중견 무용수 이광석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현대무용, 발레, 힙합의 절묘한 하모니인 ‘보이즈 인 더 레인’으로 열정적인 춤의 세계에 한번 빠져보자. 첫사랑에 대한 추억은 메마른 세상에 내리는 촉촉한 단비와도 같은 것이니까!

<공연정보>

4월3일~5일 성남아트센터

4월11일~13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극장

4월16일~30일 포스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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