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컬렉터를 찾아서] (3) 조남수 더베이 갤러리 대표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단순한 디자인 실용적 스타일… 10년 넘게 수집

전문 앤티크 딜러인 조남수 더베이 갤러리 대표는 20세기 초반의 미국 가구에 흥미를 갖게 됐다.

미국에서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을 주도했던 구스타프 스티클리(Gustav Stickley·1858~1942)라는 가구 디자이너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10년 넘게 그의 가구들을 수집해오고 있다. 이태원의 창고에 보관돼 있는 거장의 의자와 테이블, 소파를 가리키는 그의 눈빛은 애정과 자부심으로 빛났다.

“더 이상 뺄 게 없어 보이는 단순한 디자인과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견고해 보이는 스티클리의 의자에 반해버렸어요. 그래서 11년 째 그가 디자인한 의자와 가구를 수집해오고 있죠. 작년엔 롯데 애비뉴엘에서 전시회도 열었어요.”

스티클리는 당시 미국의 새로운 스타일과 가치인 실용적 스타일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전파한 대표주자다. 1898년 영국과 유럽을 방문한 그는 영국의 새로운 사회체계와 가치를 설파했던 윌리암 모리스와 존 러스킨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귀국한 뒤 뉴욕에서 최초의 디자인 가구 회사를 설립해 당시 주류를 이뤘던 아르데코 디자인에 반기를 들고, 영국의 예술공예 경향에서 영향을 받은 현대적인 감각의 가구들을 선보였다. 그는 당대 최고의 가구 디자이너였을 뿐 아니라 그의 가구는 오늘날까지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절제된 선으로 이뤄진 곧고 단순한 형태, 투박하고 조용한 느낌의 의자와 소파, 탁자 등의 멋에 심취하게 되려면 세련되고 깊이 있는 안목이 필요할 듯하다. 적어도 화려한 모양을 뽐내는 아르데코 풍의 가구를 볼 때보다는 말이다.

조 대표도 스티클리 가구에 왜 그렇게 끌리는지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못한다. 수집대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수집가의 몫이다. 스티클리 가구 마니아들은 그의 작품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까? 귀족적인 오만함이 아닌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친근감, 그러나 그 속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품격일까? 새로운 시대를 선도한 시대정신 일까?

베테랑 수집가의 눈에 스티클리 가구가 선사하는 또 다른 매력은 그가 최대한 재료의 특성을 살려 작품을 만들었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떡갈나무엔 그 나무가 지닌 본래의 색상과 결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도료만을 사용했다.

그래서 그의 가구엔 재료나 재질의 고유한 결과 무늬, 색상과 질감이 살아있다. 그래서 스티클리의 가구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숨결이 느껴진다. 스티클리의 이러한 제작기법은 오늘날의 가구장인들이 가장 이상적인 기법으로 여기고 있다.

찰스&레이임스·스칸디나비아 빈티지 가구 등 단순한 스타일 좋아해

조 대표가 오픈한 헤이리 마을의 더베이 갤러리에 가면 스티클리 가구 외에도 1910년대 스티클리와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라이프 타임 가구와 19세기 에드워드 시대의 가구도 만날 수 있다. 이들 가구는 스티클리와 대조적으로 화려한 스타일을 뽐낸다. 또, 20세기 디자인 모더니즘의 아이콘으로 추앙 받는 거장 찰스& 레이임스나 허먼 밀러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여러 종류의 가구를 수집했지만 역시 제게 가장 끌리는 작가는 구스타브 스티클리입니다. 그 외에도 찰스&레이임스나 스칸디나비아 빈티지 가구처럼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의 가구가 좋아요. 이러한 가구는 현대적인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그래서 요즘 이러한 가구들이 일본의 앤티크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는 것 같아요.”

조 대표는 앤티크 가구를 집안 장식용으로 활용할 때는 최소한 2~3개의 앤티크를 현대식 가구와 함께 배치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현대식 가구 틈에 나이가 다른 앤티크 가구 하나만 덜렁 놓아두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기 때문이다.

대량생산된 가구가 아닌 오랜 세월의 흔적이 쌓인 고가구는 생활공간의 격과 품위를 높여준다는 게 고가구 수집가들이 말하는 컬렉션의 묘미다.

하지만 고가구 수집에서 비용이 큰 걸림돌이다. 크기가 작은 앤티크 보다 가격이 최소 서너배는 더 비싸기 때문이다. 취향에 맞는 물건을 수집할 때 비용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단순한 스타일의 가구가 좋은데 스티클리 같은 거장의 작품이 부담 된다면, 그보다 저렴한 스칸디나비아 혹은 미국 빈티지 가구를 수집하는 것도 한 방법은 될 수 있어요."

이처럼 취향과 비용을 함께 고려해 절충안을 찾는 것이 그가 제안하는 수집의 한 기술이다.

한편, 같은 고가구라도 우리나라 것에 비해 서양 앤티크는 가격이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다. 그가 유명 작가들의 앤티크 가구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가구의 경우, 전쟁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돼 희소가치가 굉장히 높아요. 그래서 같은 연대, 비슷한 품질의 물건이라도 미국 등 서양의 것보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거든요. 서양의 현대식 앤티크 가구 수집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이유이지요."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