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동 연세대 교수'무악 오페라' 창립작 '피델리오' 대규모 군중신·합창신으로 음악적 쾌감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클래식 음악가 베토벤. 클래식 음악가라면 통과의례처럼 넘어야 할 산이지만, 유독 오페라 장르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란 어렵다. 베토벤이 남긴 오페라는 ‘피델리오’ 단 한 작품. 그것도 120여 명의 대규모 합창단이 한 무대에 오르는 장엄한 스케일의 곡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한국 오페라 역사 60년간 단 두 번 무대에 올랐을 뿐이다.

오페라 ‘피델리오’가 다시 한국 팬 앞에 선다. 그것도 창단한 지 갓 일 년이 넘은 민간 오페라단 ‘무악 오페라’의 공연으로 말이다. 무악 오페라단의 공연예술감독 김관동 연세대 성악과 교수를 만났다.

“다소 낯선 작품을 택한 것은 이전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없던 곡, 새로운 곡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이 오페라를 하는 사람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또 오페라 ‘피델리오’는 현실의 고뇌와 번민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말하는 작품이에요. 오늘날의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지요.”

베토벤이 9년에 걸쳐 완성한 오페라 ‘피델리오’는 서막을 3번 고쳐 썼을 정도로 그의 열정이 묻어난 작품이다. 18세기 스페인 세비야의 형무소장 피차로의 비리를 폭로한 정치가 플로레스탄은 불법 감금된다.

그의 아내 레오노레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남장을 한 채 간수의 부하로 위장해 남편을 극적으로 구출해 낸다. 120명 규모의 남성 합창단이 만들어 내는 장엄한 곡은 작품의 비장미를 더한다.

주어진 한계상황에서 고뇌하고 갈등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날 현대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해 세계적인 음악가 요한 시몬스의 재해석으로 이 작품이 다시 주목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5년 연세대 120주년 기념 축제 때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자는 학교 측 요청으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예술의 전당에 올렸는데 그때 반응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무악오페라단을 창립하면서 군중신, 합창신으로 음악적 쾌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고 선택한 작품이 ‘피델리오’였습니다. 꽤 오랜 기간 준비해왔지요.”

오페라 ‘마술피리’로 뭉친 연대 출신의 대규모 합창단, 연대 관현악단이 민간 오페단 ‘무악오페라’의 발판이 됐다. 무악오페라가 대규모 군중신과 합창을 소화하는 것은 이런 든든한 버팀목 덕분이다.

그렇다면 17년이 지난 후 무대 세워진 ‘피델리오’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김관동 교수는 “간수 ‘피델리오’로 변한 아내 ‘레오노레’는 기존의 슈퍼 우먼 이미지에서 탈피해서, 상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섬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고 귀띔했다.

“포스터를 보시면, 어두운 동굴에 한 줄기 빛이 드리워져 있고 한 쪽 구석에는 쇠사슬이 있습니다. 쇠사슬은 현실의 고뇌와 번민을 의미하고, 빛은 희망을 뜻하겠지요. 베토벤의 작품에는 이렇게 현실에 갇혀있는 인간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인간사랑, 정의로움이 있어요. 특히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의 화두와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성을 배제하고 인상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반사실주의, 인상주의적인 무대가 될 겁니다.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독일어 초연으로 진행합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