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17) 배우 김동욱'커피프린스 1호점' 하림 캐릭터서 연기폭 확장만능 연기자 꿈 무럭무럭

(좌) 뮤지컬 '온에어' 중 (우) 영화 '국가대표' 중

오만석, 이선균, 문정희, 이소연, 유선, 정수영….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가리지 않는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라는 것이다. 첫 등장부터 왠지 신인답지 않게 노련한 이들의 연기는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늦은 데뷔를 납득하게 했다.

하지만 동문인 김동욱의 색깔은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시청자들에게 처음 나타났을 때 그가 보여준 연기는 소위 ‘한예종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워보였다. 한예종 출신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범상치 않은’ 내공도 엿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가 얻은 것은 신인으로서는 적지 않은 대중의 인기. 그래서 다른 동문들의 경우와는 달리 그는 연기자보다는 스타의 길을 걸으리라는 예단도 상당했었다.

그래도 명성의 힘은 의외로 강하다. 드라마로 ‘떴던’ 2007년도 이전에 김동욱은 연극원 학생으로서 이미 많은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수련을 거치고 있었다. 그는 2004년부터 단편 ‘순흔’(2004), ‘사과’(2005), ‘머리 위에 숯불’(2005), ‘미스 마플과의 하룻밤’(2005), ‘강릉에서’(2005) 등의 작품에 주조연으로 출연하며 선배들이 갔던 길을 그대로 거쳤다.

장편 극영화에도 ‘보이지 않게’ 등장했다. ‘왕의 남자’의 이준기의 ‘무명 시절 출연작’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발레교습소’(2004)에는 김동욱도 함께 출연한 바 있다. 공포영화 ‘아파트’(2006)에도 출연했지만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정도로 작은 배역이었다.

드라마로 이름을 알리기 전 그가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것은 퀴어무비 ‘후회하지 않아’(2006).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에서 김동욱은 서서히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보여준 그 특유의 귀여움과 천진난만함은 이 영화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선배들이 그렇듯이 그는 연기라는 큰 세계 안에서 한 장르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온에어 시즌 2’에서 주인공 알렉스 역을 맡으며 뮤지컬 무대에도 도전을 했다. “뮤지컬이라는 무대 자체가 떨려서 첫 공연에서 엄청 떨었어요. 게다가 처음이고 잘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계속 하고 싶은 일이어서 계속 떨었죠.”

하지만 엄살과는 달리 그의 첫 도전은 뮤지컬 관계자로부터 무난한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드라마에서 살짝 보여줬던 노래 실력을 뮤지컬에서는 유감없이 발휘하며 그를 ‘반짝 스타’ 정도로 인식해왔던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또 다시 기회가 왔다. 지난 1일 개관한 뮤지컬 전용관 코엑스 아티움의 첫 작품 ‘형제는 용감했다’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두 번째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 ‘온에어 시즌 2’에서 보여준 그의 재능을 송승환 프로듀서가 눈여겨보고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준 까닭이다.

또 그는 뮤지컬 공연으로 바쁘다고 영화에 대한 욕심을 버리진 않았다. 최근 크랭크업한 ‘국가대표’, ‘오감도’, 타케마사 하루 감독의 ‘카페 서울’까지 ‘하림’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중이다.

뮤지컬과 영화라는 양손의 토끼를 쥔 채 모두 놓지 않으려는 김동욱. 특유의 천진한 표정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그의 욕심에선 만능연기자로서의 길을 앞서 걷고 있는 조승우와 오만석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