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민가수 루슬라나SM엔터테인먼트 등과 접촉… '오렌지 혁명' 때 현 대통령 당선 앞장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했나?”

“미팅을 했고, (함께 할 기획사를) 찾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을 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국민가수’로 불리는 루슬라나 리지츠코(36.여)가 방한기간(6~8일)이었던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외교센터에서 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국내 연예기획사 대표들과 접촉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음반 발매를 포함해 국내 가수와의 공동기획 등 다양한 국내활동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활동계획이 성공하면 한국최초의 우크라이나 가수 탄생이고, 한국가수가 그와 해외로 함께 나가면 한류 확산의 또 다른 계기가 되는 셈이다.

루슬라나는‘2004 유로비전’ 전유럽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국민가수다. ‘유로비전’은 ‘아바’, ‘셀린디온’ 등을 배출한 유럽 최고 권위의 가요대상이다. 루슬라나는 섹시 콘셉트의 가수로 유럽을 순회공연 하는 등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연예활동에 많은 관심을 내비친 루슬라나는 사실확인에는 말을 아꼈다.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안에서 “한국 가수에 관심이 많아 여러 회사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라던 그는 정식 인터뷰를 시작하자 매니저와 귓속말을 나눈 뒤 “한국 측 회사들과 협력을 증진하고자 하는 방향은 우선 연예활동을 통해 고려인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라고 말을 돌렸다.

인터뷰 시작 직전 “가장 유명한 한국가수가 누구냐?”고 묻던 그녀는 “서태지”라고 답하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이날 오후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태지를 비롯한 한국 가수들을 우크라이나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루슬라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지위 문제 해결에도 지대한 공헌을 해 우리에게 더 의미가 깊은 인물이다. 크림반도 지역에는 옛 소비에트 연방국가에서 계절농으로 우크라이나에 넘어왔다 정착해 불법체류 상태에 놓여 있는 고려인들이 있다.

이들의 임시체류허가증 발급을 위한 한국정부와 교포 단체 등의 노력에 그가 우크라이나 정계에서 허브 역할을 해준 것이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방한기간에 맞춰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그를 초청하고, 국무총리가 접견하는 등 우리 정부가 극진한 예우를 한 이유다.

이날 오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는 “2007년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 대사관 행사에서 부른 애국가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그 행사를 계기로 고려인 문제도 알게 됐고 정치적으로 이 문제 해결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려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 이유’를 묻자 루슬라나는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에 대한 호의나 배려 등의 멘탈리티가 상당히 닮아 있다”며 “양국 관계 발전의 잠재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오렌지 혁명’때 유셴코 현 대통령을 앞장서 지지해 많은 국민의 표를 움직이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회의원(2006~2007년)을 지냈으며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티모셴코 현 총리와도 절친한 사이다.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은 2004년 10여년을 집권한 동부지역 중심 친 러시아 정치세력의 대표격인 야누코비치가 총리가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되자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대규모 시위, 헌법개정과 재선거 과정을 거쳐 유셴코 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드네프르 강을 경계로 서부지역은 우크라이나어를 쓰며 친 유럽 성향이 강하고 동부지역은 러시아를 쓰며 친 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유셴코의 현재 지지율은 바닥 수준이다. 티모셴코 현 총리의 인기가 높지만 10월 대선에서 둘의 연대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유셴코와 티모셴코의 ‘2파전’이 예견되는 분위기다. 군소 예비후보들 역시 난립해 정국은 혼미한 상태다. 국민가수인 그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는 중요한 이슈다.

‘다음 대선에서 유셴코를 지지할 것이냐, 티모셴코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말할 수 없다”면서도 “확언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후보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만 답했다.

그가 ‘행운의 여신(Fortuna)’라면 유셴코보다는 티모셴코 쪽을 바라보고 미소짓고 있다는 뜻 아닐까.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