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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크리스틴 기대하세요"
뮤지컬배우 최현주
'오페라의 유령' 8년 만에 재공연… 한일 양국서 주연 데뷔 진기록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뮤지컬은 어떤 이들에게는 노래고, 어떤 이들에겐 춤이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연극이고, 어떤 이들에겐 문학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이런 다양한 시선들이 가능한 것은, 결국 뮤지컬이 지닌 총체적 매력을 설명해준다. 그래서 그 무대에 오르려고 하는 모든 이들에게, 뮤지컬은 꿈이다.

오는 9월, 8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질 ‘오페라의 유령’에서 새롭게 크리스틴 역에 캐스팅된 최현주에게도 뮤지컬은 ‘꿈’이었다. 여기서 ‘꿈’이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성악을 전공하던 예비 성악가 최현주가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 ‘오페라의 유령’이었고,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됐다.

뮤지컬에 ‘꽂혀’ 클래식에서 급격히 인생의 방향전환을 한 그는 자신의 꿈을 찾아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뮤지컬 전문극단 시키(四季)에 입단했다.

“정말 무작정 건너갔어요. 심지어 일본어도 모르고 갔거든요. 처음 무대에 서는 것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더 힘든 것도 몰랐어요. 처음이어서 당연히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런 ‘대책 없음’이 그의 성공비결인지도 모른다. 치밀한 전략과 오랜 시간의 맞춤형 노력이 아닌, 운명처럼 다가온 무언가에 대한 몰두. 노련한 배우들의 ‘만들어진’ 능숙한 미소와 달리 최현주의 천진한 미소는 아직 높은 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번 공연도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다’라는 각오나 ‘나만의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라는 강한 일념보다는 ‘공연을 해나가면서 차근차근 만들어가자’라는 생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까지도 완벽한 상태에서 도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일단 시작을 하고, 하다 보면 실력이 늘고, 그러면서 조금씩 완성되고, 나중엔 관객과의 호흡도 느낄 수 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부터 큰 욕심을 내고 있지는 않아요.”

프로 배우로서 언뜻 자신감이 없는 태도 같기도 하지만, 시키 활동 당시에도 뮤지컬 경험조차 적었던 ‘외국인’ 최현주가 주연을 따낸 것도 이런 ‘서두르지 않는 자세’에서 기인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첫 주연을 맡았던 작품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 이때 최현주는 첫 번째 꿈을 이뤘다. 특유의 느긋한 천성으로 그는 일본어로 크리스틴 역을 2년 동안 무리없이 소화했고, 이어서 ‘위키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의 굵직한 작품을 거치며 시키에서 주연배우로서 완전히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최현주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에 휴가차 와 있던 그에게 우연히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 공고 소식이 들리게 된 것. 그는 너무 떨리고 긴장된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털어놓지만, 당시 심사를 했던 면접관들은 그의 풍부하고 안정된 성량에 압도돼 큰 고민없이 크리스틴으로 낙점했다고 전한다. 이로써 최현주는 한일 양국에서 크리스틴으로 주연 데뷔를 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이쯤 되면 최현주와 ‘오페라의 유령’은 운명 같은 사이라고 할 만하다.





비록 순조롭게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고 있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번 ‘오페라의 유령’은 역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2001년 초연 당시 커버 캐스팅이었음에도 ‘크리스틴=김소현’의 공식을 만들어냈던 김소현이 함께 크리스틴으로 무대에 서기 때문.

공연 내내 김소현의 크리스틴과 계속해서 비교를 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최현주에게는 이런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역시 최현주만의 크리스틴을 어떻게 창조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소현 씨와 저는 외모도 그렇고 목소리도 달라서 저의 크리스틴은 낯선 느낌을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새롭고 참신한 크리스틴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의 난관은 한국어로 노래를 해야 한다는 것. 한국인이 우리말로 노래를 하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고개가 갸우뚱해질 법도 하지만 오페라 아리아나 외국 뮤지컬 곡에 비해 한국어 가사는 발음상으로 부드러운 처리가 쉽지 않다는 난점이 있다. 때문에 라이센스 작품의 경우 원곡의 한국어 번역 과정이나 개사, 이에 따른 배우의 발음연습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

특히 한동안 일본관객들을 상대로 일본어로 노래를 불러왔던 최현주로서는 한국어 버전 크리스틴도 하나의 도전이 되는 셈이다. 아직 공연까지는 몇 달의 시간이 있기에 그동안 이 부분에서 제작진과 끊임없는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그래도 이런 그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은 역시 관객들이다. 국민성의 차이는 관객들의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일본관객들은 감동을 받아도 한국관객처럼 열광적으로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요. 그냥 담담하게 박수를 보내는 정도? 처음에 일본에 가서 작품 관련 영상을 봤는데 반응이 시원찮길래 ‘작품이 별로였나’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에요.”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이런 반응은 호흡을 잃지 않고 끝까지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반면 한국관객들은 작품이 좋다고 느껴지면 열렬히 환호하고, 반대면 냉담해서 배우가 객석의 반응을 읽기에는 더 좋은 환경인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최현주. 그는 ‘다음 작품에의 계획’이나 ‘해보고 싶은 작품’ 같은 관성적인 질문에 “우선은 이 작품부터 신경쓰구요”라고 고집스럽게 답을 되풀이한다. 국내 복귀작이기도 하지만, 그걸 차치해도 ‘오페라의 유령’은 그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는 뜻일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리면 그 유명한 전자음의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화려한 샹들리에가 반사적으로 연상된다. 그리고 가면을 쓴 사내와 음침한 극장 한켠이 떠오른다. 물론 이번 작품도 이런 특유의 매력은 여전하겠지만, 모든 뮤지컬배우가 꿈꾸는 꿈의 무대 ‘오페라의 유령’에서 최현주가 보여줄 ‘꿈’의 실현은 또 하나의 뮤지컬을 기대케 하고 있다.

오는 9월 23일부터 1년간의 기나긴 여정을 시작할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한 크리스틴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화되고 완성될까. 최현주의 크리스틴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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