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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미술관과 정부 소통의 맥을 터요"
[한국초대석]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 노준의 & 부회장 이명옥
2005년 설립… '뮤지엄 페스티벌' '아트매니지먼트 프로그램' 등 성과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사립미술관, 어쩐지 화랑과 국공립미술관 사이의 경계에서 모호해진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미술관이 가진 학술, 연구, 교육적 기능까지 국공립미술관과 다를 게 없다. 작품전시는 하되,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화랑과 명백히 구분이 된다. 그러나 어쩐지, 사립미술관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국가재원으로 운영되지 않고 개인 혹은 기업의 자본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다를 뿐 사실 국공립미술관과 사립미술관의 기능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공공을 위한 이 같은 막중한 역할을 개인과 기업에만 맡겨두기엔 그들의 짐이 너무나 무겁다. 그리하여 사립미술관이 목소리를 같이 하기 위해 지난 2005년에 설립한 것이 한국사립미술관협회이다.

정부에서의 방안은 크게 개선되진 않았지만 전국에 흩어져있던 90여개의 사립미술관 중 70여개가 하나로 뭉치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선봉장에 선 회장 노준의 토탈미술관장과 부회장인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을 만났다. 그들과의 인터뷰는 여지없이 화랑, 국공립미술관과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데서부터 풀려나갔다.

“전문인 양성과 교육, 작품 수집과 보존, 그리고 요즘엔 이벤트까지 해야 하죠. 미술관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곳이에요. 사립미술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걸 정부와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사립미술관이 뭘 하는 곳인지 부터 알리고 있어요. 소통의 맥을 트려는 거죠.”(노준의)

특히 정부기관의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재원확보를 위한 관계자와의 미팅 시간은 사립미술관의 의의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끝나버린다. 그래도 4년간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면서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제대로 미술 공부를 한 미술관 전시 기획과 실무를 담당하는 큐레이터와 여기에 교육기능을 더한 에듀케이터, 그리고 인턴들이 각 사립미술관에 배치되면서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전에는 사립미술관장들이 열정만 가지고 일을 해왔는데, 지금은 사립미술관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에 대한 학습이 된 것 같아요. 그동안 한 푼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서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지금은 큐레이터를 정부에서 지원하니까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 점이 가장 달라진 점일 거예요. 보다 체계화되고 전문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이명옥)

협회가 발족된 이후, 사립미술관들은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지 않았다. 정부 지원 없이 그들이 스스로 일궈낸 성과는 상당하다. 미술계에서 누구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던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 성공적인 두 가지가 ‘뮤지엄 페스티벌-예술체험 그리고 놀이’과 ‘아트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이다. 뮤지엄 페스티벌이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할 수 있는 체험 놀이라면 아트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은 예술 하나 믿고 세상에 나와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을 위한 카운슬링이다.

“뮤지엄 페스티벌은 2006년부터 매년 봄마다 열고 있어요. 협회 소속 미술관이 각자 특성에 맞게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전시를 열고 체험 프로그램을 지역주민과 진행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전시와 연계해서 체험 전시로 하는 경우가 많지요. 토탈미술관에서는 북유럽의 노르딕 디자인 전을 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체험전시로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바느질과 헝겊으로 직접 바느질을 합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아이들 덕에 미술관이 신이 났어요.”(노준의)

“아트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은 작가들에게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는 거예요. 미대에서 작품만 잘하면 된다고 믿었는데, 졸업하는 순간 허허벌판에 서 있게 마련이거든요. 이건 중견작가도 마찬가지에요. 어떻게 화랑이나 미술관과 접촉하는지, 어떻게 대관을 하는지 막막하죠. 스스로가 상업예술가가 맞는지, 순수예술가가 맞는지, 또 예술가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자기검열하고 현실감각을 키워줍니다.”(이명옥)



(좌) 노준의 회장 (우) 이명옥 부회장


이들을 위해 만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매뉴얼’은 화랑과 미술관 어프로치 방식부터 국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전략까지 프로 작가 세계에 뛰어드는 방법을 560여 페이지 속에 일목요연하게 담아놓았다. 책의 두께도 두께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의 공력이 들어갔을지 미루어 짐작해보게 된다.

국공립미술관보다 두드러지는 사립미술관의 장점은 각각의 특색이 있다는 점이다. 한미와 대림은 사진을 전문으로 하고 있고, 토탈은 경계를 넘나든다. 모란은 조각 중심의 미술관이다. 국공립미술관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그 방식에서는 더 유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익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개인이나 기업에게만 운영을 전적으로 맡겨두는 현실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관광대국을 꿈꾼다면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몰라라 할 수 없다고 봐요. 해외에서도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은 미술관과 박물관이잖아요. 우리의 문화를 알려주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관광대국이 될 수 있을까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미술관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 경기도 쪽의 사립미술관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어요. 하지만 서울시는 문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이명옥)

미술작품이 좋아서 컬렉션을 하고 담을 곳을 위해 사립미술관을 지어온 이들이다. 기금을 받으면 사재를 더해서까지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그들이다. 2004년 처음으로 로또기금을 받아 신이 났던 노준의 회장은 1960년부터 2004년까지 45년의 현대미술을 정리하는 ‘당신은 나의 태양: 한국현대미술 1960-2004’이란 전시를 열었다.

사재를 추가로 털어야 했지만 그 덕에 평소해보고 싶었던 전시를 ‘야무지게’ 꾸며볼 수 있었다. 이 전시를 본 프랑스와 일본의 미술관 관계자들의 러브콜이 왔다. 해외로 작품을 가지고 나가는 데만도 억대 비용이 들어 포기해야 했지만 프랑스인 큐레이터는 한국에서 이같이 잘 기획한 전시는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삼성 리움 미술관에서도 전시 자료를 복사해갔는데, 장당 50원으로 친 복사비가 총 80만원이 들 정도로 자료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17명의 작가를 인터뷰해서 얻은 생생한 역사 그 자체였다. “기회가 온다면 미술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정리해보고 싶어요. 사회 문화사 속에서의 미술, 또 정치사적으로, 철학적으로, 미학적으로 미술을 정리할 수가 있거든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술인거죠. 그리고 살아계신 원로 작가 분들을 인터뷰해서 역사를 담아내고 그를 토대로 한 분씩 기획전시를 하고 싶습니다.“(노준의)

노준의 회장이 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서 재임된 지 일 년 반이 되었다. 사립미술관 간의 네트워크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 ㈔한국박물관협회(회장 배기동)는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의 제12회 수상자로 노준의 회장을 최근 선정했다.

노준의 회장은…


1976년 동숭동에 토탈갤러리에 이어, 1984년 경기도 장흥에 토탈야외미술관을 개관한 사립미술관의 산증인이다. 1992년에는 평창동에 토탈미술관 서울분관을 개관해 1987년부터 현재까지 토탈미술관을 이끌어오고 있다.

1998년부터 한국박물관협회 이사 및 정책위원, 2005년부터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 2007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06년 전국박물관인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명옥 부회장은…


이명옥 부회장은 사비나 미술관장이자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시 박물관협의회 부회장이자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로 있다. '팜므파탈', '천재성을 깨워주는 명화이야기',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그림 읽는 CEO'등 다수의 예술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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