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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아트페어로 미술기반 다질 터"
[한국초대석] 김영석 마니프조직위원회 대표
국내 아트페어 선구자·한국구상대제전 창설·작품가격 정찰제로 화제
첫 개인전 열고 본격 화가의 길로… '사이버 미술박물관' 설립 포부도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그를 처음 만난 것은 4월 말 서울 인사동 한 갤러리의 개인전에서다. 독특한 ‘달항아리’가 전시장을 은은히 비추는 가운데 그는 쑥스러워 하면서도 농익은 어조로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리고 한달여 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아트페어(미술품시장)에서 다시 그를 만났다. 각 부스마다 작가들이 나와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낯선(?) 광경 속에 그는 부지런히 전시장을 오가며 아트페어의 길을 터갔다.

그는 김영석(52) 마니프 조직위원회 대표다. 화가이면서 마니프국제아트페어 전시기획자, 화랑 대표를 지냈고 아트프라이스 잡지 발행인, 숙명여대 미대 강사다.

이렇듯 다양한 타이틀은 김영석 대표의 굴곡 많은 인생과 한국 미술계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김 대표는 본래 미술과 무관한 사람이다. 1985년 프랑스로 유학한 게 인연이 됐지만 처음부터 그가 미술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파리 7대학 동양학과 재학중 미술관, 박물관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전시장을 돌며 그림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한국에 돌아온 1990년 초 파리에서 알게 된 지인이 자신의 갤러리를 운영할 것을 권유, 이를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인 미술인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 강남 청담동의 아미화랑. 김 대표는 주로 젊은 작가 중심으로 초대작가전을 가졌다. 아미화랑은 IMF로 미술계가 어려울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 기획전을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아트페어를 개척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화랑을 운영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작가들에 비해 전시할 화랑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림을 팔 수 있는 통로가 적어 작가들의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파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트페어를 생각했죠.”

미술시장을 형성하는 요소를 창작자(작가), 중개자(화랑), 소장자(컬렉터)로 구분할 때 창작자에 비해 부족한 중개자, 소장자의 현실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복안이었다.

그리고 1993년부터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파리 피악(FIAC)과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를 겨냥해 준비를 해나갔다. 이듬해인 1994년 바젤 아트페어 참가권을 얻어내 고영일 작가 작품을 들고 참여했다. 국내 메이저 화랑도 이루지 못한 쾌거였다.

“출품작 30점 중 27점이 팔리는 성과도 있었지만 준비 과정과 현장에서 아트페어 시스템을 익힌 게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1995년 국내 최초로 국제적인 규모의 미술장터인 마니프국제아트페어를 개최했다. 미술계의 중심은 화랑이 아닌 작가라는 점을 강조, 해외 유명작가 25명을 포함해 국내외 작가 3000여 명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했다. 그리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작품가격 정찰제’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국내외 경험상 고객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작품 가격에 대한 정보였어요. 당시 작품가격이 음성화된 측면도 있었는데 이를 양성화하는 것이 작품가에 대한 신뢰를 쌓고 미술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생각했어요.”

‘작품가격 정찰제’는 15년에 이르는 마니프국제아트페어의 불변의 원칙이다. “초기에 한 고객이 5천만원의 작품을 다른 화랑처럼 20% 할인해주면 구입하겠다고 했지만 원칙을 고수했죠. 결국 그 고객은 5천만원을 다 주고 작품을 구입했는데 처음이라 고민했지만 처음부터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다짐했었죠.”

김 대표는 10여 년의 아트페어 등을 토대로 작품가격에 대한 자료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술품 가격 전문지 ‘아트프라이스’를 지금까지 발행해오고 있다.





마니프국제아트페어의 또 다른 특징은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개인전 형태의 아트페어라는 점이다. 일반 화랑미술제가 화랑 위주로 전시판매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작가가 직접 부스에서 고객을 맞이해 작품은 물론 작가와 대화까지 나눌 수 있어 전시장은 소통의 장이 된다.

김 대표는 2005년 ‘한국구상대제전’을 창설해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기도 했다. “국내 미술 장르를 분류하면 구상미술이 70%가 넘는데 전시 기회가 적고 작가는 대부분 가난합니다. 한국 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2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트페어 ‘김과장, 미술관 가는 날’ 행사장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앞으로 몇가지 일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째는 화가의 길이고, 둘째는 합리적인 아트페어를 정착시켜 미술시장 기반을 다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한 자료를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사이버 미술박물관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인사동에서 가진 김 대표의 첫 개인전은 ‘화가의 길’에 본격 들어선 상징적인 작업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작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새로운 제3의 인생의 길을 찾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달항아리“를 위주로 한 그의 전시(‘환생’)는 시온안료를 쓴 새로운 시도와 온도에 따라 그림이 변하는 독특함, 표면을 다룬 내공 등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이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경기대)는 “조금은 낯설겠지만 이제 미술인들은 화가로서의 김영석이란 존재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 대표는 1990년 말부터 대한민국미술대전 공모전에 매년 참여, 입선과 특선 등 10회의 수상경력이 있는 숨은 실력자다. 현재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기도 하다.

가격 정찰제의 아트페어와 작품가격을 객관화하는 작업을 통해 미술시장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도 김 대표의 목표.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미술작품 가격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야 합니다. 미술시장이 살아야 미술인도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작업에 전념할 수 있고 그래야 미술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가 지난 10년간 마니프를 거쳐간 2800여 명의 작가의 작품값을 토대로 지난해말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http://www.artprice.kr/)를 세운 것은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최근 작가들의 작품 뿐 아니라 작가의 모든 것을 자료화(DB)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와 작품이 우리 미술사의 소중한 자료인데 제대로 자료를 정리하는 곳이 없습니다. 작가도 그림을 그릴 뿐 체계적으로 자료 정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미술 관련 기관도 마찬가지고요.”

미술인에 대한 모든 자료를 정리해 사이버미술박물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한국 미술계의 보고로서의 역할이 전망된다.

김 대표는 몇 해전부터 자신이 맡았던 여러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고 있다. ‘화가’에 충실하겠다는 뜻에서다.

아트페어 행사가 끝날 무렵 김 대표의 다짐이 굵게 들려왔다. “다른 길은 포기하더라도 끝내 화가로 남을 겁니다. 다음부터는 ‘화가 김영석’으로 불러주세요.”

김영석 대표는…


1957년생. 프랑스 파리7대학 졸업. 홍익대 대학원 재학 중. 숙명여대 미대 출강.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특선 10회 수상. 1995년 국내 최초로 '작품가격 정찰제' 마니프국제아트페어 개최.

현재 '마니프국제아트페어'(15회), '한국구상대제전' (5회), '아트서울전'(7회) 운영 .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2008년)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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