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20)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롱 티보 콩쿠르 1위로 화려한 등장국내외 오케스트라 러브콜 쇄도

하얀 얼굴에 검은색 커트머리, 순수해보이는 미소에 어딘지 새침한 표정까지. 외모만으로도 호감을 주는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22)의 등장은 생경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그녀는 세계 10대 콩쿠르로 꼽히는 프랑스의 롱 티보 콩쿠르에서 1위를 거두며 등장했다. 피아노부문에서 2001년 임동혁이 쾌거를 거둔 바 있지만, 바이올린 부문에서 더구나 순수 국내파 연주자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몇 년사이 김선욱, 손열음, 성민제처럼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순수 국내파 연주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들려온 낭보여서 한국 클래식 음악 교육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롱 티보 콩쿠르 우승 이후,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서도 음악에 정진해온 그녀의 집념이라던가, 어머니 같은 스승 김남윤과의 인연은 훈훈한 후일담처럼 한동안 매체를 장식했다. 연주자 신현수로서는, 국내외 오케스트라의 러브콜로 무대에 서는 일도 많아졌다.

“지난 2월에 롱 티보 콩쿠르 수상자 연주회를 도쿄 필하모닉과 도쿄에서 했어요. 지휘자 주니치 히로카미 선생님과 처음으로 우승할 때 연주했던 프로코피에프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호흡이 잘 맞아서 좋은 평을 많이 들었죠. 관객 반응도 좋았구요.”

이달 19일에도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이반 피셔)와의 ‘멘델스존 협주곡’ 협연을 비롯해 여러 차례의 해외 공연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순수 국내파 연주자들이 학사 졸업 이후 유학을 택하는 것과 달리, 신현수는 한예종의 대학원 과정을 택했다. 올해 3월부터 2년 간의 전문사를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더욱 세심하고 날카롭게 다듬어내겠다는 다짐이다. 이제는 테크닉과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너머의 청중과의 소통과 호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그 중 하나의 방법이 앨범이 될 듯했다. 2005년 일본의 피아니스트 니시모토 리카와 함께 ‘Toi’라는 크로스오버 앨범을 발매한 적이 있는 신현수에게 한국과 일본에서의 음반제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제의를 받고는 있어요. 어떤 레퍼토리로 솔로 첫 앨범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이죠. 처음인데다 레코딩이다보니 더 신중히 생각해야 할거 같아서요. 하지만 분명한 건 2005년에 낸 음반과는 다른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이 될 거라는 거에요.”

최근에는 스트라빈스키와 프로코피에프의 ‘복잡하면서도 화려한’ 음악에 끌린다는 그녀에겐 두 명의 소중한 음악적 지주와 친구가 있다. 스승 김남윤과 그녀와 마찬가지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언니 신아라이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면서 아낌없는 질책과 꾸중, 칭찬과 애정을 받았어요. 그만큼 기대가 크시다는 것도 알아요. 가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지원과 후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거에요. 그리고 언니는 의지의 대상 이상이죠. 서로 음악성향이 달라 장단점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나누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받아요.”

무대 아래서는 예쁘장한 소녀 같은 모습이다가도 무대 위에 서면 전혀 다른 이미지의 아티스트로 변신하는 신현수. 그녀가 차근히 밟아온 단계만큼이나 앞으로 걸어갈 미래가 궁금해진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