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가] (41) CJ문화재단 전동휘 과장예술학 전공한 큐레이터 출신으로 문화 예술 지원업무에 발벗고 나서출판과 융합한 국제 프로젝트 'CJ그림책축제'로 큰 호응 얻기도

1-CJ그림책축제
2-데이비드 위즈너 전시 작품

“좋은 의지가 있는 분들을 발굴해서 그 분들이 성장할 수 있게 하는 후원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서울시 중구 필동2가에 위치한 CJ인재원에서 만난 전동휘 과장은 자신이 문화재단에 들어온 이유부터 말했다. CJ문화재단 문화공헌팀장으로 있기 전 그의 직업은 큐레이터였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성곡미술관, 가나아트센터의 큐레이터, 아트선재센터 내 현대미술연구소인 ‘사무소(SAMUSO)’의 대표이사를 거쳤다.

문화재단에 큐레이터 출신이란 비교적 독특한 경력으로 입사한 지 올해로 3년째. 문화예술지원사업 등 업무에서 행정적인 부분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직업인지라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눈도 처음엔 적지 않았다.

“10년 정도 갤러리나 미술관 등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등 전시기획은 물론 미술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파트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아트 컨설팅 일을 했어요.”

전 과장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주로 아트 마케팅으로 돈을 버는 일을 했다면 문화재단의 일은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정반대의 일이다.

“사회 전체적인 트렌드를 미리 조사하고 예견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일에 과감하게 예산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차이랄까요. 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이 그 전까지 공연예술 장르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미술이나 출판 사업 등을 강화시켜 폭넓은 예술파트를 지원하는 일로 확대했다고 할 수 있죠.”

전동휘 과장은 문화재단의 지원 분야인 미술, 출판, 공연, 영화 등을 두루 담당하지만 자신이 직접 ‘사무국장’ 역할을 하는 분야는 바로 미술과 출판이다. 문화재단에 미술이란 장르를 ‘이식’한 장본인인 셈이다.

전 과장이 담당한 일 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바로 출판과 미술을 융합시킨‘CJ 그림책축제’라 할 수 있다. 이 축제는 첫 회 때 신간 그림책 부문에 33개국 694개 작품이,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는 37개국 732점이 응모를 해 큰 관심을 모은 글로벌 프로젝트다.

또한 그림책 상 부문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해 성곡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신간 그림책 부문 100권의 책과 50인의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한글과 영문 설명과 함께 수록한 도록은 현재 국내외 그림책의 최신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란 평가를 받고 있다.

기발한 상상력과 초현실주의 표현, 사실적인 수채화 기법으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 원화도 볼거리다. ‘CJ 그림책축제’는 한마디로 CJ문화재단의 국제적인 출판 메세나 사업으로 그림책 창작과 교류를 지원하는 사업인 것이다.

“그림책은 이제 아동서적이란 인식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죠. 그만큼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그림책 분야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거든요. 과거 어린이였던 어른들까지 남녀노소, 연령 구분 없이 모두 함께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된 셈이죠. 1회 그림책축제에서 저는 종이에 머물러 있던 그림책을 장르의 벽을 깨고 미술이나 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와 결합해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시키는 데 주력했어요.”

1회 그림책축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국내외의 우수한 그림책을 소개하고 신인 일러스트레이터를 발굴해서 세계에 널리 알리는 등 비영리 목적의 문화 후원 페스티벌을 향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림책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한 셈이다.

‘CJ 그림책축제’는 CJ문화재단의 ‘문화키움’과 ‘문화나눔’이라는 두 갈래 사업 중 문화나눔에 해당한다. 문화키움 사업은 예술단체나 창작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극단 여행자’나 ‘신국악단 소리아’ 등 예술단체와 젊은 예술인들의 성장ㆍ발전의 장인 ‘CJ영페스티벌’, 신인 영화 인재 발굴과 아시아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교류의 장인 ‘시네마 디지털 서울’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문화나눔’은 말 그대로 예술의 즐거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누고자 기획된 사업이다. 그 중 문화예술을 부담 없이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의 ‘문화저변 확대 사업’ 인 ‘WE LOVE ARTS’ 캠페인은 대중들의 호응이 꽤 큰 편이다.

‘WE LOVE ARTS’의 모태는 ‘WE LOVE CLASSIC’이다. 클래식뿐 아니라 국악, 무용, 연극, 뮤지컬까지 공연 장르를 확대해 특정 계층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30% 낮아진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년 4회 지원에서 올해부터 12회 지원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공연 관람료의 30%를 후원하여 많은 관객이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 ‘WE LOVE ARTS’ 캠페인이죠. 공연을 즐기는 데 부담을 줄여주자는 이 캠페인은 제작사나 관객 모두가 만족하고 있어요. 대량으로 표를 사서 무료 티켓을 지원하기보다 공연의 가치를 알고 찾는 관객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지원이야말로 진정성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전동휘 과장이 문화재단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바로 ‘진정성’이다. 유독 그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있다. “뜻이 있지만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해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젊은 창작인들이 많아요. 젊다는 건 비단 나이에만 국한되진 않죠. 생각이 젊고 실현시키고자 하는 열정이 넘치는 예술단체도 많아요. ‘창작, 젊음, 글로벌’이라는 키워드에 부합되는 예술, 창작 단체들이 뜻을 펼치도록 문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게 문화재단과 저의 일이라 생각해요.”

그 중 화음쳄버오케스트라와의 인연은 기업과 예술단체의 가장 이상적인 메세나 모델로 꼽히는 사례다. 14년 동안 기업과 예술단체가 파트너로서 지속적인 인연을 맺어온 경우가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 음악이 들리고 음악 속에 그림이 보인다는 뜻을 지닌 실내 악단 ‘화음(畵音)’의 화음프로젝트는 당시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전 동휘 과장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미술과 타 예술장르가 결합해 새로운 장르로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롤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저희들도 감동과 자극을 받아 성장과 성숙을 동시에 맛보는 프로그램들이 꽤 있어요. 그 중 문화나눔 사업의 하나인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연’은 청소년들의 꿈과 이야기를 연극 무대에 올리는 연극 교육 프로그램인데 마치 ‘가정 화해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을 만큼 관객과 무대 위 배우들 그리고 기획자들까지도 모두 뭉클해져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따뜻한 프로그램이랍니다.”

전 과장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바로 ‘TRINITY-아시안컨템포러리아트어워즈포럼’이다.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가장 역량 있는 작가 40명을 추천받아 그 중 5명이 서울에서 전시를 하고 최종 우승자를 뽑는 방식의 이 행사는 11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전 과장은 이 행사가 영국의 권위 있는 현대 미술상 ‘터너 프라이즈’처럼 국제적 위상을 가진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슬쩍 귀띔한다.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보다 풍성해지도록 교량 역할을 잘 해야 하겠죠. 또한 젊은 예술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눈이 흔들리지 않고 제 스스로도 감각이 유지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chironyou@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