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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 레저 문화의 전도사 됐어요"
6·29 선언 막후의 여인, 박자금 스파그린랜드 사장
대형 버블탕·족탕 등 해외온천 벤치마킹 인기 명소로 자리매김





글 사진 광주=박원식기자 parky@hk.co.kr  



박자금 스파그린랜드 사장, 아들 최재원 대표 모자가 족탕에 함께 발을 담그고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1987년.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한 그의 핵심 측근들이 준비작업을 한 곳이 뉴월드호텔 특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여성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바로 6·29선언 실무작업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던’ 박자금 뉴월드호텔 사장.

그로부터 20여년 후인 지금 경기 광주시 퇴촌면의 스파그린랜드. 서울 근교라 가깝기도 하지만 강남권 주부들 사이에서도 ‘고품격 스파’라고 입소문난 이 곳 여기저기를 오가는 자그마한 체구의 ‘어르신’ 한 분이 자주 눈에 띈다. 그냥 ‘평범한 할머니’라고 보아 넘길 수도 있지만 그는 다름 아닌 이 회사의 오너, 20여년 전 그때의 인물, 박자금 사장이다.

“흰 색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액자나 옛날 사진들을 보아도 흰 옷을 입고 있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네요.” 스파그린랜드 입구 안쪽, 그리 넓지 않은 크기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 사장은 이 날도 흰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다 남자들이 성공하잖아요. 비즈니스 업무차 사람들을 주로 만나다 보니 모두 남자이고 항상 여자는 저 혼자였어요. 남자분들이 대부분 까만 양복에 흰 와이셔츠를 입으니 저는 반대로 까만 블라우스에 흰 재킷을 즐겨 입었지요. 대신 겨울에는 저도 흰 블라우스에 검정옷 차림이었습니다.”

지금 나이 71세. 박자금 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풍한건설 사장, 대주관광 사장, 뉴월드호텔 사장, 그리고 현재 스파그린랜드 사장. 그런데 그는 부산대 사범대 미술교육학과를 나와 젊은 시절 수년간 명성여고 미술교사로 일했다. 어떻게 미술교사 출신이 거대 기업의 오너로까지 올라선 것일까.

그런데 ‘여러 사업을 벌여 나가고 꽤 많은 돈을 벌어 들인’, 자못 신화적이기도 한 박 사장의 스토리는 꼭 경제나 기업 이야기만은 아니다. 반드시 ‘돈’만을 좇아 온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 미술에서→건설로, 또→관광과→호텔→스파로 이어지는 그의 인생 역정은 드라마틱하면서도 휴머니즘적인 인과관계를 충분히 갖고 있다.

“미술대를 나와 처녀 때 미술학원을 했었어요. 당시 서울 서대문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으로 당대 유력 인사들의 자제분들이 많이 찾아 왔습니다. 실력을 인정받다 보니 수강생들도 크게 늘어나고 돈도 벌다 보니 미술 학교를 짓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부지로 당시 ‘별 볼일 없던’ 서울 강남에 땅을 사뒀죠.”

그리곤 땅값이 크게 올랐다. 주변에서 아파트를 지으라고 해서 시작한 일이 건설업. 아파트 수백 세대를 지어 팔고는 또 돈을 크게 불렸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돈 버는 것은’ 여기까지.

“외국 여행을 하다 보니 아무리 못사는 나라를 가더라도 호텔 하나 만큼은 잘 지어 놓은 거예요. 저게 바로 문화고 관광이란 느낌이 다가왔고 우리나라도 알릴 수 있겠다 싶어 호텔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뉴월드호텔. 인터콘티넨탈이나 르네상스호텔도 없었던 시절, 강남에 유일무이하다시피 한 특급호텔이었다.

“돈을 벌려고만 했으면 땅을 더 사고 팔았어야 했겠죠. 또 호텔을 짓지 않고 아파트를 더 지어 팔았으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이 모았을 겁니다. 호텔은 돈을 크게 버는 사업은 결코 아니거든요.”

경제적이라기 보다는 문화적인 유전인자를 더 강하게 가진 박자금 사장은 이 때 “부자 되는 것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목욕탕’ 밖에 못합니다” 그렇게 말하곤 그의 유쾌한 웃음이 이어진다.





일반의 생각과 달리 호텔 사업에서 큰 결실(?)을 보지 못한 박 사장은 호텔을 정리하고선 온천등 리조트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역시 레저 사업을 향한 그의 유전 인자가 또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

“당시 몸 상태도 조금 안 좋아 해외 온천들을 다녀 봤습니다. 수년 간 자비를 들여 독일이나 일본 등 이름있다는 온천 수백 군데는 다 찾아 봤지요. 아들하고 1년 내내 온천만 다닌 적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허리 치료차 독일에 갔다가 바데풀을 처음 보고 내린 결론은 “앞으로 주 5일제가 실시되면 사람들이 리조트나 스파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 건강과 레저 문화가 더욱 중시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인지 박자금 사장의 스파그린랜드에는 건강과 레저, 문화적 요소가 고루 담겨 있다. 대표 시설이라 할 수 있는 물안마 치료 시설격인 대형 버블탕은 무려 120여개의 분사구를 갖고 있다. 물 구멍마다 모터가 달려 있는 정통 독일식 바데풀을 재현한 것으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건강 돕기 위한 배려이다.

일본에 가서 본 대형 족탕의 경험도 가져왔다. 국내 스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족탕 시설이 그것. 유럽식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에 바닥에는 천연돌을 깔고 뜨거운 물이 흐르는 수로를 걷도록 한 이 곳은 연인이나 가족들에게 무척 인기 높은 명소로 자리매김돼 있다. 하늘과 나무 등 자연 속에서 ‘발가 벗고’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노천탕이나 석조 건축 기능장이 직접 설계 시공한 7m높이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불한증막 등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시설.

특히 미술을 전공한 박 사장의 문화예술적 감각은 실내외 곳곳에 비치한 예술작품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관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아폴로상을 비롯, 로비에 있는 ‘책 읽는 아빠와 딸’의 브론즈상, 쇄라의 대표작인 ‘휴일의 오후’를 대리석으로 만든 거대한 벽천(川) 등의 미술관에 있는 느낌을 줄만한 수준. 아쿠아탕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원형테라스 또한 유럽에서 직수입한 대리석으로 만든 이탈리아 조각가의 작품으로 유럽의 온천 시설에 온 듯한 느낌을 던져 준다.

“시설 하나하나 제 손길, 아이디어, 고민을 거듭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3년 넘게 스파 하나만을 위해 세계 곳곳을 뛰어 다녔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 않을, 10년 후에도 앞서 갈 만한 명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서도 스파 문화를 즐길 수 있으면 외화도 절약돼 국가경제에도 이바지하면 좋?아요.”

남들 같으면 벌써 은퇴하고도 오래 됐을 70이 넘은 고령임데도 박 사장은 지금도 실무를 직접 지시한다. “제가 경험이 많아서인지 아이디어나 생각도 무척 많아요.” 단 하나 불편한 점 있다면 보청기를 낀다는 것. 아들 최재원 사장은 늘상 어머니와 함께 다니며 작은 일들을 챙겨 준다.

여성 경영인으로서 어려움은 없지 않았나 궁금해진다. “아니요. 오히려 여성이란 점이 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 경영자가 많지 않아서인지 많이들 배려해 주시는 것 같아요.”

박 사장은 “꿈을 좇으며 살아 왔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일을 많이 하게 되고 별로 늙지도 않는다는 것. 실제 스파 사업을 준비하면서 안좋던 건강은 훨씬 더 좋아졌다. “그렇게 일을 많이 했다”는 박 사장은 지금도 그래서 늙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조만간 여유 부지에 노인들을 위한 복지 휴양시설이나 실버타운, 병원 등을 세워 레저와 건강이 함께 하는 타운으로 확장시킬 예정입니다. 가평에는 골프장과 스키장을 세울 계획도 세워놓았으니까요.” 결코 꿈이 그칠줄 모르고 샘솟는 박자금 사장은 “성공하려면 많이 보고 안목을 키우는 것이 절대 필요한 것 같다”고 성공 비결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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