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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요법으로 의료민영화 대비하세요"
[한국초대석] 김교빈 민족의학 연구원 원장
남·북한·중국 옛 치료법 토대 '약 안쓰고 병 고치기' 등 약손문고 시리즈 발간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우리 조상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지 않고, 대대로 내려오던 민간요법으로 질병을 다스렸다. 민족의학연구원은 보리출판사와 손 잡고 옛 치료법을 소개하는 <약손문고> 시리즈를 펴낸다.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약 안쓰고 병 고치기>와 <손 주물러 병 고치기>가 최근 출간됐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민족의학연구원 상임 연구원들과 외부 한의학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북한과 중국, 우리의 민간요법 책과 자료들을 토대로 옛 치료법을 우리 실정에 맞게 구성했다. 머리, 손, 발 등 몸의 형상을 기준으로 난청, 축농증, 치질, 위경련, 당뇨병, 콩팥염, 발기부전, 불임증 등 광범위한 병증에 관한 옛 치료법을 소개했다. 또 전문 의학용어를 가능한 쉬운 용어로 다듬고, 군데군데 삽화를 넣어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곧이어 '발 주물러 병 고치기'를 비롯해 약손문고 시리즈가 계속 나올 예정이다.

● 서민에게는 옛 치료가 대안

첨단의학 시대에 수 백 년 전 사용하던 민간요법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는 까닭이 궁금하다.

민족의학연구원 김교빈 원장(호서대학교 동양철학과 교수)은 "상업주의 논리에 대다수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가장 쉽고 효과적인 것이 우리의 옛 치료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민족의학연구원은 의료민영화 논의가 시작됐던 2005년부터 설립을 준비해 2007년 8월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얻었다. 단체의 설립 취지가 의료민영화에 대비해 국민의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아직 의료민영화는 되지 않았지만 지금도 서민 대다수는 병원비나 약 값이 부담돼 병을 키우고 있습니다. 첨단 의료장비와 약이 속속 개발되면서 의료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지요. 시골에 가면 노인들 아파도 병원 못 가요. 도심에 살고 있는 제 주변인들도 치아가 아픈데 치료비가 무서워 병원에 못 가고, 병을 키우는 이들이 왕왕 있어요. 이 책은 첨단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씌어졌어요. 돈이 없어도 스스로의 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게 출발점이죠."

김 원장은 설상가상 의료민영화가 되면,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국민의 90% 정도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대안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우리 민족이 써왔던 민간요법이 상업적인 첨단의학의 대안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이 책에 담긴 민간요법으로 병을 완치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증상을 완화시켜주지요. 또 중증이 아닌 초기 치료 효과가 높고요. 증세가 심한데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지요."

● 옛 치료법은 낙후된 의학 아니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옛 치료가 과연 최선의 대안의료가 될까. 자칫 검증되지 않았거나 '낙후된' 전통 민간요법으로 병을 더 키우는 병폐가 생기지는 않을까.

"이 책에 소개된 옛 치료들은 대부분 물리치료와 자연 약재를 이용한 것으로 최소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서양 현대의학이 가장 훌륭한 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다지만, 오진율이 30~4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어요. 화학약재를 쓰는 현대의학은 오진에서 잘못되면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지 않습니까."

더욱이 상업주의에 물든 현대의학은 약물의 남용을 부추겨 인류의 자연치유 능력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은 자기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잘 안 먹인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환자들에게는 해열제에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을 한 꾸러미 먹게 합니다. 약의 남용으로 부작용은 커지고, 인류가 가진 90%의 자연치유력은 상실돼가고 있어요. 제약회사들도 치료약보다는 관리약 개발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환자가 완치되면 이들 회사 입장에서는 불행일 수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를 완치하기보다는 관리하는 약에 더 신경을 쓴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요. 현대의학 자체가 완벽하지 않을 뿐더러, 상업주의에 물들어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우리의 현실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동양철학자인 그는 현대과학에 대한 맹신을 버리면 우리의 옛 치료법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현대의학보다 못하다는 편견이 깨진다는 것이다.

전통의학은 오랫동안 사용해온 것인 만큼 효과가 나름의 방식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그는 현대의학의 잣대로 전통의학을 무시하는 것은 현대인의 오만과 편견이라고 말한다.

옛날엔 다리를 삐면 치자를 짓이겨 바르고, 설사가 나면 뜨겁게 데운 돌로 아랫배를 찜질하거나, 턱을 괸 채 엎드려 두 번째 허리 양 옆을 눌러줬다. 열이 날 땐 소금이나 솔잎을 헝겊에 싸서 이마에 대기도 했다.

오늘날의 관점에선 불편하고, 불완전한 치료법처럼 보이나 적어도 수 백 년 동안 사용됐을 때는 그만큼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람의 병을 고치는 데 유용한 지식이라면 배제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동안 옛 치료법이 왜 배제돼 왔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사실 우리 고유의 의학이 사장 위기에 처한 데는 서구화뿐 아니라 남북 분단도 한몫을 했다.

민족의학연구원은 약손문고 시리즈 외에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1000여 종의 약재를 세밀화해 도감(圖鑑,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엮은 책)으로 발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2권을 발간할 예정이며, 매년 2권씩 30여 년에 걸쳐 50~60권의 책으로 완간할 계획이다.

"동의보감에는 1000여 종의 약재가 나오지만 오늘날 아주 우수한 한의사가 쓰는 약재도 150종을 못 넘는다고 해요. 보통 한의사들은 40~50종으로도 하고 있고요. 우수한 역량을 가진 우리의 전통의학이 크게 위축된 데는 현대의학의 유입이 가장 큰 이유이겠으나, 남북이 분단되면서 더욱 그 맥이 끊겼지요. 약재는 산업화가 덜 진행된 북녘에 더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북녘의 책과 자료를 참고로 그곳의 약재도 소개할 거예요. 이것이 우수한 역량을 가진 우리 민족의학의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 의료는 하나의 문화

동양철학과 교수인 김 원장은 원래 '기(氣)'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다 자연스럽게 한의학과 동양과학을 접했다.

그리고 가장 오래된 중국 의학서인 <황제내경>과 허준의 <동의보감> 등 중국 전통의학과 한의학, 우리나라 전통의학 서적을 두루 연구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렇다고는 하나 그가 한의학 전문가는 아니다.

<약 안쓰고 병 고치기> 등은 민족의학연구원 가운데 황상익 서울대의대 교수와 강신익 인제대의대 교수, 안규석 경의대 한의대 교수, 박석준 동의과학연구소 소장, 성낙온 대한한의사협의회 이사, 장회익 서울대 물리학 교수 등 서양의학과 한의학, 서양과학을 전공한 상임이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감수를 받았다. 내부 인원뿐 아니라 외부의 한의사들에게도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차원의 자문을 얻었다.

그는 "임상 차원에서 신빙성이 적거나 검증이 안 된 것들은 걸러냈다"며 비의료인이 쓴 책이라는 비판에도 자신 있게 답한다.

이해관계에 얽힌 편협한 의료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옆에 앉은 동료가 등이 아프다고 가정해 봅시다. 의사가 아닌 제가 그의 등을 주무르며, 의학적 용어를 쓰는 것은 현 의료법에 위반되는 행위입니다. 이런 편협한 의료제도는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것이지, 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의료제도를 들여다 보면, 전문직의 밥 그릇 지키기를 위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해관계가 없는 비의료인의 시각에서 쓴 책이 어떤 면에서는 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에게 의학은 과학일 뿐 아니라 하나의 문화다.

"의료는 그 사회의 총체적인 것과 연관 됩니다. 예를 들어, 경제상황, 기후가 그 시대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지요. 심리학, 사회학, 지리학 등이 다 맞물리는 게 의학입니다. 인류의 건강을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그는 의료의 범위도 병원에서의 진료행위에 한정시키지 않는다.

식약동원(食藥同源)', 먹는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말도 있듯이, 먹는 것은 건강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상업주의로부터 서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신념에서 민족의학연구원은 친환경 식당 <문턱 없는 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문턱 없는 밥집은 100%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지만 밥값은 형편껏 내도록 하고 있다.

도시의 경제취약 계층도 좋은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취지에서 민족의학연구원이 하고 있는 사업이다. 또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공동체가 다 같이 잘 사는 방법을 도모하는 재활용 가게 '기분 좋은 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김교빈 원장은…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박사. 현 호서대학교 철학과 교수, 인문콘텐츠학회 회장 역임. 저서로는 <동양철학에세이>, <한국철학에세이>, <동양철학과 한의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 <기의 철학>, <동양의학은 서양과학을 뒤엎을 것인가>, <몸으로 본 중국사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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