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대석] 박상훈 인터브랜드 대표·장동련 홍익대 교수'홍대앞에서…' 출간, 선택과 집중·소통 장소의 올바른 재탄생 비결 공개

“플레이스(장소)에는 종합적인 맥락에서 공간이 포함되지만 물리적 측면에 감성, 그 다음에 이야기가 있어야 브랜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지난달 15일 <홍대앞에서 런던까지 장소의 재탄생>을 펴낸 장동련(53) 홍익대 미대 교수의 말이다.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장소의 재탄생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 국토가 공사판’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우리의 도시공간은 물리적 변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때 플레이스 마케팅을 뛰어넘는 플레이스 브랜딩을 주창하는 이들의 얘기가 의미 있게 들리는 이유다. 공동저자인 박상훈(48) 인터브랜드 대표이사와 장 교수를 지난달 29일 서울 논현동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회의실에서 만나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물었다.

박 대표는 “한정된 시간에 어떤 공간에서 머무는 것이 삶이라는 점에서 장소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과거보다 훨씬 더 장소에 대한 선택권이 커진 만큼 어떻게 인식되는 장소를 만드는가는 개인의 삶을 결정짓는 것과도 같다”며 장소와 재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야기’, ‘선택과 집중’, ‘소통’. 이들이 장소의 올바른 재탄생에 필요한 3가지 비결로 공개한 내용이다.

‘이야기’는 플레이스의 힘

물리적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 장소를 브랜드화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퐁네프 다리는 실제로 가보면 조그맣지만 스토리를 만들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가 됐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책에 소개된 이탈리아 베로나 사례도 이런 설명을 잘 이해시켜준다. 베로나는 원래 평범한 유럽의 소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도시였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의 배경이 되면서 이 도시가 얻게 된 장소성의 힘은 막강하다. ‘스토리’가 저절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베로나 어디를 가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베로나는 이제 연인들의 도시이며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도시가 되었다.” – 책 204 쪽

이야기는 장소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시도와 과정에서 나온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장 교수는 “호주 멜버른은 슬로건이 ‘더 플레이스 투 비(The place to be)’일만큼 플레이스 브랜딩을 강조하는 곳”이라며 “우리나라의 구에 해당하는 각 디스트릭트(district)가 팀을 만들어 풋볼 경기를 열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자기 지역의 자부심을 키워간다”고 소개했다.

‘선택과 집중’이 플레이스를 브랜드로

‘선택과 집중’은 이들이 플레이스 마케팅과는 차별성이 있는 플레이스 브랜딩을 주창할 수 있게 하는 방법론이다. 플레이스 브랜딩은 장소의 여러 가치 중에 잠재력이 가장 큰 핵심 가치만을 다양한 요소로 구체화 해 이미지를 향상시킨다. 장소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매력적인 가치든지 강조하는 플레이스 마케팅과의 차이점이다.

실제로 이들이 책에 소개한 여러 성공사례는 이런 ‘선택과 집중’에 성공한 경우다. 좋은 미대가 있는 평범한 대학가였던 서울 홍익대 앞은 이제 청년문화의 상징이자 한편으로는 트렌디한 소비문화의 온갖 것들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거대한 쇼케이스가 됐다. 홍대와 주변의 핵심역량인 예술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플레이스 브랜드를 얻게 된 것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중소 도시인 빌바오도 ‘선택과 집중’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당초 철강과 조선업 중심으로 부강했다 경제변화 속에 무기력한 지방 도시로 전락했던 빌바오는 ‘문화도시’라는 한가지 비전에 집중하면서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다. 서울시 역시 ‘문화’를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우리는 잘하고 있을까. 이들의 생각을 물었다.

박 대표는 “기회창출을 위한 갖가지 노력에 신뢰를 보내고 싶으며 제대로만 된다면 새로운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공론의 장을 통해 실행 방법에 대한 협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나 리딩 비전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강 프로젝트, 남산 프로젝트 등등 수많은 프로젝트가 있지만 그것을 왜 하고 비전은 어떤지 충분한 공감대와 이야기, 소통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플레이스 브랜드 살리고 죽이는 ‘소통’

아무리 재미 있는 이야기, 결단력 있는 선택과 집중도 ‘소통’이 없이는 꿰지 않은 보배와 같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장 교수는 “플레이스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지속성인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국가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선택을 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집중한 홍대 앞은 이런 요소에 의해 흥망의 시기에 놓여왔다. 당초 홍대 앞이 청년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문화 생산자와 클럽주인,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실천임을 책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관(官)이 개입해 피카소 거리 조성 등의 개발에 나서면서 지가가 상승해 예술가들은 오히려 문래동 등지의 값싼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민(民)이 통하는 곳에 관이 나서면서 오히려 단절을 불러와 플레이스 브랜딩의 위기를 가져온 셈이다.

박 교수는 “일반 시민에게 비전을 만들라면 못하기 때문에 리더십을 갖고 비전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충분한 소통으로 공감을 얻었다면 비전 실행방법과 계획에 있어서 법적·제도적 지원을 하되 자율을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사례로 제시한 일본 롯폰기 역시 플레이스 브랜딩에 있어서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다. 원래 도심재개발 논의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던 롯폰기는 정책결정자가 확고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달라졌다. 핵심적인 성공 원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와 협조를 거쳤다는 것.

롯폰기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에 참여한 조나단 반브룩 등의 혁신적인 디자인 지원까지 어우러져 ‘밤의 거리’에서 도쿄를 상징하는 문화예술 복합지역으로 거듭났다.

‘서울은 정체성이 모호하고 불균질하게 섞여 있는 곳이라 플레이스 브랜딩이 잘 안되는 도시라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장 교수는 “서울이 좋은 이유는 사람들의 에너지”라며 “통합적 맥락에서 사람, 그들의 에너지를 서울의 정체성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서울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있고 분단국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서양과 중국, 중국과 일본을 모두 가질 수 있는 브릿징 시티, 융합 도시 개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30%에 이른다”며 “플레이스 브랜딩은 수출을 10조원 이상 늘리는 파급효과를 안겨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훈 대표는…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조지 워싱턴대 MBA. 전 베네통·아이디비 코리아 마케팅 매니저. 전 지방시 코리아 지사장. 전 필스버리 코리아 대표이사.



장동련 교수는…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미 뉴욕 파슨스 스쿨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졸업. 미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디 아츠 그래픽디자인 석사. 이코그라다(세계그래픽디자인협의회) 회장. 전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