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샤를 뒤투아린덴바움 페스티벌 위해 방한… 5일간의 여름 휴가도 반납

온화한 표정 뒤에 숨겨진 철두철미함과 깐깐함이 명성만큼이나 유명한 세계적 마에스트로. 샤를 뒤투아(73)가 한국을 찾았다. 1974년, 서울시향과 첫 호흡을 맞추었던 그는 2007년, 33년 만에 다시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잡으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2년이 흐른 후 그가 다시 한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08년 9월에 필라델피아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하고 올해부터 로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를 맡게 된 샤를 뒤투아. 게다가 그는 올해 7월부터 앞으로 5년간 스위스에서 여름마다 열리는 국제 음악축제인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까지 맡게 되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는 뒤투아에게 세계 음악계 또한 여전히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 그런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평소 철학과 맞닿아있다.

피아니스트 에브게니 키신, 마르타 아르헤리치 같은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전세계의 음악도들이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문화적 교류를 하는 음악축제인 베르비에 페스티벌의 수장이 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짐작해볼 수 있듯이, 그는 음악교육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진 지휘자이다. 일본의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3년간 예술감독을 맡은 바 있다. 올해 한국에서 PMF와 베르비에 페스티벌을 모태로 만들어진 린덴바움 페스티벌을 위해 그는 5일간의 여름휴가까지 반납했다.

“어제 밤에 유럽에서 왔습니다. 여기에서 3일 반 정도 페스티벌과 함께 한 후 뉴욕으로 바로 가서 또 연주를 해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오디션을 통과한 젊은 연주자들과 리허설을 했는데, 즐거웠어요.”

7월 29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에게서 여행의 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전 언제나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그건 전문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죠. 하지만 전 이 같은 방식으로 젊은 연주자들을 가르치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번에도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을 어린 세대들과 공유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린덴바움 페스티벌 참가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케스트라의 각 세션을 활용하기 위해 말러 교향곡 1번 ‘타이탄’을 메인 레퍼토리로 선정한 뒤투아는 지난 8월 1일 낮 1시 30분에 오디션으로 뽑힌 103명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과 세계의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모인 13명의 수석 단원과 함께 무대에 섰다.

“물론 숙련된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면 원하는 연주를 하는데 보다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젊은 뮤지션들보다 낫다는 얘기는 아니죠. 젊은 연주자들은 때때로 놀라운 참신함과 비상한 직관을 발휘하기도 하거든요.”그는 최근 활약하고 있는 아시아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도 더했다.

그는 친절한 지휘자는 아니다. 기자간담회에 함께 자리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트롬본 주자 블레어 볼린저는 샤를 뒤투아와 22년 간 음악적으로 교감해왔다. “굉장히 예민한 귀와 음감을 가지고 있어서, 오케스트라에서 들리는 사소한 불협화음도 잡아내는 분이죠. 리허설에서도 클라리넷 연주가 원활하지 않다고 하셔서 여러 번 연습을 반복해야 했답니다.” 지휘자로서의 샤를 뒤투아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20세기의 프랑스와 러시아 레퍼토리에 대한 탁월한 해석으로 정평이 난 샤를 뒤투아. 그는 특히, 캐나다의 몬트리올 교향악단에서 오토 클렘페러와 주빈메타를 이어 23년간 재임하면서 세계적인 악단으로 발돋움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몬트리올 교향악단과 함께 데카/런던 레이블로 발표한 수많은 앨범은 그에게 40여 개 이상의 국제적인 음악 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사생활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뒤투아는 ‘피아노의 여제’라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샤를 뒤투아는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과의 짧은 일정을 뒤로 하고 8월 1일 공연 후 곧바로 다음 콘서트를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