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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맨으로 살다 자기 앨범 낸 기분"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자전적 '록 키즈' 이야기 '악행일지' 출간
영국 음악 순례 책으로 낼 예정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1. 홍대 앞에서 태어나 여드름 진 청소년기를 보낸 후엔 홍대 영문과를 다녔다. 30대에 들어서면서 마련한 작업실은 필연적으로 홍대 앞이다. 홍대 일대가 황무지이던 시절부터 라이브 클럽‘발전소’와 ‘곰팡이’를 시작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문화지대가 되기까지, 홍대 주변에서 피어난 대중문화와 30년 넘게 동고동락한 이 남자.

방송아카데미의 방송작가 과정을 들으며 ‘노브레인’의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들어선 홍대의 클럽가를 온 몸으로 헤집고 다녔던 그. 인디밴드의 공연과 그들과 수시로 갖은 술자리에서 펄떡이는 현장성을 체득한 그는 이제 지면과 방송을 종횡무진하는 대중음악 평론가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가 핫 이슈이던 지난해 6월, 촛불시위 현장에서 연행되며 한겨레 신문 1면을 장식한 것을 계기로 종종 문화면이 아닌 정치면 혹은 사회면에서까지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웬만하면 그쪽 얘기는 안 쓰려고 하는데, 세상이 날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는 김작가란 필명으로 유명한 김성민(34)씨다.

#2. “요즘 김작가 글 읽는 재미에 산다니까”라고 말하던 모 공연장의 기획과장 덕에 2007년 추석, 외로운 싱글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를 처음 알게 된 지도 만 2년이 되어간다. 가족과 친지들의 눈총을 피해 홍대 앞으로 모여든 동종업계의 또래 중 하나였던 그는 ‘처음부터 친했던’ 사람이다. 무례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친근함과 재치 있는 입담은 김작가라는 문화계 마당발을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

땅 밑으로 꺼져가는 기분도 지붕 위로 끌어올리는 재주를 가진 그가 여름 햇살이 이글거리는 명동 한복판에 서 있다. 런던의 플리마켓인 브릭레인에서 구입한 검정색 페도라를 쓰고 영국의 그래피티 화가 뱅크시의 그림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걸치고, 손목엔 뱅글대신 여름의 대중음악페스티벌 입장 팔찌를 끼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최근에 출간된 <악행일지>가 들려 있었다. 표정이 밝다.

“세션맨으로 살다가 자기 앨범을 낸 기분이랄까요?”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감옥에서 쓴 ‘악행(惡行)의 자서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책 속엔, 대중음악 평론가의 음악 일대기인 악행(樂行)이 여과 없이 담겼다. 1년 반 전에 이미 세상 공기를 쐬었어야 했던‘만담집’(김작가는 이 표현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엔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록과 함께 울고 웃었던, ‘록 키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성격이 온화하지 못한 탓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에요. 한국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록이 비주류 장르잖아요. 그러니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문화적 마이너리티이고 그러다 보니 세상과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불화는 심각한 것이 아니라, 코믹영화나 시트콤 같은 거죠.”

록이 1960년대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 반정부, 반보수, 반냉전을 부르짖으며 태어났다면 김작가의 록은 유쾌한 불화다. 코믹영화와 시트콤 주인공들처럼 4차원적인 사고방식과 세상의 주류적인 사고방식이 충돌하며 빚어낸 불화. 록은 그에게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이기도 했다.

“1980년대에 머리를 기르고, 악어가죽 부츠를 신고, 쫄바지를 입었던 헤비메탈 추종자들은 1990년대 너바나를 좋아하면서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꿨어요. 제 친구 중에도 있었거든요. 강한 남자였던 그 애는 다 닳은 청바지와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고, 며칠 감지 않아 헝클어진 머리로 나타나서는‘우리는 모두 루저야’라고 말하더군요.(웃음) 하나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구나 싶었죠.”

김작가는 최근 한달 보름 정도 영국을 다녀왔다. 약 2년 전, 사석에서 만난 자리에서 해외의 ‘공공의 소리’를 찾아 여행하고 싶다며 야무진 계획을 밝혔던 그는 계획과는 달리 영국의 음악 순례를 막 마치고 돌아온 참이다. 언젠가 영국에 꼭 가겠다 마음 먹던 그에게 구체적인 계획이 생긴 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프레스 티켓이 주어지면서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오브 컨템포러리 퍼포밍 아츠’라는 풀네임이 말해주듯 현대의 공연예술을 망라하는 이 축제는 매년 6월 마지막 주에 열린다. 라인업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4월에 티켓이 오픈 되지만 3일 만에 15만 장이 동날 정도로 세계 음악애호가가 주시하는 세계적인 축제이다.

“잘 아는 공연기획사에서 이 티켓을 준다는 거에요. 처음엔 믿기지가 않아서 몇 번 물어보다가 좋은 기회다 싶어서 음악 순례를 하기로 했죠. 마침 친하게 지내는 인디밴드가 파리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처음 같이 파리로 갔다가 일주일 후 저 혼자 런던으로 갔어요.”

그는 영국의 모든 음악이 모이는 런던부터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 생가가 있는 리버풀, 세계적인 축제가 열리는 글래스톤베리, 밴드들이 밀집해 있는 에딘버러, 90년대까지 영국의 쿨한 음악을 책임지는 도시였던 멘체스터, 침울한 영국 음악을 잉태하는 브리스톨, 그리고 살아있는 록의 신화 U2를 낳은 아일랜드 더블린까지 다녀왔다.

“영국은 밴드를 소개할 때 출신 지역을 말하거든요. 브리스톨은 포티쉐드(Portishead), 메시브 어택(Massive Attack) 같은 음울한 음악이 나온 도시죠. 대학도시인데, 도착 후 30분 만에 이유를 알게 됐어요. 허허벌판인데다가 2박3일 있는 동안 햇빛 한번 못 봤거든요. 여행일정 동안 더블린에서는 유일하게 딱 하루 호텔에서 잤어요. 제가 잔 클라렌스(Clarence) 호텔 사장이 U2거든요. 그들 때문에 더블린을 가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무엇보다 깊은 인상을 심어준 곳은 런던이다. 그는 ‘파라다이스’라고 표현했다. 첫 인상에서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런던은 서서히 그에게 깊은 내면을 내보였다. “파리에서 바로 넘어갔더니 너무 별로더라구요. 그런데, 알수록 매력적인 도시인거죠. 파리가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여자라면, 런던은 외모는 별볼일 없지만 볼수록 정들고,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여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런더너들의 일상을 공유하고자 공원과 뒷골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그는 그곳에서 뜻밖의 에너지를 만나기도 했다. “허름한 멘션에서 음악적 굉음이 나서 슬쩍 들어가봤더니, 젊은 아티스트가 작업실에 작품을 설치하고 있었어요. 작품성을 떠나서 날 것의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져서, 테이트모던보다 더 큰 충격이었죠. 역시 쿨한 것은 변방에서 시작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김작가는 영국 여행기를 두 번째 책으로 써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과 취미가 단단히 엮여 종종 에너지의 확장을 경험하는 그는 싫증나는 순간은 ‘인생에 사표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며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음악의 바다에 푹 빠져있는 듯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페스티벌 입장 팔찌를 채운 왼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팔찌에요. 여기에 일본의 서머소닉 페스티벌만 채우면 여름의 정복자가 될 수 있겠는데요. 서머소닉 라인업은 올해 세계 최고라고 볼 수 있는데, 일본만 가면 음악으로 삼국통일을 한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는 이미 여름의 승리자가 된 듯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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