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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의 향연 선사하는 '어둠의 댄서'
[문화계 앙팡테리블] (28) 현대무용가 김재덕
'다크니스 품바' 재공연… 춤·음악·의상 등 자신만의 세계 다져가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검정은 보통 어둠, 우울, 죽음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당당함, 힘, 고급스러움, 중후함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색채심리학에서 검정을 ‘접근하기 어려움’으로 보기도 하고 ‘개인적인 즐거움’으로도 보는 것은 검정의 이런 양면적인 특성 때문이다.

굳이 색채심리학까지 끌어오지 않아도 검정의 양면성이 춤에서 그대로 묻어나는 무용가가 바로 김재덕이다. 어둠, 죽음, 강함에의 동경은 젊은 예술가라면 한 번쯤은 거쳐야 할 관문이지만, 김재덕은 그야말로 ‘어둠의 댄서’라고 할 만큼 검정과 유독 잘 어울린다.

그가 만든 모든 동작에서 부각되는 특징 외에도, 검정에 대한 애착은 옷에서도 드러난다. “가지고 있는 옷의 70%가 검은색 옷일 정도에요. 일단 빨지 않아도 된다(?)는 간편함이 좋기도 하지만, 워낙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검정엔 강함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김재덕이 22살 때 만들어 지금까지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작품 역시 검정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 <다크니스 품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방점은 ‘품바’에 찍힌다. ‘품바’는 각설이나 걸인의 대명사가 됐지만, 민초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 쌓였던 울분을 토할 때 나오는 한 깃든 소리로도 이해된다. 김재덕이 품바를 자신의 춤에 차용한 것은 바로 이러한 품바의 대중성에 관심을 가져서다.

“춤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품바’라는 방식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무용가들은 이 작품을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이 좋아하시더라구요. 그 후 많은 분들께서 도움을 주셔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공연시 녹음된 음악을 쓰는 다른 무용가들과는 달리, 자신의 작품에 들어갈 음악을 직접 만드는 김재덕은 이미 춤계에서는 팔방미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음악을 만들 때는 우선 주제와 제목의 이미지와 맞는 느낌의 음악을 머릿속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무조건 화성에서 마이너 코드를 사용한다는 거죠. 아마 그래서 작품이 어둡게 느껴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춤과 음악, 의상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세계를 공고히 다져온 김재덕은 최근 제3회 CJ영페스티벌 우수상, 2008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1위라는 성적을 거두며 자신만의 ‘어둠의 춤’을 완성시키고 있다.

오랫동안 애정을 가진 만큼 <다크니스 품바>에 대한 애착이 클 만도 하지만, 예상 외로 그의 관심은 최신작 에 있다. <다크니스 품바>에 비해 서정성을 배가시키려 많은 노력을 했다는 이 작품은 올해 국제현대무용제(MODAFE)에서 선보여져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8월 12일부터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다크니스 품바>를 다시 공연하는 그는 9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2009 도쿄 트리에날레’ 초청공연도 계획돼 있다.

색깔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듯이 자신만의 검정을 연마하며 관객과 그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김재덕. 함께 즐기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굳건히 하려는 그의 욕심이 검정의 속성을 그대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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