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29) 프로젝트 락(樂)국악대중화 앞장… 퓨전 국악 이름표 떼고 '에스닉 팝' 첫 앨범 발표

2008년 4월, 뉴욕 맨해튼에 있는 헌터대학 카예플레이하우스에서는 파란 눈을 가진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울려 퍼졌다. 낯선 소리인 한국의 음악을 관심 있게 바라본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악방송이 공동주최한 창작국악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10개 팀의 뉴욕 공연 중 프로젝트 락의 연주를 들은 후였다.

‘국악 세계화’의 가능성이라는 것이 신비한 동양악기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국악 연주자 자신들이 일말의 의구심까지 완전히 녹여버린 순간이었다.

2006년 결성 후, 2007년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대상 수상, 옙 뮤직 튜닝어워드 대상, 2008년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 등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그들이 최근 첫 앨범을 발표했다. 정통 국악을 보다 대중적으로 다듬은 음악에 대해 일괄적으로 붙여준 ‘퓨전국악’이라는 이름표도 뗐다.

그 자리에 ‘에스닉 팝’이라고 적어낸 그들의 첫 앨범 <뷰티풀 데이즈>는 레코딩 한지 1년 만에 세상 빛을 봤다. 그 사이 6차례의 마스터링과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그만큼 귀한 자식이다.

“아름다운 세상,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음악으로 담았어요. 에스닉 팝(ethnic pops)이라고 붙인 건 퓨전 국악이란 장르의 모호함에서 비롯되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저희 음악적 성향에 더 잘 맞는 장르를 찾게 된 거죠.”

<뷰티풀 데이즈>에는 연주곡 6곡과 노래곡 4곡, 그리고 리믹스 곡 1곡이 더해져 총 11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 곡은 판소리 ‘수궁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난감하네’. 타이틀곡은 프로젝트 락의 단골 레퍼토리이자, 넘치는 리듬감과 현 시대에 어울리는 가사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은 곡이기도 하다.

“전통 장단이나 ‘수궁가’의 틀에서 벗어나 펑키 음악으로 편곡을 했어요. 또 기존의 스토리보다는 등장인물들인 거북이와 토끼의 시각에 가사를 맞추려고 했습니다.”

국악계에서는 처음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도 곧 선보인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아이돌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해온 천혁진 감독이 촬영했다.

프로젝트 락에는 프로듀싱과 작곡의 심영섭(리더), 퍼커션 이충우, 작곡과 건반의 유태환, 베이스 오승연, 드럼 오흥선, 작곡 김백찬, 보컬 조엘라, 대금과 소금의 유호식, 해금 최태영, 가야금 성보나, 피리와 태평소의 천성대 등 11명이 함께 한다. 팀 안에 작곡가, 프로듀서, 연주자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 것. 스물 여섯살부터 서른 세살 사이의 젊은이들로, 무대 위에서는 작곡자 두 명을 제외한 9명이 연주를 한다.

“음악적 디테일과 상호보완을 위해서 두 명의 작곡가가 있어요. 더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릴 수도 있구요. 공연의 음악적인 부분과 그 외적인 부분까지 모니터 하는 역할도 해주고 있지요.”

멤버가 많아 아직 MT한번 못 갔다고 한다. 정기연습을 위해서는 평일 밤 10시 이후에 무조건 시간을 비워야 한다. 협소한 무대에는 아홉 명의 연주자와 악기가 오르기도 어렵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국악의 매력을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서로에게 위안이자 에너지일 듯했다.

“국악에는 아직 숨겨진 매력이 많아요. 지금은 그 정형화된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과정인 거 같아요. 창작이 특히 그렇지요. 국악은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어요. 국악기의 깊은 소리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도 무척 흥미롭구요. 국악도 정통과 퓨전 국악이 나뉘면서 나름의 음악시장을 형성할 거라고 봅니다.”

그들은 가까운 일본에서도 전통악기인 샤미센이나 고토의 연주자들이 음악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를 예로 들며, 우리 국악의 앞길에도 희망을 내다봤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