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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 배경 속 우리 사는 세상 담았죠"

작가 배명훈이 몇 달 전 첫 소설집 <타워>를 냈을 때, 출판계 반응은 이랬다.

“이제 첫 소설집이라고?”

2005년 단편 <스마트D>로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린 그는 이제 시즌마다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작가가 됐다. 첫 소설집을 엮기 전, <한국환상문학 단편선>(황금가지 펴냄), <앱솔루트 바디>(해토 펴냄) 등을 박민규, 김이환 작가 등과 함께 공동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그가 이름을 알린 또 다른 이유는 신춘문예와 신인문학상으로 대표되는 국내 문단시스템에서 성장한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계간 <판타스틱>, 문학웹진 <거울>등 이른바 장르문학 잡지에서 작품을 발표해 온 작가다. 자연스럽게 ‘장르 소설가’란 타이틀이 따라붙었지만, 그는 그냥 ‘소설가’로 불리길 원한다.

“작품 발표 지면이 대부분 장르문학 잡지였고, 문학상 심사평에서 제 작품이 ‘환상문학’, ‘SF소설’이라는 말을 들어왔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 환상문학을 쓴다는 자의식은 없어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개는 인기 영화배우로 활동하며 권력의 정점에 서 있고(단편 <동원 박사 세 사람: 개를 포함한 경우>), 수평주의자와 수직주의자들은 이념의 갈등을 겪는다(단편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작가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현실참여에서 자연주의로 선회하고(단편 <자연예찬>), 세계 최대의 도시국가 빈스토크에 편입되기 위해 기꺼이 비정규직 노동자도 마다하지 않는다(단편<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광장의 아미타불>).

대학과 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외교학은 학생들에게 세계관을 가르친다. 이력이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지만 작품 쓸 때 내 이력은 도움이 된다. 가령 가상 세계에서 인간의 삶을 상상할 때, 외교학에서 배운 세계관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몇 달 전 출간한 <타워>(오멜라스 펴냄)는 ‘빈스토크’(beanstalk·‘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하늘까지 솟은 콩줄기)란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연작 소설집이다. 타워라는 배경은 세계 최고층 건축물인 ‘버즈 두바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떠올랐다. ‘빈스토크’를 무대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두 달간 작품을 연재했고, 추가로 단편 3편과 부록을 덧붙여 이번 소설집을 엮었다.

빈스토크는 총 674층에 50만 명이 사는 지상 최대의 건축물. 도시국가로 어느 교통체계보다 치밀한 유료 엘리베이터 노선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여기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살며 시시각각 사건을 일으킨다. 한번 책을 펼치면 단번에 읽게 만드는 찰진 입담은 작품의 강점으로 꼽힌다. 작가는 “문체는 작가가 소재에 대해서 취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소설 소재에 적합한 문체를 찾아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도 배경은 환상적이지만 역시 우리 사는 세상 이야기에요. 궁극적으로는 언어로 전할 수 없는 초월적 깨달음을 글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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