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앙팡테리블] (33) 뮤지컬배우 문혜원'노트르담 드 파리'서 에스메랄다 역 2년 만에 다시 맡고 구슬땀

얼마 전, 인터넷 인기검색어에 '뷰렛(Buiret)'이 떴다. 홍대 앞을 누비던 우리나라의 3인조 혼성그룹 뷰렛이 아시아판 아메리카 아이돌 프로그램인 '수타시(SUTASI)'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7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상금과 때마침 이슈가 된 민주공화당 허경영 총재의 '콜미'(기타리스트 이교원 작곡) 덕분에 뷰렛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인터넷을 달궜다.

하지만 홍대 앞이 아니라 공연장을 누볐던 뮤지컬 팬이라면 뷰렛의 연관검색어에서 문혜원의 이름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문혜원은 뷰렛의 보컬보다는 뮤지컬 <노트르 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로 먼저 다가오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물론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는 타 분야의 연예인들도 흔해진 세상이다. 하지만 문혜원에게 뮤지컬 무대는 이벤트성 도전이 아니라 '노래'라는 공통점을 가진 또 하나의 천직과 다름없다. 뮤지컬배우로서의 데뷔작인 <황진이>에의 도전기가 그것을 증명해준다.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지만 대학에 뮤지컬 학과가 없어서 실용음악과를 갔어요. 나중에 록 밴드 활동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뮤지컬에 대한 열망이 꿈틀대고 있었던 거 같아요.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황진이> 오디션에 응모하게 된 거죠."

데뷔 무대부터 타이틀 롤인 황진이를 맡아 열연했지만, 대부분 신인배우들인 탓에 작품은 기대 만큼 호응을 얻지 못했고 제작사도 도중에 와해돼버렸다. 하지만 망연자실하던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금의 뮤지컬배우 문혜원을 있게 해준 작품인 <노트르 담 드 파리>의 제작사에서 오디션 제의를 해온 것. 록 발성으로 다져진 그의 거친 목소리는 에스메랄다 역에 더블 캐스팅된 가수 바다의 맑은 목소리와는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예술감독인 웨인 폭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단 뮤지컬배우로서 큰 발을 내딛은 문혜원은 이후 <헤드윅>의 이츠학, <대장금>의 서장금 역을 잇따라 따내며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데뷔한지 3년도 채 안 된 신출내기 배우로서는 괄목할 만한 활동이었다.

강렬한 여성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오롯이 내공이 쌓인 2년은 올해 다시 <노트르 담 드 파리>로 이어졌다. 그동안 문혜원의 에스메랄다는 어떻게 변했을까.

"에스메랄다의 행동과 감정들을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고민하면서 2년을 살아왔어요. 아직도 부족하지만 공연을 거듭할수록 무대 위에서의 행동과 감정에 확신이 들고, 이제는 에스메랄다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다 잘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기 공연의 장점이죠(웃음)."

초연 때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성악 발성 교습까지 받았다는 문혜원은 노래와 연기 양면에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기뻐한다. 그럼에도 그는 '문혜원의 에스메랄다는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겸양한다.

커튼콜을 하면서 '대성당들의 시대'를 목청껏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에선 여전히 신인의 풋풋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 순간이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젊은 날, 가장 빛나는 순간의 한 조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보컬 코치인 미셸 세로니로부터 "언제나 처음 부르는 것처럼, 언제나 마지막으로 부르는 것처럼" 부르라는 조언을 받았다는 문혜원. 마치 그 말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듯, 문혜원은 신인의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다음 공연은 생각하지 않는 듯, 온힘을 다해 에스메랄다의 노래를 하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