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케이웨더 630예보센터 센터장군 최고 기상전문가서 대민 기상서비스 제공자로, 기상정보 경쟁력 앞장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댐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댐을 만들면 조금의 조절기능은 있겠지만, 급작스러운 대책으로 근본처방을 할 수는 없습니다."

6일 새벽 북측의 급작스러운 방류로 남한에서만 6명이 사망한 '임진강 참사'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정치권 일부는 '한탄강 댐을 만들자', '군남댐을 증축하자'는 등의 주장을 펼친다. "북측이 의도를 갖고 (방류) 했다고 보고 있다"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발언까지 나왔다.

8일 반기성(55) 케이웨더 630예보센터 센터장을 찾은 이유다. 케이웨더는 1997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예보사업체다. 반기성 센터장은 30여 년 동안 공군에서 기상 예보관으로 활동했으며, 공군기상전대장(대령)으로 예편했다.

반 센터장은 지난 2001년 7월 독자적으로 집중호우를 예보하면서 이름을 얻었다. 일본 수치모델을 이용한 기상청 예보는 빗나갔다. 당시 민간에서는 6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면 그의 예보 덕분에 군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반 센터장은 "날씨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라며 "건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세밀한 예측시스템과 정치적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평화의 댐에서 교훈, 자체 예보 모델 있어야"

반 센터장은 임진강 참사가 '무용지물'이 된 평화의 댐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여름호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댐이 수자원 관리의 중심이 될 경우 가을∙겨울 가뭄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겨울 강원 태백시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으나 정부는 88일간 댐으로 물을 막고 급수를 중단해 지역민의 원성만 샀다. 반 센터장은 "70% 이상 물을 채워야 하는 여름에 한 댐에서 4~5억톤을 방류하면 다음 댐도 방류해야 된다"며 "물을 많이 가두면 홍수가 날 때 더 대책이 없어지고, 가을 태풍이 안오면 강 오염도 심해진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정치에서 풀 것은 정치에서 풀고, 예측시스템의 질을 높이는 것이 이런 문제의 해결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화해로 군당국과 정부간 공조체제를 갖추는 게 댐으로 막는 것보다 수해관리에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작년 여름 기상청이 예보를 연속 7주간 틀려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수치예보 모델이 약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일본모델, 영국모델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이 일하는 630예보센터는 케이웨더가 지난 2월 설립한 민간 예보센터다. 센터는 지난 4월 국회에서 기상예보 개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상사업진흥법'이 통과되면서 기업 등 민간을 대상으로 자체예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민간기상업체는 기상청 예보를 가공한 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었으며 독자적인 예측을 제공하는 데 제한을 받아왔다.

"좋은 자료보다 좋은 예보자를 키워야"

"현재는 남북이 기상정보를 주고받고 있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도 영감과 노력으로 예측할 수 있는 예보자를 길러내야 해요."

기상정보 시장의 민간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당위성을 묻자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특정지역에 대한 모든 정보가 두절돼도 영감과 노력의 결과로 예측할 수 있는 예보자가 필요하며 이것이 국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2001년 7월 14일 기상청에서 서울에 20~40mm의 호우가 있을 것이라고 예보했을 때 저는 이미 하루 전에 80mm를 예보했습니다. 그 예보로 토요일 오후 군간부들은 모두 비상대기 했고, 위성에 구름 한 점 없으니 부하들마저 땀을 뻘뻘 흘렸죠. 하지만 30여년 동안 모아둔 나름대로의 자료에 의한 기후 패턴을 근거로 집중호우를 예상했던 겁니다."

현재 남북은 기상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그러나, 아프칸전, 걸프전, 이라크전에서 가장 먼저 두절된 것은 기상자료다. 미국은 위성을 집중배치 해 해당지역의 기상정보를 얻는 데 노력을 기울였고 전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후문이다.

반 센터장은 "얼마나 좋은 자료를 많이 들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누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가 기상예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재차 강조한다.

미국 CNN 역시 5명의 기상예보자가 국가에서 제공한 자료와 자체 예측기 자료를 근거로 독자적인 기상예측을 해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630예보센터에는 김 센터장을 비롯한 6명의 기상예보자가 근무하고 있다.

"세분화 된 예보서비스, 문화생활도 편리하게"

"민간 예보는 국가기관과 민간의 마찰을 줄이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국민의 예보서비스에 대한 세세한 욕구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죠."

이번 기상예보 개방은 수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기관에 비해 그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반 센터장은 다시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민간 기상예보는 보다 세분화한 대국민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라는 논리를 편다.

케이웨더는 필드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른 골프장 날씨 정보 등의 맞춤형 기상예보 서비스를 유료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상청의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기본적인 예보정보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무료로 제공한다. 민간예보시장 개방에 따른 자체예보를 기상청 예보와 비교해 보여주는 인터넷 해설방송 등을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기상예보의 평균 정확도는 85%정도다. 김 센터장 역시 언제나 존재하는 15%의 실수 가능성을 인정한다. 굳이 실수담을 들려달라고 하자 그는 "청주비행단 기상대장으로 근무할 때 고기압 확장이 좁은 띠 형태로 자주 들어와 날씨가 너무 불규칙해, 눈이 안 온다고 예보 보고를 하고 있는 데 창밖에 눈이 내려 당황했던 때가 있다"며 "군에서 22번 이사하는 날마다 날씨가 궂어 집사람은 나를 믿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반기성 센터장은…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졸업. 침례신학대학원 신학 석사. 국방대 안보대학원 안보과정 수료.

1978년 공군 기상장교 임관. 기상예보장교, 기상대장, 기상대대장, 중앙기상부장, 공군73기상전대장 역임후 2007년 전역.

한국엘니뇨대책반 자문위원. 한국기후위 전문위원. 한국기상학회 부회장,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 대전대흥침례교회 협동목사. 연세대 출강.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