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박상단편집 출간… 야구 소재 작품 등 황당한 웃음 뒤에 남는 한방울의 여운

'그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웃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꿋꿋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설가 김애란이 포착한 박상의 모습이다. 두 사람은 인터넷 라디오 <문장의 소리>의 DJ와 패널로 올해 봄까지 1년 동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등단 3년 만에 나온 박상 작가의 단편집 <이원식씨의 타격폼>(이룸 발행)에 김애란은 '만담가는 재치 있는 사람, 과장하는 사람, 풍자하는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가슴에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추천사를 썼다. 추천사에 작품보다 작가의 설명이 긴 까닭은 그의 소설이 그와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소설은 황당하게 웃긴다. 타격 폼이 웃겨서 상대 투수의 컨트롤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 타자(단편 '이원식씨의 타격폼'), '커플 개다리 춤'으로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단편 '춤을 추면 춥지 않아'), 무전취식으로 들어간 유치장에서 퍼포먼스 하는 락커(단편 '치통, 락소년, 꽃나무')등 대책 없는 주인공들은 작가를 닮았다.

작품 속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의 일상이 그려진다. 단편집의 표제작 '이원식씨의 타격폼'의 주인공 '이원식'은 소설집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그는 작가의 10년 지기 친구의 이름이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동기 10명이 친했는데 그 중 한 명에요. 다 저보다 글을 잘 썼는데, 지금 저 하나 글 쓰는 사람으로 남았어요. 그들의 문학적 재능, 열망, 한때 문학을 도모했던 시간에 대한 상징으로 이원식을 썼죠."

표제작을 비롯해 '홈런왕 B', '외계로 사라질테다' 등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 눈에 띈다. 문인 야구모임 '구인회'의 멤버로 활동하는 그는 올해 초부터 한 스포츠지에 장편 야구소설 <말이 되냐>를 연재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다음 달 책으로 묶일 예정이다.

'야구란, 허공의 접점을 찾아가는 몸짓이라고 생각해. 타구가 허공을 완전히 갈라버리거나 그라운드의 허공에 떨어져야만 안타란 말이야. (…) 인생이라는 허공도 접점을 찾거나 피하기 위해, 즉 세이프가 되기 위해 줄기차게 피똥을 싸고 있잖아.' (단편 '홈런왕 B'중에서)

"야구와 문학도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야구가 1, 2, 3루를 돌아와야 1점을 얻잖아요. 슬프고 괴롭고 웃겨도 늘 돌아오는 것, 허공에다 공을 떨어 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남들이 못 보는 지점에 내 시각을 투여한다는 것, 끝을 알 수 없다는 것, 거대한 드라마의 끝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고 게임이 끝나야 안다는 것."

허공을 둥둥 떠다닐 듯한 유머 끝에 한 방울의 여운이 남는다. 그의 만담은 상처를 달래는 이야기다. 평론가 박진은 "박상의 소설은 치기어린 울분이나 자기 연민, 도피적인 위안을 넘어선다"고 평했다.

'나도 슬퍼할 줄은 안다. 소주병 속에 소주가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슬픔이 채워져 있다고 생각한다.(…)폭발한 슬픔은 블랙홀이 되어 모든 슬픔의 흔적들을 안으로 감춰버린다. 내 가슴에는 그렇게 형성된 커다란 블랙홀이 있다.'(단편 '외계로 사라질 테다'중에서)

작가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공중부양하듯이 약간 떠서 고통을 어느 정도 견디는 상태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전히 높이 떠서 현실을 잊는 것이 아니라 꿈과 현실의 경계, 고통과 쾌락의 경계를 그리려고 합니다. '소설은 박상이 잘 쓴다'는 말을 들을 때 까지."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