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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문화 촉진자 역할에 매순간 뿌듯"

[문화혁명가] (51) KT&G 상상마당 서정일 운영사무국장
개관 2년 만에 홍대 인디문화의 발전소이자 지역 랜드마크로 성장해
신진작가 발굴과 장르 간 소통 프로그램 등 새로운 메세나 모델 제시
지난 9월11일 서울 홍대 앞 주차장 거리가 돌연 푸른 잔디밭과 풀장으로 변신했다. '문화행성'이란 이름으로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이 홍익대 인근에 착륙한 지 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다.

박기영, 김마스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하찌와 TJ 등 매스컴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인디뮤지션들과 블랙신드롬, 블랙홀, 럭스 등 메탈밴드들의 어쿠스틱 공연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신선한 '쇼'였다.

신발을 벗고 잔디의 촉감을 느끼며 밴드 공연에 연신 소리를 지르는 관객이나 멋진 무대를 선사한 뮤지션 모두 '도시풀장(도시Pool場)'에서 해가 지는 줄 모르고 서로의 갈증을 해소했다. 폭발적인 젊음과 자유를 지닌 그들 모두 '청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회색 빛 주차장 거리의 차를 과감히 치우고 야외 잔디밭을 만들 발칙한 상상을 한 이는 누굴까.

"상상마당은 열정과 호기심, 불완전한 지적 충동으로 가득한 청년문화를 유지해 나갈 생각이에요. 청년문화 특유의 불안함과 호기심은 기존의 루틴(Routine: 틀에 박힌, 진부한)문화에 자극을 주고 발전적 파괴와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비주류 문화예술과 닮았거든요."

젊음, 자유, 인디 문화라는 키워드로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을 이끌어온 책임 디렉터는 바로 서정일 운영사무국장이다. 매년 개관 기념 때마다 보여주는 이색 파티는 올해도 어김없었다. 특히 공연이나 작가들의 작품, 디자인 상품 판매 수익금 등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던 1회 상상페스타 '예술기부'에 이어 올해 테마는 바로 '미래공감'이었다. 온라인 상상마당 시절부터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발굴해 창작활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문화예술지원사업을 꾸준히 해온 상상마당으로선 이번 테마는 상상마당의 정체성을 알리는 캠페인 같기도 했다.

  • 제2회 상상페스타를 기념하여 도시풀장으로 변신한 주차장 거리에서 인디밴드 공연이 열려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공감은 현 시대의 문화 트렌드나 유행에 치우침 없이 주목받아야 할 혹은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들에 대한 조망을 통해 그들이 바라보는 '미래적 가치'를 대중들과 공유한다는 콘셉트예요."

KT&G 상상마당이 홍대를 대변하는 인디문화의 랜드마크로 자리잡는 일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개관 당시엔 대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문화사업을 한다는 오해는 물론 홍대 토박이들의 텃세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상상마당 개관은 KT&G의 사회환원 사업의 일환이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화강국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문화지원 사업이다. 그런 명분이 있기에 그는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진정성으로 일관해왔다. 다행히 각 분야의 열의를 가진 문화 전문가들이 운영을 도운 데다, 외부 후원자와 내부 구성원들의 열정이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했다.

"인디문화의 요람인 홍대 지역에 대기업 자본이 끼어 들었다는 반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개관 이후 영화, 공연, 사진, 전시, 아카데미 등 각 장르 신예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소통과 소비를 이뤄내는 시장 역할을 꿋꿋하게 해왔지요. 그 결과 홍대 지역 문화예술계의 이해와 참여작가, 소비자의 열정적인 헌신이 어우러져 장르간 융합의 촉매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아티스트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상상마당이 된 것 같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 동안 KT&G 상상마당은 비주류 문화예술 활동의 다양성을 옹호해왔다. 특히 비주류 청년문화의 충만한 에너지를 다양한 작가적 시도를 통해 구현하고 발전시키는 문화예술 촉진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상상메이킹'(독립영화 제작지원), '밴드인큐베이팅'(인디뮤지션 육성), 'SKOPE'(전문사진작가 육성)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 지원해 문화예술 토양을 더욱 풍성하게 해온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작가 지원과 공간 운영 등 제반 온-오프라인 활동에 들어가는 운영비는 연간 80억여 원에 이른다. 반면 매출액은 1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조차 다시 지역 예술인들에게 재투자된다고 한다. 그는 상상마당을 운영하는 총지휘자로서 어느 정도는 매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을까.

"상상마당을 브랜딩하고 개별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는 데 우선 주력할 생각이에요. 나아가 작가의 창의적 생산을 지원하고 이를 유통시켜서 발생하는 매출과 수익은 되돌려줘서 재투자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하고 있어요. 돈을 벌기보다는 문화강국을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취지인 셈이죠."

문화예술인이 아니면서 대형 복합문화공간의 운영 책임자라는 건 그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게다가 문화예술계의 유명인사들이 운영위원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에 더더욱 그랬다.

"시행착오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소통과 교감으로 위기를 극복했어요. KT&G 직원들과 운영업체, 매니저, 외부 자문위원과 끊임없이 교감을 이룬 결과 '챔피언 정신'과 열의로 한발 앞서 나가는 계기로 만들기도 했지요."

그는 KT&G에선 지속경영실 사회공헌부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상상마당에선 문화예술 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에게 늘 강조하는 정신이 있느냐고 물으니 손사래를 친다. 자신은 문화예술 행정가라기보다 평범한 문화예술 향유자라는 것이다.

"상상마당이 생산자와 유통자, 소비자가 다같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도록 당부하고 있어요. 비주류 문화예술 지원은 비주류적 관점과 태도를 견지할 때 비로소 소통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장르별로 생성되는 콘텐츠는 문화 아카이브로서 소중한 역사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유통 시스템을 갖춰나갈 생각이에요. 또한 상상마당 브랜드로 작가의 브랜딩을 지원하는 공동 브랜드 론칭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비주류 문화의 촉진자' 역할을 자처하는 서정일 사무국장. 그는 80년대 대학시절을 보낸 이른바 386세대다. 그때는 지금처럼 문화를 자유롭게 향유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해 문화예술과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그의 정신적 토양은 그렇지 않았다. 음악감상실이나 음악다방, 소극장, 메탈밴드 콘서트, 동시에 두 편을 상영하는 재개봉관은 그가 문화생활을 즐기고 때론 도피하는 아지트이기도 했다. 특히 그는 프랑스영화에 열광했다. 스스로 주류도 비주류도 아닌 지나치게 진지하고 냉소적인 청년시절을 보냈다고 말하는 그의 가슴 속에는 문화예술을 끝없이 동경하는 '젊은 청년'이 살아 있었다. 상상마당이 청년정신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의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바로 거기에서 온 것일까.

"상상마당이 청년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우선 제가 젊어져야 하겠죠? 젊어야 고집스러워지지 않고, 호기심과 가능성으로 열정을 유지할 수 있겠지요."

개관 2주년을 맞이한 KT&G 상상마당은 앞으로 '융합문화공간'으로 미래적 가치를 모색하는 많은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건물 안에서 이뤄지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재생산해서 지역적 외연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또한 여러 곳에 문화예술 대안공간을 확보하고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나 장르별, 장르간 창작과 문화 행사들을 꾸준히 펼쳐나갈 생각이다.

서정일 사무국장이 요즘 가장 뿌듯해 하는 순간은 의외로 소박했다. "상상마당 공간에 참여하는 다양한 작가와 소비자가 소통하는 모습을 볼 때죠. 그리고 자존심과 텃세가 심한 홍대 지역에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아! 이곳이 만남의 장소로 제 역할을 할 때도 그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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