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박사 '88만원 세대' 후속편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출간20대 대학생 관찰 후 대안 덧붙여

국내 가장 안 팔리는 도서 장르가 사회과학서적이다. 사회과학 서적 판매량이 통상 500부에서 1000부 이니 사실상 저자의 주변인, 또는 주변인의 주변인 정도만 독자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 판매 5000부를 장담하는 고종석, 강준만은 '베스트셀러작가'이고, 1만부를 가볍게 넘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신중의 신'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여기에 또 한명의 저자가 얹어진다. 우석훈 경제학 박사. 2년 전 그가 쓴 <88만원 세대>는2000년대 사회 현상을 대표하는 신조어가 됐고, 그는 이름만으로 책을 파는 '브랜드 저자'가 됐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직선들의 대한민국><괴물의 탄생>등 총 12권에 이르는 대안 경제 시리즈를 차례로 발표해 나가는 그가 얼마 전 또 한권의 책을 냈다.

지난 주 출간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레디앙 펴냄)는 <88만원 세대>의 후속편이다. 전작이 각종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2000년대 20대의 사회, 경제 구조를 분석한 '거시 분석서'라면 신간은 그가 강의한 몇몇 대학의 20대 대학생의 관찰기와 대안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의 토대는 지난해 성공회대 '환경과 사회'수업과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와 진행한 '문화기술지'수업에서의 학생들과의 대화다. 이 관찰을 토대로 저자는 88만원 세대가 구조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까닭은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공포'라고 말한다. 그리고 공포에서 벗어나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구원자' 역시 20대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작 <88만원세대>에서부터 '20대 당사자 운동'(당사자운동: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쟁취하려는 사회운동)을 주장해왔다.

- 전작<88만원 세대>가 텍스트에 의존한 분석서라면, 신간은 참여 관찰기 같은 느낌을 준다. 책에서 '혁명 파토스가 한국의 20대에게 아직도 없다'(37쪽)라고 말했는데, 실제 만나본 20대는 어떤가?

"일단 혁명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 수업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은 그래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거나 참여하는 20대인도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대기업 취직을 걱정하거나 교환학생을 준비한다."

- <88만원 세대>출간 이후, 기성세대가 '왜 지금의 20대가 이렇게까지 체제 순응적인지 이해하게 됐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책이 출간되고 몇 개월 후 촛불집회가 부각되면서 수동적, 체제순응적이라고 생각했던 20대의 또다른 면을 보게 됐다. <88만원 세대> 이후 20대에게 어떤 변화가 있다고 보나?

"20대가 촛불집회 많이 나가기는 했는데, 이 역동성을 발전시킬 계기가 별로 없었던 듯하다. 예를 들어 내 수업을 들은 학생 절반 이상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문제인 등록금 투쟁을 할 때는 결집이 안됐다. 그러니까 '88만원세대론' 이후에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고,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에너지로 치면 없다가 생겼는데 이것이 조직화되어서 드러나는 것 같지는 않다."

- <88만원세대>가 2000년대 20대의 경제 사회 현실을 탁월하게 분석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로 20대 내부의 다양한 계층을 단지 '88만원세대'란 한 단어로 대상화하려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이어졌다. 예를 들어 88만원세대 이전에도 4.19세대, 386세대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나이 또래 모두가 이 세대로 포섭되는 건 아니다.

즉 1960년대, 1980년대를 살았던 20대 중에도 대학을 나온 이는 지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4.19세대, 386세대는 오늘의 60대, 40대 중에서 일부 계층을 말한다. 반면 저자가 말한 88만원 세대는 2000년대 20대 모두가 포섭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특히 88만원세대론의 대상이 되는 '20대 비정규직'과 88만원세대란 책을 소비한 '20대 지식인'은 다르다고 말한다. 4.19세대와 386세대는 그들 스스로 담론의 생산주체이면서 소비자다. <88만원세대>는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소재 몇몇 대학에서 강의 교재로 쓰이면서 20대에게 알려지게 됐다.

"386세대 담론도 사실 몇몇 신문에서 5,6년 전 내놓은 개념이 확대되며 굳어진 측면이 있다. 386세대가 40대 전 세대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남성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지 않나. <88만원세대>는 2000년대 한국의 20대 경제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에 초점을 둔 책이다. 다만 책을 보는 사람들 중심으로 '88만원세대'란 용어가 움직이는 건 사실인 듯하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보자. '참여관찰'이후에는 대안이 덧붙여진다. 대안의 키워드는 혁명이다. 우석훈 박사는 "지금 한국의 20대 특히 대학생은 아직 출구나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지만, 에너지만큼은 지구를 삼켜 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가슴속이 들끓고 있고 이 에너지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돌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혁명은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같은 무력 혁명이 아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샤넬과 같은 성공한 혁명가가 여러분 중에서 몇 명이라도 나오면 좋겠다'(36쪽)고 적었다. '그들(디자이너 샤넬과 마크제이콥스)은 위계에서 개인을 풀어주려했고, 물질에서 표상을, 남성에게서 여성을 독립시키고 싶어했'(32쪽)기 때문에. 책 말미에 20대를 위한 '권리장전'도 제시한다.

- 인터뷰 초반 '학생들이 혁명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저자가 생각하는 혁명과 20대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혁명의 개념이 다른 것 같다.

"혁명은 정형화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20대 혁명은 조용한 혁명, 지금보다 나아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운동이다."

-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이 다양하다. 20대들의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시민단체를 직접 조직하는 한편, 기존 정당에 들어가 20대들을 위한 정치도 펼치자고 제안한다. 일본의 '프리터 노조'에서 힌트를 얻은 20대 노조 설립도 제안한다. 하지만, 이런 대안은 혁명의 방식이 아니고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한두 명이 아니고 대규모로 기초의원을 낸다면 이건 혁명이 된다고 생각한다. 노조나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여러 책에서 20대 실업난 타개 방안으로 사회적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말해왔는데, 사회적 기업의 10%이상이 20대로 채워진다면 이것도 혁명이다. 오히려 18세기 19세기 혁명이 이 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자연스러움을 깨고 나오는 부자연스러움으로 혁명해야한다."

- 대안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20대가 의문을 제시한다. 20대 투표율이 지극히 떨어지는 현실에서 20대 기초의원을 만드는 게 국회의원 만드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는 말이다. 노조 설립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중앙정치에서는 20대를 정치주체로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지역으로 내려가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방 기초의원의 경우 야당은 후보를 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공탁금 등 경제적 문제가 남아 있는데, 정당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이나 알바 노조 설립도 마찬가지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2인 이상이면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

- 20대 당사자운동에서 기성세대의 뒷받침도 중요하다고 본다. '88만원세대'의 사회구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성세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성운동, 장애인운동 등 수많은 당사자운동은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20대 당사자운동 역시 기성세대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20대 운동단체에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마흔이 넘으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부분 기성세대가 20대에게 지갑은 닫고 말은 많다. 단 시민단체든 정치운동이든 20대가 먼저 결집이 됐을 때 이런 지원과 지지가 있을 거라고 본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