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37) 소프라노 이재은대구국제오페라축제 통해 10:1 경쟁 뚫고 독일 무대 진출

오페라축제가 한창인 대구에서 며칠 전 낭보가 날아들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통해 두 명의 성악가가 유럽 무대에 진출한다는 소식이었다. 축제기간 동안 특별 행사로 이루어진 이번 오디션은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에서 활동할 성악가를 선발하기 위한 자리로, 마침 공연을 위해 내한한 극장장이자 유럽 오페라회 사무국장인 아킴 토어발트가 직접 심사를 맡았다.

전국에서 모인 20여 명의 신인과 중견 성악가가 실력을 겨룬 자리에서 아킴 토어발트의 '브라바'를 끌어낸 소프라노 이재은(31)이 행운을 안은 두 명 중 한 명이다. 10: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해외 유학 중에도 얻기 어려운 기회를 안았다는 점에서 그녀는 분명 행운아다.

"그동안 해외 무대 진출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해외 극장에서 오디션을 보거나 에이전시 문을 두드려보려고 했었지요. 정확히 제가 가고 싶던 길을 열어주셨네요." 그녀는 이제 막 자신의 꿈을 향한 출발 지점에 서 있다고 했다. 숙명여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와 이탈리아 국제음악콩쿠르 금상 수상,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투란도트 콩쿠르 '류'부문 우승을 거둔 그녀는 꾸준히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이번 기회는 어쩌면 처음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이번 오디션과 같은 날 원래 공연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다행스럽게도 일주일 전에 공연이 취소됐고 오디션 원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작성하면서 본 원서에는 국립극장 이상의 극장에서 오페라 주 조역으로 2회 이상 공연한 성악가에 지원자격을 제한한다고 적혀 있었다. 운명이었는지, 그녀에겐 이탈리아에서 데뷔한 오페라 <투란도트>를 비롯한 대극장 경험이 정확히 2번이었다.

칼스루에국립극장의 아킴 토어발트 극장장은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자연스러운 발성과 풍부한 성량'을 가졌다며 호평했다. 그리고 그녀의 성장 가능성에 다시 한번 주목했다. 당초 2010년 시즌부터 칼스루에국립극장과의 전속계약을 하기로 했던 아킴 토어발트는 유럽 무대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다.

소프라노 이재은을 접한 독일의 지인들은 그녀의 쾌거에 축하 인사와 함께 놀라움을 전했다. 독일 현지에서 수년을 공부해도 극장에서 오디션 한 번 보는 일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주최 측 역시 이번 오디션 결과를 오페라축제가 거둔 역대 최대의 성과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술가는 순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가끔 예술가들의 순수하지 못한 모습을 볼 때면 슬퍼지죠. 순수한 마음으로 가치 있는 음악 활동을 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조심스레 포부를 밝히는 소프라노 이재은. 내년 초, 독일로 떠나는 그녀에게서 머지않아 더 깜짝 놀랄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