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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스펙터클로 인도하다

[문화계 앙팡테리블] (38) 작가 이재욱
아름다움엔 대가 따른다는 인과관계 솔직한 방식으로 표출
도시는 길을 잃기 쉬운 곳이다. 넓고 복잡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방에서 스펙터클이 펼쳐지기 때문이며, 그들 간 아이러니는 가파른 속도에 무시되기 때문이다. 웅대한 마천루의 뒷골목에서는 날마다 사건 사고가 벌어지고 첨단의 미디어는 그 잔혹함을 볼거리로 만든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시각적 충격들을 겪고, 견뎌내고, 즐기거나 급기야 그 단절과 연속에 무디어진다는 것이다. 스펙터클의 연원과 그 아이러니한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판단할 의지도 여지도 잃어버린 채.

이재욱 작가도 미궁에 빠졌다. 상하이에 갔을 때였다. 화려한 경관에 압도당한 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 방에 들어갔는데 TV에선 아프가니스탄의 참극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두 스펙터클의 간극이 아찔했고, 그 무구한 동시성이 어리둥절했다.

도시를 주제삼은 그의 작업에 폭파하거나, 울부짖는 형상이 들어온 것은 그때부터다. 출발점이었던 상하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내부 사진에 찬란하게 폭파하는 파편들을 새기고, 무심하게 엎드린 서울의 밤풍경에 전쟁터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오열을 점점이 박아 넣었다. 두 이미지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모아 지난 9일까지 서울 쿤스트독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Beautiful'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

"관객들이 첫 눈에 끌리고 경이감을 느끼면서도 점점, 이 아름다움이 옳은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이재욱 작가의 작품은 그래서, 아득한 동굴의 입구 같다. 기이하게 유혹적이고, 들여다 보게 만들지만 두렵다. 아름다움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인과관계를, 드물게 솔직한 방식으로 표출해 놓았기 때문이다. 도시라는 '얼굴'을 건설하기 위해 문명이 얼마나 많은 폭력과 파괴를 저지르는 동시에 숨겨 왔을까, 에 대한 인상적인 질문 혹은 아리아드네의 실이다.

작가는 당분간 이 작업들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도시의 추상적 전경을 내려 보았다면, 이제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지난달 열린 KIAF 전시장 바닥에 폭발한 파편들을 새겨 넣었고, 대형 공연장 등 군중이 모이는 서울의 곳곳을 또 다른 대상으로 물색하고 있다. 그러니 내년 4월에 열리는 그의 개인전 스펙터클 속에는 도시를 헤매고 있는 우리들도 포함될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른 채, 길 잃은 줄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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