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순 화백민중미술가서 생활미술가로 변신 도봉미술전에 작품 출품도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영역과 기능은 확장돼 생활전반에 예술을 반영하고 접목시켜 주변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과 거리를 좁혀가는 추세입니다. 미술인들이 좀더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동참해 우리 지역을 특색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가야겠습니다."

박흥순(56) 도봉미술협회 회장이 서울 도봉갤러리에서 지난달 31일까지 열린 도봉미술전에서 건넨 인사말이다.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 이름을 날렸던 박 화백은 다시 자신의 마을에 천착하는 생활미술가로 변모했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한 '쇠똥구리'나 촛불정국을 묘사한 '촛불과 독도' 등의 작품은 여전히 비판의 날이 서있다. 그러나 박 화백은 자기 작품의 상징적 이미지를 도안화 해 마을 벽화에 쓰기도 한다. 정신은 잃지 않았으되 작은 것과 생활로 사실주의 미술의 쓰임새를 넓힌 것이다.

시대의 변화, 작가의 정서를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미술로 옮아간 작품도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가 출품한 작품 '개기일식(50호, 유화)'은 지난 7월 22일 일어난 천문현상을 주제로 표현한 소박한 내용이다. 그는 "평생 한번밖에 볼 수 없다는 흔치 않은 사건을 기록하고 싶어" 그림을 그렸다. 그의 변신은 무죄일까.

박 화백은 "현대미술에서 사실주의 화풍이 외면당하는 이유는 현대의 주거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치명적 약점 때문"이라며 "제 2의 고향으로 여기고 수년 동안 살아온 도봉구에서 사실주의 미술의 예술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을로 간 민중미술가는 환경미화론자가 된 것일까. 박 화백은 "민중미술은 사회현실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작품에 반영해 발언하는 것이라면, 생활미술은 생활주변을 아름답고 새롭게 꾸며 삶의 질적 향상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다르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과거를 반성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결국 상통한다"고 말했다.

도봉구에 거주하는 미술인을 중심으로 1992년 창립한 도봉미술협회 회원은 100여명에 이르며 올해 16회 정기전에는 6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회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박 화백은 미술인들의 창작여건이 열악한 실정에서 회원들의 혼신의 작품으로 지역주민들과 문화소통의 기회를 가졌다는데 전시회의 의의를 뒀다.

도봉미술협회는 한국미술협회 회원이 주축이며 정기전 외에도 기획전, 깃발 그림전, 불이웃돕기 자서전 등을 개최하는 지역 미술단체다.

박 화백은 우이천 생태 하천화 사업에도 협회 회원들과 함께 힘을 보탤 계획이다.

박 화백은 작업실을 함께 쓰는 사이인 20년지기 홍해리(66) 시인과의 동료애로도 알려져 있다.

박흥순 화백은...

충북 청주 출생. 중앙대 예대 회화학과 서양화 전공. 동 대학원 졸업.

도봉미술협회 회장. (사)민족미술인협회 상임부회장. (사)민족예술인총연합 상임이사. 도봉문화원 이사.

전 서울민미협 대표. 청주대, 단국대, 신라대, 인천대, 협성대 강사 역임.

개인전(서울, 청주, 부산, 중국) 6회. 국내외 초대전·단체전 200여회 출품.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