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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락, 우리 그릇에 내놓아도 먹혀요"

[한국 초대석] 문갑현 문화마을 들소리 대표
무관심과 비판 견디며 해외진출 25년 고생 끝 세계시장서 러브콜
  • 문갑현
"우리 그릇에 담아 내놓아도 먹히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팔 수 있는 문화적 꺼리는 충분한데 스스로 비참하게 버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문갑현(48) 문화마을 들소리 대표의 말이다. 들소리는 한국음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30일 덴마크에서 열린 워멕스(WOMEX·월드뮤직엑스포) 쇼 케이스에서 관객 1600여 명의 기립박수와 앙코르 요청을 받았다.

워멕스의 쇼케이스에 참석하는 관중은 대부분 프로모터다. 이들은 팔짱을 끼고 공연을 관람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5분 이내에 나가버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문화예술 콘텐츠 시장이자 전쟁터인 셈.

그런 곳에서 들소리가 올린 성과는 만만치 않은 의미를 지닌다. 공연 후 21개국 프로모터가 방문공연을 요청했다. 영국, 네덜란드 등 5개국의 음반사는 음반 제작을 제안했다.

11일 귀국한 문 대표를 다음 날 서울 마포구 성산동 문화마을 들소리 사무실에서 만나 소감을 들었다. 그는 '우리의 콘텐츠를 그들의 그릇에 담아 내놓으라'는 문화예술 콘텐츠 세계화의 '도그마'에 반론을 펼쳤다. 고생 끝에 얻은 신념 덕인지 그의 말소리에는 깊이가 있었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문 대표는 "잘못된 역사 때문에 그릇되거나 가치가 떨어진다고 치부돼온 문화적 꺼리를 살려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으면 결국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되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윤을 내고 자생적 가꾸기를 하는 것은 공연 콘텐츠 자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문화예술단도 이제는 시장에 눈을 떠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요약했다.

"우리가락에 서양 옷 입고 한다고 월드뮤직 되나"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과연 어떤 게 인정받는지는 자명해지죠."

문 대표는 우리에게 어필하는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본다. 콘텐츠 경쟁력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 모든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들소리가 북가락, 굿, 비나리, 풍물놀이 등의 소리를 현대화했지만 퓨전답지 않은 퓨전 공연을 펼치는 이유다. 들소리는 "비트를 쪼개고, 부수고, 강하게 살리는 과정"을 통해 전통가락을 재해석하고 세계시장에 내놓는다.

들소리의 가락과 몸짓은 순수한 전통의 것과 차이가 있지만 서양가락과 우리가락을 섞지는 않는다. 서양의상을 입고 진행되지도 않는다.

"유순두는 우리의 언어로 노래를 불러도 월드뮤직 스타가 됐습니다. 음악은 그 자체의 매력을 살려 우리의 그릇에 담아 보여줄 때 더 호소력이 있는 콘텐츠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직 '퓨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게 문 대표는 안타깝다. 사실, 문 대표 자신도 처음 월드뮤직 시장에 진출할 때는 우리 노래를 영어로 불러야 할지를 고민했다.

"개량이라고? 개량 맞습니다"

"지원금이나 협조가 없으면 안되는 발표회 수준의 해외공연으로 언제까지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문화예술 공연단의 자생적 가꾸기가 전통문화 콘텐츠의 성숙과 계승을 지속가능 하게 한다고 여긴다. 공연 자체의 질도 높일 수 있는 지름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

이런 그의 생각이 쉽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1984년 전통가락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을 만든다고 했을 때 '미쳤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순수한 우리가락이 아니라는 비판 역시 꾸준했다.

정통성 시비에 대해 묻자 그는 "전통가락이니 아니니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며 "팔아먹는 것은 맞지만, 비싸게 팔아먹어 가치가 인정되면 우리 문화에 대한 시각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문 대표는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지원 아니면 공연할 수 없는 수익구조의 국악계 현실이 답답하다.

"경험 없이 고정관념이나 개념만 갖고는 시장접근을 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시장을 제로 상태로 놔둔 국악시장이 언제까지 계승될 수 있을까요."

"나가서 배우되 문화교류서 끝내지 말아야"

"처음에는 뭣 모르고 그냥 풍물 들고 나갔었지요. 그 속에서 나온 피드백으로 작품을 계속 다듬다 보니 여기까지 이른 것 같아요."

이번 워멕스 공연에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들소리의 공연자체에도 박수를 보냈지만, 이전부터 지켜본 들소리의 발전에 더한 박수를 보냈다. '선수'가 '선수'를 인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짧지 않았다.

84년 싱가폴 아츠마트를 필두로 해외 공연시장에 뛰어든 들소리는 지금까지 41개국에서 공연을 펼쳤다. 2005년에는 남아공, 이집트,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공연을 하기도 했다. 세계최대의 세계음악축제인 워메드(WOMAD)에 7회 연속 참가했다. 워멕스(WOMAX)에는 2005년부터 부스 전시로 참여하다 한국팀 최초로 정식 쇼 케이스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들소리는 세계시장을 계속 두드렸다. 깨지면서 배운 것으로 개량(?)을 멈추지 않았다. 2006년 이미 영국 런던에 유럽지부를 만들었다. 이를 베이스 캠프 삼아 독일 14개 도시 투어 등 유럽투어를 진행해 현지관객을 끌어들였다.

지금의 찬사가 격세지감인 이유다. 그는 "교류 측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 만으로는 답이 없어기 때문에 법인을 차리자니 처음엔 다 반대했습니다"라며 "지금은 초창기 1000~2000달러 하던 공연비를 미주에서 1만 2000천달러 수준으로, 유럽에서는 8000유로 정도로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가락으로 한국인의 정체성 회복하는 사회적 기업"

"우리 노력이 회자되기 시작하고 성과 만들어 가치가 인정되면 우리 문화를 터부시하고 멸시하는 게 바뀌지 않을까요. 우리 정체성에 새로운 회복이 이루는 게 진정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마을 들소리는 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이다. 젊은 예술인의 안정적 취업 기회와 무대 공연 기회 제공, 우리 전통 음악과 문화의 현재적 가치 실현, 해외 월드뮤직 시장에 우리 음악과 문화 소개, 장애우의 문화예술 향유권 확대, 지역 활동을 통한 마을 고유의 공동체 축제 정착 등의 사회적 기여를 한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런 활동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간과한 고유의 문화를 세계시장에 내놓아 인정받고, 가치재정립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한 기업이 성장하며 사회적 공헌을 하는 것은 현실의 아픔에 어떻게 동참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 있지 않을까요."

무관심과 비판을 견디며 25년을 자란 들소리가 울림을 준다.

문갑현은...
(사)문화마을 들소리 이사장/상임연출

1984년 문화마을 들소리 창단

1988년 (사)문화마을 들소리 문화관광부 제 54호 법인 설립 허가

2000년 들소리 서울지부 설립

2001년 들소리 주사무소 경기 고양지부로 변경

2003년 들소리 서울지부 기획연구실 개설

2006년 들소리 영국 런던지부 설립

2007년 (사)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

2009년 전주소리축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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