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42) '백야행' 의 박신우 감독흥미로운 이야기 축으로 인간을 환경 속에서 이해하는 재미 나눠

19일 개봉하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는 올 하반기 한국영화의 기대작 중 하나다. 조건부터 화려하다.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형성된 일본 스릴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을 드라마 <연애시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박연선 작가가 각색했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배우 한석규와 한국영화 캐스팅 1순위 여배우 손예진이 출연했으며 강우석 감독이 제작했다. 웬만한 감독에게는 불가능한 세팅이다.

그런데 지휘봉을 든 이는 놀랍게도,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하는 신인 감독이다. 스스로도 "멋있고 좋은데 좀 무거운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박신우 감독이 그 주인공.

사정이 어렵다는 한국영화계가 패기만 보고 신인 감독에게 덜컥, 대형 프로젝트를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신우 감독의 연출력은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2005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얼굴상과 미장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백야행>의 영화화를 기획한 영화사 PD가 먼저 그에게 연출을 제의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판'을 키운 것은 박신우 감독 자신이다. 출연을 고사한 한석규에게 '왜 한석규가 아니면 안되는지'를 설명한 편지를 보내 마음을 돌렸고, 연출 계획을 완벽하게 담은 동영상 콘티로 강우석 감독의 투자를 얻어냈다.

영화 '백야행'
이는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신우 감독의 설득력이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산업은 신뢰 없이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영화가 공동작업인 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감독의 핵심적인 역량이자 재능이기도 하다.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이고, 만들 수 있는지를 알고 설명해낼 수 있는 감독은 배우에게서 최적의 연기를 끌어낼 수 있다. 이는 캐릭터 중심의 영화인데다, 캐릭터의 극단적인 행동과 고통스러운 동인이 신중하고 세심하게 표현되어야 하는 <백야행>에 더욱 필요한 연출력이었다. 박신우 감독은 한석규와 손예진은 물론이고, 4년 만에 복귀하는 고수까지 최고의 연기를 펼치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나 자신에게도 좋은 배우가 감독에게 중요한 무기임을 새삼 깨닫는 계기였다. 시나리오 상 인물들이 배우들의 몸을 통해 한층 풍성해진 것 같다."

캐릭터가 풍성하다는 것은 그 안에 인간을 성찰할 수 있는 지점을 많이 담고 있다는 의미다. 박신우 감독이 이야기 구조를 중층으로 짠 것도 그런 이유다. 어린 시절 비극을 겪은 뒤 계속해서 함께 살인을 저지르며 살 수밖에 없게 된 주인공들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표현하는 동시에 그들을 쫓으며 정황을 드러내는 형사 캐릭터를 통해 이해 받는다.

"만약 형사가 없었으면 주인공들은 그냥 미친 범죄자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삼촌뻘인 형사를 어른의 대표로 개입시켜 그들의 비극을 부모, 가족, 사회와의 관계에서 해석해보고 싶었다."

이런 설명에 그가 내세우는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영화 모토의 뜻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축으로 인간을, 환경 속에서 이해하는 재미를 나누는 것. 물론 대다수가 받아들이고 궁금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