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학순 제 1회 '오프 앤 프리' 영화제 집행위원장상업시스템·흥행수익 탈피, 독창적·작품성 있는 비상업 영화 발굴 소개하는 터전 마련

"미국영화를 키운 것은 할리우드일 뿐아니라 선댄스이기도 합니다. 비상업 영화도 상업영화와 함께 성장해야 좋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으며 성숙할 수 있는 것이죠."

제 1회 오프 앤 프리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학순(51)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이 영화제는 문원립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를 비롯한 1세대 실험영화 감독, 정재형 동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한국영화학회 회장) 등의 영화평론가를 중심으로 올초 결성한 (사)비상업영화기구의 첫 결실이다.

'오프 앤 프리'는 상업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고(Off), 흥행수익에서 자유롭다(Free)는 의미다. 독창적이고 작품성 있는 비상업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터전을 마련하는 일은 상업영화의 발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번 영화제(11.20~27)는 100여 편의 공모작 중 20여 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했고, 총 36편의 공모작을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2관, 서강대 가브리엘관 등에서 나눠 상영했다. 22개국 초청작을 포함한 총 상영 영화는 118편에 이른다.

'확장영화'는 '오프앤프리' 영화제의 주안점이었다. 이번 영화제는 예술의 영역을 넓힌 확장영화를 소개해 영화인에게 영감을 주는 다양한 시도를 벌였다.

이미 70년대에 선구적 미디어아트, 혹은 실험영화를 선보인 차학경을 특별전·세미나로 재조명했다. 올해 타계한 독일 출신 무용가 피나 바우쉬 세미나도 열었다.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메시지가 될 겁니다. 시대의 사상과 철학을 전달하는 예술이 영화입니다. 다양한 장르에 문을 열고 창작의 토대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죠."

미디어아트와 무용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영역에 문을 열어두는 확장영화 개념은 서구에서는 이미 20~30년의 역사를 거치며 자리잡았다. 우리영화도 이제 지평을 열어야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가 상업영화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비상업 영화의 정신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것이지만, 자본을 거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워낭소리'도 처음에는 텔레비전 상영을 염두에 둔 기획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영화를 상업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양자의 발전을 위해서는 틀을 더 깨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흔히 독립영화 하면 다큐멘터리나 진보적 정치색을 띤 영화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비상업 영화는 총체적 예술개념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타 매체와의 활발한 교류와 융합으로 발달하고 있어요."

이번 영화제에서 김현옥 계명대 무용학과 교수의 영상 작품과 댄스 퍼포먼스가 겹쳐진 이유다. 오창근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의 디지털 영상과 가야금 연주도 무대를 수놓았다.

시류가 이런데도 현실은 퍽퍽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되는 영화만 지원하겠다'는 기조를 펼치고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다양성 영화를 주로 지원하던 기금인 영화진흥기금 집행률은 이전 정권에서 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오프 앤 프리 영화제도 영진위를 비롯한 기관의 후원을 받았지만 예산은 턱없었다. 김 위원장이 사비를 털기도 한 이유다.

"상업·개념·기술로부터 벗어난 뉴 저먼 시네마나 시네마 누보 운동이 서구영화를 한 단계 도약시켰습니다. 상업과 시스템, 장르로부터 자유로운 영화적 시도 없이는 충무로의 발전도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