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세 신부 '더 프리스츠'클래식계 스타로 등극, 삶과 음악 균형 속 '노래 이상의 노래' 전해

노래하는 신부들. 불과 1년 사이, 노래를 통해 그들의 삶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굴지의 레코드사와 100만 파운드에 계약을 했고 세계적으로 200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웠다. 이는 불황이라는 클래식 시장에서 이변이라 불릴만한 것이었다.

그런가하면 그 앨범은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영국 기네스북에는 '가장 빠른 판매고를 기록한 클래식 데뷔앨범'으로 남았다. 공연을 할 때면 객석은 줄곧 만석이었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왕세자는 영국 왕실로 그들을 초청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주목도 끌지 못 할 거라 생각했죠." 이런 인기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이들은 유진 오하간(Eugene O'Hagan, 48), 마틴 오하간(Martin O'Hagan, 45), 이 두 명의 형제 신부와 데이비드 딜러지(David Delargy, 44) 신부다.

북아일랜드 출신 세 신부들의 음악적 재능은 이미 신학생 시절부터 자자했다. 가톨릭 사제의 길을 걸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던 그들은 미사 중 교황 앞에서 노래하는 영광을 안은 것도 소문을 전해들은 교황이 개인 비서를 통해 직접 그들을 초청한 덕분이었다.

더 프리스츠 공연
'더 프리스츠'의 세 신부는 정확히 1년 만에 2집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아일랜드에서 각자 교구 신부로서 역할에 충실했던 그들은 두 번째 앨범 <하모니(Harmony)>에 시의적절한 크리스마스 캐롤 몇 곡과 하이든의 'Te Deum (주를 찬미합시다)', 비발디의 미사곡 'Laudamus Te (주를 찬양)', 모차르트의 'Ave Verum Corpus (주의 성체)' 등 잘 알려진 성가곡을 담았다.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의 타계 소식을 듣고 위안과 희망을 남긴 그를 위해 부르고 싶다던 'Benedictus(축복받은 분)'도 칼 젠킨스의 곡으로 녹음했다. 성스럽고 말간 목소리엔 프로페셔널 트리오 못지않은 세련미가 가미됐다.

대부분의 곡들이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는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비틀즈의 1969년작 <애비로드>에 얽힌 전설을 간직한 공간이다. 현직 신부이자 클래식계 스타로 등극한 그들을 e-mail로 만나봤다.

데뷔 후,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원래 신부라는 일이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고난도 많고, 두려운 일과 기쁜 일도 늘 마주치기 마련이죠. 신부들은 이런 일들을 해쳐나가는 훈련을 받게 되는데, 그 덕인지 신부로서의 삶과 음악 활동하는데 나름대로 균형을 잡으면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늘 우리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지만 가능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더 프리스츠 2집 앨범 자켓
영국 왕실에도 초청되셨고, 세계로 연주여행을 다니실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셨습니다.

정말 놀랍고도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 찰스 왕세자, 엘리자베스 여왕과 아일랜드 대통령의 주목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이었죠. 그런 외면적인 것 이외에도 우리의 음악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을 따름입니다.

우리의 음악을 기쁨과 자부심을 가지고 사람들과 나누면서, 개인적인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죠. 저희가 부르는 노래엔 노래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듣는 이들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되었으면 하죠.

음악활동을 통한 수익금은 기부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곳에 쓰였나요?

교육이나 머물 곳이 없는 이들, 건강이 안 좋으신 분들, 북아일랜드 수도회 등을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데뷔 후에 다른 뮤지션도 만나보셨나요?

엘튼 존을 비롯해 세계적인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도 만나봤어요.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언젠가 한국 노래를 불러보실 생각은 없나요?

물론 불러보고 싶습니다! 혹시 제안해줄 수 있는 곡이 있나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요. 물론 언어적인 장벽이 따르긴 하겠지만, 한국 노래도 꼭 불러보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리버풀에서 콘서트를 했습니다. 거기서 비틀즈 노래를 불렀어요. 비틀즈가 리버풀 출신 그룹이여서도 그렇긴 하지만, 비틀즈는 우리 세대 때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룹이고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최신 가요는 아니지만 비틀즈의 노래야 말로현대의 이상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찾기 어려운 세상인 듯합니다. 정신적 허기를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지극 겪고 있는 위기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아왔고 결국 이기적으로 변하게 됐죠. 이번 경제 위기는,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일깨워 준 계기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이 최대한이다'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아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족애, 우정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서로가 믿고 의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